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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줌 인] 25년 전 특허가 예견한 생성형 AI 시대... "기술은 회귀한다"

2000년 '생각하는 마우스'는 오늘날 AI 에이전트의 원형

[서울=김현창 과학부 기자] 1994년 4월 서울 서초동에 문을 연 'BNC(Bit Network Communication)'는 한국 최초의 상업용 인터넷카페였다. 기자가 당시 소프트뱅크 코리아에 재직하던 시절, 업계에서는 이 카페를 두고 "시대를 너무 앞서간 실험"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웹'이라는 단어조차 낯설었던 그 시절, BNC의 창업자 정민호 대표는 한 가지 확신을 품고 있었다. "사람들은 컴퓨터를 통해 세상과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그의 예견은 현실이 됐다. 정민호 대표는 지금까지 50여 개의 특허를 출원했으며, 이 중 상당수가 현재도 후속 기술 특허에서 활발히 인용되고 있다. 특히 2000년부터 2016년까지 출원한 4개의 핵심 특허는 생성형 AI, 블록체인, 메타버스 시대의 기술적 토대를 제시한 것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IBM 코리아 재직 시절 수많은 기술 특허를 검토했던 필자의 눈에도, 이 사례는 매우 이례적인 '기술적 선견성의 연속체'로 보인다.

2000년 특허, 24년 후 AI 커서로 부활

정민호 대표는 2000년 "웹브라우저 실행 시 마우스 포인터 옆에 광고창을 형성하고, 데이터베이스에서 광고문구를 수신받아 교체·표시한다"는 내용의 특허를 출원했다. 당시 업계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필자가 소프트뱅크에서 경험한 닷컴 버블 시기에도, 이런 컨셉은 "기술적 구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곤 했다.

하지만 이 특허는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Copilot),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퍼플렉시티(Perplexity) 같은 AI 브라우저가 사용자의 행동과 맥락을 읽어주는 방식과 정확히 일치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AI 에이전트 커서(Agent Cursor)' 또는 '생성형 UX(Generative UX)'라 부른다.

IBM의 왓슨(Watson) 프로젝트를 가까이서 지켜봤던 경험에 비춰보면, 이는 단순한 UI 개선이 아니라 '인터페이스가 사용자 의도를 선제적으로 이해한다'는 AI 에이전트의 핵심 철학을 담고 있다. AI 기술 전문가들은 "2000년 당시엔 기술적 구현이 불가능했지만, 사용자 의도를 예측해 인터페이스가 먼저 반응한다는 개념은 현재 AI 에이전트의 핵심 철학과 동일하다"고 평가한다.

지역 검색의 시초, 구글 로컬보다 앞섰다

같은 해 정민호 대표는 또 다른 특허를 출원했다. "검색어 입력 시 우편번호(ZIP Code)를 기반으로 KT 포털 지역 데이터베이스에서 해당 지역 상점 정보를 자동 노출"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검색엔진은 전국 단위로만 작동했다. 야후 재팬의 기술을 도입하던 소프트뱅크 코리아 시절, 필자는 검색 기술의 핵심이 '정보의 양'이 아니라 '정보의 적합성'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목격했다. 정민호대표의 이 특허는 바로 그 전환점을 정확히 포착한 사례다.

현재 구글의 로컬 SEO, 네이버 플레이스, 애플 맵스 랭킹 시스템의 원리가 바로 이 개념에서 출발했다. 검색 산업 전문가들은 "검색이 단순 정보 나열이 아니라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는 철학은 현재 AI 검색의 핵심"이라며 "20년 이상 앞선 통찰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구매 의도'를 데이터화한 예측 커머스

2000년 정민호 대표가 출원한 세 번째 핵심 특허는 더욱 파격적이었다. "가상으로 구매를 수행하면 마일리지를 지급하고, 실제 구매 시 할인 및 혜택을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IBM 코리아에서 리테일 AI 솔루션을 검토하던 시절, 필자는 '구매 의도(Purchase Intent)'를 어떻게 정량화할 것인가가 이커머스의 핵심 과제임을 절감했다. 정민호 대표는 이미 24년 전에 이 문제의 해법을 제시했던 것이다.

당시 10~20대는 구매 의도는 있지만 돈이 없었다. 정민호 대표는 이들의 '구매 의도'를 데이터로 변환하면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오늘날 '예측 커머스(Predictive Commerce)'로 불리는 방식과 정확히 일치한다.

현재 중국 테무, 아마존, 틱톡샵 등이 사용자 행동을 예측해 쿠폰을 자동 발행하는 시스템은 이 철학의 연장선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구매 전 행동을 보상하는 방식은 최근 2~3년 사이 급부상한 개념인데, 24년 전에 이미 특허로 구현됐다는 점이 놀랍다"고 말했다.

2016년 '마이프라이스', Web3 경제의 설계도

정민호 대표의 네 번째 핵심 발명은 2016년 출원된 '마이프라이스(MyPrice)' 특허다. 이는 앞선 세 발명을 통합한 결정체였다.

"SNS 빅데이터를 분석해 개인의 소비 성향과 신용, 선호도를 파악하고 각 사용자에게 서로 다른 가격을 부여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O2O 방식으로 연결하며, IoT·블록체인·메타버스 환경을 통해 맞춤형 쇼핑과 보상형 소비를 구현한다."

IBM에서 블록체인 기반 공급망 관리(Supply Chain) 프로젝트를 다뤘던 필자의 시각으로 보면, 이 특허는 단순한 가격 차별화가 아니라 '데이터 주권 경제'의 설계도에 가깝다. 사용자의 데이터가 단순히 기업에 수집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본인에게 경제적 가치로 환원된다는 개념은 Web3의 핵심 철학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 특허는 2024년 대한변리사협회장상 '핀테크 특허 대상'을 수상하며 기술사적 의미를 인정받았다. 심사위원들은 "AI, 블록체인, 메타버스, IoT를 융합한 초개인화 경제 모델의 선구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현재 Web3 업계에서 논의되는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 '데이터 주권 경제', 'O2O 통합 결제 생태계'는 모두 이 특허의 핵심 개념과 맞닿아 있다.

30여 개 특허, 현재도 활발히 인용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정민호가 출원한 50여 개의 특허는 현재도 후속 기술 개발에서 선행기술로 활발히 인용되고 있다. 특히 UX, 검색, 커머스, 핀테크 분야에서 그의 특허를 참조한 후속 특허가 다수 확인된다.

특허 분석 전문가들은 "특허의 진정한 가치는 출원 당시가 아니라, 이후 얼마나 많은 기술 혁신의 토대가 되느냐에 달려 있다"며 "정민호의 특허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인용 빈도가 높아지는 드문 사례"라고 설명한다.

'파파스', 삶과 사후를 잇는 가족 사랑 플랫폼

정민호  대표의 기술 철학은 최근 더욱 파격적인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가 현재 구축 중인 '파파스(PAPAS)' 플랫폼은 생성형 AI, 메타버스, 블록체인, 디지털 통화를 융합해 부모와 자식 간의 삶과 사후를 연결하는 '사후에도 용돈을 주는 가족 사랑 플랫폼'이다. 2년 전 프로토타입 구현 후 생성형 AI 기술 발전을 더 기다리고 있다. 그야말로 기술이 오기까지 기다린다는 말이 재미있다.

이 플랫폼은 부모가 생전에 설정한 조건과 메시지를 AI가 학습하고, 사후에도 자녀들의 생일이나 중요한 순간에 디지털 통화(스테이블코인)로 용돈을 지급하며 메타버스 공간에서 부모의 AI 아바타가 격려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블록체인 기술로 자산 배분과 집행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스마트 계약을 통해 자동화한다.

기자가 IBM에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다루며 느꼈던 가장 큰 한계는 '기술의 인간적 활용'이었다. 대부분의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금융거래나 공급망 관리에 집중하는 동안, 정민호는 기술을 '가족 간 사랑의 연속성'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인간 관계에 적용하고 있다.

관련 특허를 출원한 정민호 대표는 "기술은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라며 "생명의 한계를 넘어 가족 간 사랑을 이어가는 것이야말로 기술이 추구해야 할 궁극의 가치"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자산 전문가들은 "생성형 AI와 블록체인을 활용한 디지털 유산 플랫폼은 글로벌적으로도 초기 단계"라며 "기술적 구현뿐 아니라 법적·윤리적 프레임워크 구축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한다.

2000년 민간 전자정부, 너무 빨랐던 혁신

정민호 대표는 2000년 정부보다 2년 앞서 한국 최초의 민간 전자정부 솔루션(HomeMailTV)을 선보이기도 했다. 행정 서비스, 전자문서, 인증 시스템을 통합한 이 솔루션은 당시 혁신으로 평가받았지만 시대가 너무 빨랐다.

소프트뱅크 재직 시절 일본의 전자정부 사례를 연구했던 필자로서는, 2000년에 이미 민간이 통합 전자정부 플랫폼을 구축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당시 한국 정부의 전자정부 로드맵은 2002년에야 본격화됐다.

"기술은 사라지지 않는다, 시대를 기다릴 뿐"

정민호 대표 사진
정민호 대표 사진

정민호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기술은 단절이 아니라 회귀"라며 "인간이 상상한 모든 것은 언젠가 돌아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4대 핵심 발명은 '의도 → 맥락 → 행동 → 경제'로 이어지는 AI 시대의 핵심 구조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생각하는 마우스(UX), 지역 검색(맥락), 가상 구매(행동 예측), 마이프라이스(초개인화 경제)는 각각 독립된 발명이 아니라 하나의 진화 선상에 있다.

IBM에서 수많은 기술 로드맵을 검토했던 필자의 경험에 비춰보면, 이처럼 일관된 철학으로 25년간 기술의 미래를 예견한 사례는 글로벌 IT 업계에서도 매우 드물다. 대부분의 기술 특허는 당장의 시장 수요에 반응하지만, 정민호의 특허들은 '아직 오지 않은 시대'를 설계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기술경영 전문가들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16년까지 일관된 철학으로 기술의 미래를 예견한 사례는 국내에서 매우 드물다"며 "특히 상업적 성공보다 기술적 선견성에 집중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한다.

정민호 대표는 "그때는 발명이었고, 지금은 생태계"라며 "기술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세상이 이해할 준비를 할 때까지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1994년 서울 서초동 작은 인터넷카페에서 시작된 연결의 실험은 30년이 지난 지금, AI와 블록체인이 만드는 초개인화 경제의 뿌리로 재조명받고 있다. 최초 PC방의 창업자이자 전자정부의 선구자로 불리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필자가 소프트뱅크와 IBM에서 목격한 수많은 기술 혁신 중에서도, 이처럼 시대를 관통하는 일관된 비전을 가진 사례는 손에 꼽힌다. 그리고 그 비전은 이제 생명의 경계를 넘어 가족 간 사랑을 연결하는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출처  체크]

1.마우스 포인터를 이용한 인터넷 검색 방법
2.인터넷을 이용한 전자상거래에서의 가상구매 시스템
3.O2O와 사물인터넷을 결합한 나만의 가격 결정방법과  블록체인 핀-코인 생성 시스템 및 핀테크 시스템
4.소셜 디지털화폐 생성 및 공유 시스템과 그 방법
5.우편번호와 주소에 의한 이메일 생성 및 인터넷 검색 방법

김현창 과학부 기자 ( 소프트뱅크 코리아·전)IBM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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