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다시 2%대에 복귀했다. 2, 3월 3%대를 유지하다 4월들어 2.9%로 상승률이 둔화됐다. 金과일 여파를 딛고 석달만에 힘겹게 2%대에 재진입했다.
표면적으로 물가지수는 고개를 떨궜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기 어렵다. 기름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과일값이 도무지 내려올 줄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기조적 물가를 보여주는 근원물가 지수는 2%대 초반까지 둔화되면서 헤드라인 물가와 체감물가의 괴리가 커지는 흐름이다.
◆신선과일 38%↑ '초강세'...생활물가 고공행진
2일 통계청 '4월 소비자물가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13.99(2020년=100)로 전년 동기 대비 2.9% 올랐다.
CPI 상승률은 올해 1월 2.8%에서 2~3월 연속으로 3%대에 머물다가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앉았다. 지난 두달 대비 0.3%포인트(p) 떨어졌지만, 정부와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2%)에 더 가까워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않다.
주요 상품별로는 농축수산물이 1년 전보다 10.6% 상승하며 물가상승률 둔화에 찬물을 끼얹었다. 축산물(0.3%), 수산물(0.4%)은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보였지만 농산물이 20.3% 급등한 탓이다.
지난 3월에도 20.5% 상승폭을 나타낸 농산물은 정부의 온갖 대책에도 좀처럼 내려올 줄을 모른다. 가공식품은 1.6%, 석유류는 1.3%, 전기·가스·수도는 4.9% 각각 상승했다.
농산물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물가기여도 측면에서는 농산물은 물가상승률을 무려 0.76%p) 끌어올렸다. 외식을 비롯한 개인서비스 물가도 0.95%p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동 리스크 속에 석유류 가격이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물가상승률 기여도는 0.05%p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금과일'이 촉발시킨 이른바 애그플레이션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 지 알 수 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작년 동월 대비 3.5% 상승했다. 3월(3.8%)보다는 상승폭이 0.3%p 줄었으나 여전히 3% 중반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밥상물가와 직결되는 신선식품지수는 전월보다는 3.7% 하락했지만, 작년 동월 대비로는 19.1% 오르면서 불안한 흐름을 이어갔다.
특히 신선채소가 12.9% 올랐다. 사과(80.8%)와 배(102.9%)를 중심으로 신선과실은 38.7% 상승했다. 지난 3월(40.9%)에 이어 40% 안팎의 오름세를 유지했다.
사과에 이어 배가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75년 1월 이후로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토마토(39.0%), 배추(32.1%) 등도 상당폭 올랐다.
낮은 할당관세가 적용된 탓에 망고(-24.6%)·바나나(-9.2%)가 하락했고 정부가 비축 물량을 방출한 탓에 고등어(-7.9%) 등은 하락했다.
◆근원물가 2% 초반 주목...국제유가 흐름 주시해야
공미숙 심의관은 과일값 강세에 대해 "정부의 긴급안정자금이 지원되기는 하지만 사과나 배는 저장량과 출하량이 적다 보니 가격이 크게 떨어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새로 출하될 때까지는 가격이 유지되지 않겠나 싶다"라고 말했다.
그나마 근원물가 지수들은 2%대 초반까지 낮아졌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2% 오르면서 전달(2.4%)보다 0.2%p 상승률이 낮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2.3% 올랐다. 지난해 3%대에서 작년 11월 2%대로 떨어진 이후로 12월 2.8%, 올해 1~2월 2.5%, 3월 2.4% 등으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물가당국은 근원물가가 상당히 내려온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과일, 채소, 석유류 등 변동성이 큰 품목만 가격안정을 되찾으면 CPI가 2%대로 수렴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문제는 국제유가 변동성이 크고 기상여건이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2%대 물가' 안착이 요원하다는 점이다. 향후 물가의 뇌관인 석유류는 중동발 위기가 최대 위협요인이다.
중동 정세에 따라 국제유가가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지만, 수급 자체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상승률이 우하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황경임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석유류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당초 예측한 범위 이내"라며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과일'을 선도하는 사과와 배가 올여름 햇사과와 햇배가 나올 때까지 당분간 가격 안정세를 기대하긴 어렵고, 국제유가의 안정을 당분간 예단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통계청 공미숙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의 최대 외생변수인 석유류 가격 변동을 주의해서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당국의 바람대로 2%대 초반까지 내려오기는 힘들고 잘해야 2%대 중반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OECD는 2일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물가상승률을 2.7%에서 2.6%로 0.1%p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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