본문 바로가기
최종편집 : 2026-08-25 04:55 (화)
🇰🇷🇺🇸
종합

(주)설국열차 이태헌 대표

제작의 모든 것이 ‘도전’과 ‘모험’이었던 설국열차한국 관객들 다양한 영화 수용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 것에 감사해

(주)설국열차 이태헌 대표

올해 개봉된 우리나라 영화중에서 가장 많은 지표적 의미를 가진 영화를 꼽으라면 단연 ‘설국열차’일 것이다.

다국적 언어로 제작된 이 영화는 10분짜리 다이제스트 영상으로 세계 167개국에 선판매 되어서 지금도 영화관이 있는 지구상 어느 나라에선가는 상영이 되고 있거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세계적 명성을 가진 걸출한 감독, 어떤 배역에서도 경지를 가진 배우, 헐리우드 스텝과 배우들...만이 이 쾌거의 요인은 아니다.

그동안 우리 영화계에서 배우와 감독을 향해 비췄던 스포트라이트 때문에, 가장 가까운 빛 속에서도 보이지 않았던 제작의 힘을 새삼 깨닫게 한 영화였다. 올해 해외진출유공 대통령표창을 받은 설국열차 제작자인 오퍼스픽처(주)의 이태헌 대표를 만났다.

모든 것이 처음 겪는 모험의 연속

영화 설국열차를 이야기하지만 배우나 감독, 의미론적 내용에 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 이미 많은 정보를 통해 알려진 터. 제작자는 한 편의 영화라는 거대한 체계 속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중요한 것부터 사소한 잡무까지 모든 것을 진행시키고 책임져야 한다. 그러니 그에게는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는 한 가지 특출한 개성이 있지 않으면 안 될지도 모르겠다. 빈번히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경우의 수들에 대처하려면 말이다. 오퍼스픽처스(유)의 이태헌 대표에게 그것은 누구든 무장해제시키는 포용력과 겸손함 같았다.

이태헌 대표의 제작 필모그래피를 일별하니, 종국에 설국열차라는 유의미한 영화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력이다. 가장 최근에 제작하거나 투자한 작품을 열거하면 ‘내아내의 모든 것’ ‘아저씨’ ‘감시자들’이 되겠다. 하지만, 그는 그렇지 않았던가 보다. “프로젝트 자체의 모든 것이 새로운 것이었습니다. 처음보고 겪는 일들이 많아 이전의 경험이 무색해진 앞이 잘 안 보이는 일종의 모험이었습니다. 감독부터 스텝들 전부가 그랬죠.가능성 하나가 유일한 끈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본인은 충분한 제작비가 아니었다고 하지만 430억 원이란 국내 초유의 제작비에 다국적 배우와 스텝들, 다중 언어, 체코의 거대 스튜디오 등등 익히 알고 있는 사안들이 모두 최초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태헌 제작팀은 과정에서 단 한 건의 불미스런 사건이나 사고도 없이 훌륭하게 제작을 마무리했다.

“보통 영화 현장에는 사고가 많기 마련인데 단 한건도 없었어요. 갖은 종류의 계약들, 복잡한 스케쥴, 빠듯한 촬영일정... 연출자의 재능으로 시작한 영화지만 진행과정에서 제작진의 운영능력이 발휘됐습니다. 외국 배우나 스텝들도 신뢰를 주었어요.” 그는 설국열차를 계기로 우리나라에서 제작팀이 영화적으로 부상하고 관심 받는 계기가 됐으면 바란다고 했다.

10년간의 절차탁마

처음 아이디어를 얻은 순간부터 후반작업까지 완성에 8년여의 세월이 걸린 영화라는 것은 그간의 정보를 통해서 익히 아는 사실이다. 이태헌 제작자가 판단하는 설국열차 시나리오는 어떤 것일까. “어느 한쪽의 색깔을 가지고 있지 않지요. 완전히 작가적이라거나 대중적이라거나 하는... 어떤 면에서는 위험의 끝을 건드려 보고 싶은 도전이 있었습니다. 무당이 작두에 올라가 춤주는 느낌? 무당이 봉준호라는 감독이어서 절벽에 서더라도 어쨌든 마무리는 할 것이라는 각오 내지는 확신이 있었죠.“

그는 봉준호 감독이 설국열차에 대한 많은 관심을 이끌어낸 주요 인물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설령 능력이 있더라도 신예 감독이었다면 규모나 제작비, 프로덕션의 구조상 모든 게 어려운 상황에서 이 모든 것을 조합해 균형점을 맞추며 자유로운 상상력까지 펼칠 수 없었으리란 이야기다. 그래서 제작 내내 그의 목표는 봉준호라는 감독의 재능을 큰 손상없이 보여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초점을 맞추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평가하는 또 한 영역은 한국의 관객들이다. “요즘 관객들이 기대하는 것은 보통 재미이고, 설국열차는 대중영화치고 무거운 편인데 흥행도 했어요. 열심히 노력했지만, 영화라는 것이 고생했으니 알아달라고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죠. 한국 관객들이 다양한 영화를 수용 할 수 있는 여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감사 드려야겠죠.”한동안 한국영화가 침체기였음은 분명하다.

그는 멀지 않은 과거에 영화에 쏟아졌던 관심과 환호가 멀어진 것이 못내 안타깝다고 한다. 영화가 다시 대중예술의 중심으로 올 수 있는 계기의 작은 실마리를 제공하는 일이었으면 한다는 것이 그가 제작자로서 설국열차에 부여하는 의미다. “전 세계에서 자국 영화를 이렇게 좋아해주는 나라는 없습니다. 자국에서 외면하는데 글로벌은 없습니다. 든든한 원군이지요. 하지만 영화는 애국심의 문제는 아니죠. 오히려 지지에 걸맞게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야하는 지가 더 중요하겠죠.”

이태헌 대표는 설국열차 제작을 계기로 그동안 마음속으로만 느껴왔던 한 가지에 더욱 확신을 가진 듯하다. “연기자, 연출자, 스텝 등 우리나라 영화 만드는 사람들의 재능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그동안 개별적으로 성취해와서 파편화 되어 있었을 뿐이죠. 이제는 하나로 모아져서 구조적인 면에서도 선진화가 돼야 합니다.”

영화 이론 전공자 현장에서 뛰다

이태헌 대표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영국에서 영화이론을 공부했다. 그러나 유학생들의 최대 위기였던 IMF때문에 중단해야 했다. 학교 선배인 박찬욱 감독이 ‘놀면 뭐하냐’며 외국 영화를 시사하고 가능성 있는 작품들을 국내에 추전해주는 아르바이트를 권했다. 영화제를 공짜로 보고 다니는 행운을 누리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 영화계 입문이 되었다.

“90년대 후반 아직 한국 영화가 외국영화제에 참가하는 것이 드문 때였어요. 한국영화가 막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하고 한국의 영화 종사자들이 해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던 시기였죠.” 그는 아직도 자신을 제작 말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외국의 기준으로 보면, 제작 프로듀서 그룹에서 저는 영맨입니다. 가장 어린 축이죠. 6,70대 선배분들이 쟁쟁하게 버티고 계십니다. 뭐든지 눈에 띄는 것이 배워야 할 것들입니다.”

하지만 감독 그룹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다고 한다. 외국의 중견감독들은 젊은 감독 축에 끼어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중견감독들은 원로 전 단계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젊은 감독들이 신선한 경향을 가지고 등장하는 것은 좋지만, 중견 감독들에게 축적된 경험과 연륜이 소외되는 것은 한국영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로와 신인의 균형이 맞아야 하는 것이다. 비근하게 여든이 넘어서도 중요한 작품들을 생산하고 있는 크린트 이스트우드를 떠올리면 된다.

그가 제작자로서 좋아하는 영화는 어떤 장르일까. “영화마다 제작 모티브가 틀려서 선호를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보고 싶은 영화는 보다 선명합니다. 철학적인 첩보물, 무협물입니다. 몸을 쓰지만 철학적인 의미로 전달될 수 있는 것이죠. 이런 얘기하면 주변에서 다 망한다고 합니다.”설국열차에서 관객을 그런 면을 조금 엿보지 않았을까. 하지만 망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흥행했다.

“내가 보고 싶은 영화냐 아니냐가 유일한 차이점이죠. 언어·인종·대작·소품 이런 분류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영화다, 라는 지역우선도 없습니다. 그래서 가끔 애국심이 결여된 것 아니냐는 말도 듣습니다.” 그의 영화 안목엔 무정부주의적에 가까운 편견없는 자유로움이 있었다.

설국영화가 준 것

설국열차는 국내에서 930만여 명이 관람했다. 해외에 2000천만 불을 수출했는데, 한국영화 1년 총 수출액에 달하는 금액이다.167개국과 판권계약을 했으니, 앞으로 설국열차를 보게 될 세계 관객이 아직도 많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지난 11월에 개봉했고, 미국에서는 와인스타인컴퍼니가 배급을 할 예정이다. 홍콩·타이완· 베트남에서는 12월에 개봉하고 일본에서는 내년 2월에 계획돼 있다.

“다국적 영화라 지켜봐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본다고 해서 인종이나 언어가 다른 문화권에서도 많이 본다는 보장은 없지요. 미국영화가 아니니까요. 연출자도 그렇지만 제작자도 완성하고 나서 아쉽거나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이 많아요. 하지만 도전가 모험정신으로 일단 하나를 통과해 경험을 얻었으니 그런 방식으로 접해 나가면 점차 목표치에 도달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게 진정한 글로벌리즘 아닐까요?”

이태헌 대표는 다국적 스텝들과 소통하면서, 미국식 자본주의 영화와 우리나라에서 아직 간직하고 있는 순수 열망적 영화의 간극을 확실하게 느낀 듯하다. “미국이 전 세계 영화시장을 지배하고 있는데 영화자체에 대한 순수한 애정을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일정한 상품가치를 가진 제품을 생산해내기 위해 어떤 방식과 전략으로 접근하느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요. 반면 우리나라 영화는 아직 자체의 의미를 간직하고 있어요.

외국에서 보면 고결하고 부러운 가치입니다.” 하지만 어느 한편으로 경사가 기울어지면 대중영화는 길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판단이다.우리나라는 순수한 영화열정을 건설적으로 재생산하는 구조 속에 담아 성장시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또 이윤추구가 먼저 고려돼 영화 속에 넣어야 할 중요한 가치를 상실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두 세계가 만날 때 서로 자신들이 지켜온 가치를 쉽게 포기하려 하지 않겠지요. 아직 해답은 없지만 두 부분이 보완형태로 공존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은 있습니다.”우리 눈앞에 지나가는 것들 중 남겨놓아야 할 의미나 정서를 포착해, 두 세계의 장점이 연결된 방식으로 제작되어 두고두고 회자되는 영화를 만드는 게 그가 바라는 미래다. 대다수 영화인들의 꿈이기도 하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