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때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현재의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통화정책에 대해 현재의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유지할 것을 시사하는 '매파적' 발언을 쏟아냈다.
최근 캐나다, 유럽 등 주요국이 수 년만에 전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하며 피벗(통화정책기조전환)에 나섰으나, 한은은 서두를 생각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에서 열린 창립 74주년 기념식에서 "섣부른 피벗 이후 인플레이션이 재차 불안해져 다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때 감수해야 할 정책 비용은 훨씬 더 클 것"이라며 밝혔다.
이 총재는 "고물가·고금리로 인해 여러 경제주체가 겪고 있는 고통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물가가 제대로 안정되지 않으면 실질소득의 감소, 높은 생활물가 등으로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가중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물가상승률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기대 이상으로 양호한 성장률, 환율변동성 확대 등으로 물가의 상방 리스크가 커져 통화정책 기조를 오랜기간 유지하며 상황을 보겠다는게 이 총재의 설명이다.
이 총재는 특히 "너무 일찍 통화정책 기조를 전환할 경우 물가상승률 둔화 속도가 늦어지고 환율변동성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했다.
이 총재는 다만 "너무 늦게 정책기조를 전환할 경우 내수 회복세 약화와 더불어 연체율 상승세 지속 등으로 인한 시장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인플레이션과의 마지막 싸움 구간에 접어든 지금은 이같은 상충관계를 고려한 섬세하고 균형있는 판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이어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정책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내세운 ‘천천히 서두름(Festina Lent)의 원칙을 되새겨볼 때”라고 강조했다.
이는연준 제롬파월 의장이 종종 인용했던 말로, 보다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피벗을 결정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미국 연준(Fed)의 피벗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 한국 통화당국의 수장인 이 총재가 매파적 성향을 드러냄에 따라 우리나라 금리인하 시점이 4분기말이 아니라 해를 넘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더라도 높은 물가는 계속 생계비 부담으로 남을 것이며, 이는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주요국 대비 높은 의식주 비용을 낮추기 위해 공급 채널을 다양화하고 유통 구조를 개선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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