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에서 새로운 전환을 하기란 쉽지 않다. 존립을 거는 도전이기 때문이다. (주)성광의 민은기 대표는 3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오로지 섬유직종에 종사하면서 고비마다 새로운 사업적 세계를 개척해 온 사람이다.
그중 아바야는 그 자신은 물론 한국의 섬유업계에도 모범이 될 만한 도전이었다. 아바야(ABAYA)는 우리의 한복 같은 아랍 여성들의 전통의상이다.
기후가 건조하고 물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아바야 직물을 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고 일본이 거의 석권하다시피 한 분야다. 그런데 연고조차 없던 (주)성광은 끈질긴 노력으로 아바야 시장 최대 점유율은 물론 베스트셀러 품목을 가지는 상위 반열에 올랐다. 그 결과 (주)성광 민은기 대표는 제27회 섬유의 날 은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민은기 대표의 사업적 선택과 집중 덕이었다.
아랍의 중상위 계급 여성들이 선호
(주)성광에서 100% 아랍으로 수출하는 아바야 직물은 주로 고급 기호와 생활수준이 평균 이상인 중상위 계급 여성들에게 공급된다. 그만큼 색상과 품질이 좋은 고급원단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15년 전에 개발해 출시한 Wool Peach, Wool chiffon 등은 Black ABAYA계열에서 베스트셀러를 유지하고 있고, Furusan, Nida 등의 독자 제품의 최고고급 이미지를 확고하게 세우고 있는 제품들이다.“섬유는 장인 정인을 가져야 하는 직업입니다. 저가품이 범람하고 있기 때문에 고급제품으로 승부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연간 약 2억 5천만 달러에 이르는 아바야 시장에서 성광은 약 20%정도인 4천8백만 달러 실적을 올리고 있다. 직물 제품들은 모두 국내에서 엄격한 공정을 거쳐 생산된다. 품질력만으로도 지속적인 수출입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만, (주)성광은 아랍바이어들을 단지 구매자들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양국의 문화나 사회적 형편들을 이해시키고 소통의 길을 넓히기 위한 노력도 병행한다.
생산시설을 시찰시키고 생산 공정을 보여주는 것을 물론이고 문화재 탐방 등을 통안 전통문화 소개와 휴전선 방문을 통한 국내 사정을 보여준다. 한국전쟁의 피폐한 이미지만을 가지고 있던 바이어들에게 한국의 발전상은 경이로움과 함께 제품에 대한 더욱 굳건한 신뢰감을 준다고 한다.
소규모 사업장에 도입한 기계 시스템과 수출 판로 개척
민은기 대표가 선친(故민병옥)이 운영하던 소규모 직물회사인 동성교역에서 수출총괄이사로 섬유 일을 시작한 건 1981년이었다. 당시 이 회사는 선경직물에 90% 이상을 공급하는 하청회사였다. 민 대표는 수출 중심으로 사업방향을 선회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기존의 8배 이상 생산 가능한 기계를 도입하고, 그때까지 외주에 의존했던 원단 염색가공을 위해 자체 염색공장을 신설했다.
공장의 대대적 정비와 새로운 체제 도입으로 투자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대신 생산성이 높아졌고 상근 근로자 300명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가 생겼다. 그리고 미국, 유럽, 호주 등 갈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생산 견본품을 가지고 출장을 다녔다. 초창기 500만 달러에 불과하던 수출실적이 5천만 달러로 급상승했다.
자신이 생긴 민은기 대표는 신시장을 개척해 보겠다는 의지로 1986년 (주)성광을 설립했다. 도산한 구미공장의 한 업체를 인수해 제직공장과 염색가공공장을 준공한 것이다. 자체적으로 ‘쿨 피치 원단’을 개발해 홍콩을 경유해 중국에 대규모 수출의 길이 열렸다. 1990년 무역의 날엔 1천만 불 수출탑을 수상하는 성가까지 올렸다. 연이어 조세의 날에는 국세청장상과 재무 장관상을 수상할 정도로 매출이 올랐다. 젊은 기업인의 의욕을 불태우는 승승장구였다.
시련기를 극복하는 과감한 전략적 선택, 중동 시장
그러나 90년대 전반에 업계 불황이 닥쳤고 치솟는 임금 상승이 발목을 잡았다. 민은기 대표는 결국 동성교역과 동등비율로 중국 칭다오에 해외 공장을 설립했다. 중국이 개방정책을 도입하던 시기와 맞물려 세금과 상하수도 기반시설, 보험료 등의 납입면제와 저렴한 인건비가 채산성 확보에 도움이 되었다. 중국에서 생지를 들여와 국내에서 염색가공해 다시 수출하는 방식이었다. 1994년에는 수출 5천말 불탑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하지만 이마저도 잠깐이었다. 풍부한 인력과 저렴한 물가를 바탕으로 대량 생산된 저가 직물 상품들이 품질이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난립하며 시장을 잠식해갔다. 바이어들이 속속 이탈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절박하게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아랍시장은 물이 귀해 자체 생산시설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석유수출로 자금도 풍부했다. 그런데 아랍시장은 일본이 90% 이상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민 대표의 또 다른 집념이 시작됐다.
전통 의상 ABAYA의 샘플을 수백 건 이상 수집해 비교분석하고 중동의 모든 나라들을 방문해 현지인의 취향과 시장성을 파악했다. 오로지 독특한 배합기술을 위한 개발연구에만 몰두하던 시절이었다. 그 결과 심색 BLACK COLOR 염색가공 기술을 터득하게 되었고, 공장의 모든 설비와 기능을 이 기술을 적용한 직물생산에 집중했다.
그리고 마침내 일본산 품질을 웃도는 한국산 블랙 아바야를 만들어낸 것이다. 품질은 좋으면서 일본 것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한 직물은 빠른 시간 안에 바이어들의 선택을 받았고, 저가공세로 무장한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의 제품들을 추월하게 되었다. (주)성광이 아랍에 진출을 모색할 때 90% 이상을 차지했던 일본은 지금 점유율이 10%대로 전락했다.
경쟁우위를 위한 지속적 기술개발,
“처음엔 앞서 있던 일본기술을 따라잡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일본에 우위를 지키고 있고 중국 등의 라이벌도 생겼으니 품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따라잡지 못할 고품질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성광의 갈 길입니다.”(주)성광은 2009년 중국에 있던 공장을 철수하고 한국에 다시 수십억을 투자해 월 200만 야드 이상의 생산능력을 가진 공장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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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산업이 가지는 전후방 산업과의 긴밀한 공조 특성상 고용창출효과는 월 400명, 연 인원 5000여 명에 달하고 있다. 원부자재는 물론 포장재 등의 각종 소모품 구입도 국내 협력업체를 활용하는 동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구미에 있는 자체 공장에 150여 명의 직원과 10여 곳의 외주업체 직원들이 있습니다. 구미 공단 안에는 삼성이나 엘지 등도 함께 입주해 있는데, 우리 공장 모습이 제일 못난 것 같아 항상 마음이 쓰입니다. 하지만 공장을 쉬지 않고 돌려 사람들이 일을 하도록 하는 환경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공장 가동을 중단하지도 못합니다.”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단지 경영자와 회사의 실적을 쌓아주고 부를 창출해주는 것만이 아니라, 생산 직원들의 중요한 생계수단이라는 것을 결코 잊지 않는 민은기 대표의 숨겨진 경영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발언이다. “창업하고 나서 주변에서 같이 일하던 기업이 부도나는 사례를 많이 봐 왔습니다. 그중 살아남은 업체들은 조직을 잘 끌고 가는 능력을 가진 경영자들입니다. 저도 그런 경영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문화재단 통한 사회 기부
(주)성광은 설립 초기부터 의천문화재단을 세우고 연간 2~30명에게 3000여만 원에 이르는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기업은 사회의 기대와 호응을 바탕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반드시 많은 부 창출이 없어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사회 공헌적 기여를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에서였다.독실한 크리스천이기도 한 민은기 대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웃이나 사회적으로 소외 계층을 찾아가 몸소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사업에서건 일반에서건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을 항상 염두에 두는 생활이 오랫동안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민은기 대표는 한국수출입조합 부이사장,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이사 등의 역임을 통해 섬유업계 전체를 위한 각종 활동에도 나서고 있다.“그렇게 많은 시련을 겪어내야 한 것도 아니고 비교적 순조롭게 왔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렇게 훈장까지 받게 됐습니다. 아마도 저희 회사가 100% 수출기업으로 중동에서 좋은 평판을 얻고 있는 덕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의 사업 분야인 섬유업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우리나라의 전체 위상을 높이는 한 사람, 한 사업가로서 정말 잘 해야겠단 각오가 더욱 생깁니다.”중동에 여행갈 일이 있으면 여성들이 입은 ABAYA를 유심히 볼 일이다. 바로 (주)성광에서 만든 직물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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