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불안과 기상이변이란 알고도 막을 수 없는 물가의 복병에 7월 소비자물가가 반등했다. 정부의 물가 목표치인 2%대 초반을 향하던 물가는 넉달만에 오름폭이 확대됐다.
지난 4월 2.9%로 내려온 물가는 이후 7월까지 4개월 연속 2%대 오름세를 유지했지만, 전월 대비로는 상승폭이 0.2%포인트(p) 올랐다.
정부는 8월엔 다시 물가가 둔화될 것이라 전망했지만, 최근 중동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는데다 이달은 계절적으로 집중호우와 태풍이 빈발하는 시기란 점에서 물가상승률 둔화를 낙관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농산물값 9% 상승과 유류세 인하폭 축소 여파
국제유가 상승과 유류세 인하분의 일부 환원으로 석유류 가격이 21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한데다, 사과·배 등 과일값의 고공행진이 지속되며 물가상승률 둔화세가 꺾였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13(2020년=100)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2.6%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1월 2.8%에서 2∼3월 3.1%로 높아졌다가 지난 4월(2.9%)부터 다시 2%대로 내려앉았다. 이후 5월에 2.7%, 6월에 2.4%까지 우하향 곡선을 그리다 7월에 다시 고개를 쳐든 것이다.
품목별로는 농·축·수산물이 1년 전보다 5.5% 올랐다. 축산물(2.2%)과 수산물(0.9%)은 안정세률 유지했으나 7월에도 농산물이 발목을 잡았다.
전년 동기 대비 농산물 값은 9.0% 상승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과일값이 다소 진정되긴 했지만, 사과가 39.6% 오르는 등 '금과일' 현상은 여전했다. 특히 배 가격은 무려 154.6% 올라 통계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상승률을 또다시 갈아치웠다.
과일보다는 채소가 더 문제였다. 장마철을 맞아 집중호우의 영향으로 작황이 부진하면서 상추(57.2%), 시금치(62.1%), 배추(27.3%) 등 채소류가 일제하 강한 오름세를 보였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폭우를 비롯한 기상 악화 영향으로 생육 주기가 짧은 채소류 가격이 전월보다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석유류도 물가오름폭 확대에 기름을 부었다. 석유류는 전년 동기 대비 8.4% 올라 2022년 10월(10.3%)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휘발유가 7.9% 올랐고 산업용으로 많이 쓰이는 경유는 두자릿수(10.5%)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는 정부의 세수 확충을 위한 유류세 인하 폭 축소와 국제유가 상승, 기저효과 등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휘발유 유류세 인하 폭은 지난달 1일부터 25%에서 20%로 5%p 줄었다. 경유와 LPG부탄의 인하 폭은 37%에서 30%로 더 축소폭이 컸다.
외식 물가는 2.9%, 외식 제외 서비스 물가는 3.0% 각각 상승했다. 물가기여도 측면에서는 석유류가 전체 물가를 0.32%p, 농·축·수산물이 0.41%p 끌어올렸다. 외식 제외 서비스 물가의 기여도는 0.59%p였다.
◆8월 이후 물가, 중동위기 등 알고도 못막는 변수 많아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지수들은 2% 초반대에서 안정된 흐름을 이어갔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작년 동월 대비 2.1%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2.2% 상승했다.
그러나 6월 2.8% 상승했던 생활물가지수는 7월 3.0% 올라 상승세가 소폭 확대됐다. 식품 물가가 3.4% 올랐다. 서민 체감물가가 3%대로 다시 진입한 것이다. 특히 '밥상 물가'와 직결되는 신선식품 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7.7% 상승했다.
정부는 추가 변수가 없다는 전제하에 소비자물가가 8월부터 2%대 초중반의 물가 둔화 흐름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김웅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8월부터 지난해 유가·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도 크게 작용하면서 다시 둔화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밝혔다.
변수는 기상이변과 중동발 국제정세 불안이다. 이 두가지 변수는 사실상 예측이 불가능하며,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이슈다.
먼저 기후위기 고조로 전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이 심각하다. 사상 초유의 폭염, 폭우, 태풍 등이 반복해서 발생하며, 과일과 채소가격이 어디로 튈지 예측이 어렵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햇배와 햇사과가 나오고, 다른 제철 과일들의 작황도 좋아 과일값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기상이변이 일어난다면 이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
중동 불안은 향후 물가의 가장 강력한 복병이다. 이란 하마스 지도자 하니예의 암살을 계기로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 전운이 감돌며 금방이라도 제5차 충돌이 일어날 것같은 분위기다. 상황에 따라 국제유가가 급등할 개연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물가 안정의 발목을 잡고 있는 농산물과 석유류는 미리 예방 자체가 어려운 변수"라며 "8월 이후 물가의 흐름이 이 두 가지 변수에 따라 높낮이를 달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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