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6일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경제성장률은 '긍정', 물가는 '부정'으로 요약된다.
수출효자 '반도체 효과'로 경기회복세가 빨라지며 성장률은 당초 전망치보다 크게 높아지겠지만, 물가 흐름은 오히려 나빠질 것이란 진단이다.
KDI는 특히 경기회복세가 뚜렷한만큼 추가 경기부양 필요성은 줄어들고 있으며, 대신 점진적 긴축완화에 나서야한다고 지적했다.
◆수출 호조속 성장률 회복선...'상고하저' 흐름 보일 듯
KD는 16일 내놓은 '상반기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2%에서 2.6%로 제시했다. 지난 2월 예상치보다 0.4%포인트(p) 높였다.
KDI의 전망치는 지난 1분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속보치가 1.3%(전분기 대비)로 크게 호조를 보인 이후 국내 기관으론 첫 성장률 상향조정이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6%로 높였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미국 무디스도 지난 9일 한국이 반도체 호조와 설비투자 회복을 이유로 예상치를 2.5로 조정했다.
KDI는 반기별로는 상반기에 2.9%, 하반기 2.3% 각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률이 둔화되는 '상고하저'(上高夏低) 흐름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다.
KDI는 반도체 경기의 지속적인 상승세로 수출이 경기 회복세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총수출(물량)증가치를 기존 전망치(4.7%)보다 0.9%p 높아진 5.6%로 예상했다.
KDI는 다만 민간소비는 고금리 기조 영향으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1.8%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설비투자는 2.2% 증가하겠으나, 건설투자는 부동산경기 하락에 따라 작년부터 나타난 건설수주 위축 영향으로 올해 1.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고하저의 경기흐름과 관련해선 11월 미국 대선 이후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심화돼 글로벌 무역이 위축돼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약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KDI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 성장률이 다소 높을 것으로 예상되나 내년 경제성장률을 2.1%로 낮아질 것으로 봤다.
KDI는 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존 전망치(2.5%)보다 0.1%p 높인 2.6%를 제시했다. 불안한 중동정세 리스크와 국제유가를 고려한 전망이다.
KDI는 물가상승세가 상반기 3%대(3.0%)를 유지하고 하반기엔 2.3%로 둔화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의 최종 물가안정목표(2.0%)치에 근접하는 것은 내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봤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률도 올해 2.3%로 낮아지고, 내년엔 2.0%로 수렴할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성장률과 물가 흐름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현재 3.50% 수준의 기준금리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2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긴축기조를 중립 수준으로 점차 완화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지속적으로 하락, 물가안정 목표에 근접한만큼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우려는 이제 상당부분 완화됐다는게 KDI의 판단이다.
KDI는 현재와 같은 고금리 기조가 가계와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을 상승시키는 등 내수 회복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어 긴축기조의 점진적 조정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물가가 어느정도 안정된다면 고금리 기조도 점차 중립적으로 전환하면서 우리 경제가 정상적인 수준으로 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이어 "정부의 재정정책도 지금 다소 확장적인 기조라고 평가하는 데 경제가 정상적인 궤도로 간다면 재정 적자 폭도 줄면서 재정정책 역시 정상 궤도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물가상승세 둔화흐름을 고려해 유류세 인하 조치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추가 내수부양책 필요성 낮아..."긴축완화 필요성"
KDI는 특히 현재로선 추가 경기 부양의 필요성이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통화정책의 긴축 기조가 완화된다면 내수도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KDI는 지난 2월 경제전망에서 물가 안정세를 흩뜨리는 대규모 내수 부양책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 바 있다. 지난 13일 '고물가와 소비부진' 분석에선 올해 민간소비가 나아질 것으로 전망돼 단기 부양책이 필요치 않다고 주장했다.
KDI는 경기 부양 필요성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도 점차 축소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고령화 등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 지출구조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즉, 복지재정 수요 확대를 감안해 지출구조 조정과 세입기반 확충을 통해 국가 채무의 급증세를 억제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를 위해 고령층의 건강상태 개선을 반영한 노인연령 상향조정, 저출생에 따른 학령인구감소를 반영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방식 개편을 고려할 수 있다고 짚었다.
KDI의 이번 수정 경제전망 발표는 향후 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당당 정부(2.2%)와 한국은행(2.1%)의 성장률 전망치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분기 '깜짝 성장'에 이어 2분기도 호조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정부의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는 대략 2.6~2.7%선으로 조정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시점도 예상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한은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올해 7, 8, 10, 11월 등 4차례가 남아있다.
한은은 당초 7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낮출 것을 검토했으나, 미국의 금리인하가 늦어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4분기에나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KDI를 필두로 주요 기관에서 긴축완화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다, 수출에 비해 내수회복 속도가 느린만큼 통화당국이 선제적인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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