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이후 청년들의 전반적인 고립 경험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지만, 3개월 이상 정서적 고립을 겪는 고위험군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고립 청년 상당수가 사람과의 관계 대신 생성형 AI를 정서 관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청년 고립 문제가 새로운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단법인 오늘은은 9일 만 19~34세 남녀 48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6 청년세대 고립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2022년 조사 이후 4년 만에 동일 지표로 실시된 추적 조사로, 청년 고립의 변화 흐름과 AI 서비스의 정서적 활용 실태를 함께 다뤘다.
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의 물리적 고립 경험은 2022년 63.3%에서 2026년 50.8%로 감소했다. 정서적 고립 경험 역시 같은 기간 60.8%에서 49.8%로 줄었다. 표면적으로는 고립 지표가 개선된 셈이다.
그러나 장기화된 정서적 고립을 겪는 청년은 늘었다. 3개월 이상 정서적 고립 상태가 지속된 고위험군 비율은 2022년 14.5%에서 2026년 16.9%로 상승했다. 특히 노동 시장에서 이탈해 구직 의사조차 없는 청년의 41.4%, 1인 가구 청년의 23.5%가 고위험군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취업난, 주거 형태 변화, 관계 단절 등이 청년 고립의 만성화와 연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체 고립률은 줄었지만, 이미 깊은 고립 상태에 놓인 청년들은 더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고립 청년들의 AI 활용이다. 고립 경험 청년의 72.3%는 정서 관리 목적으로 AI를 이용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고립 비경험 청년의 47.6%보다 높은 수치다.
물리적 고립 고위험군의 20.7%는 AI를 정서 관리 목적으로 하루에도 수시로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정서적 고립 고위험군의 54.7%는 AI의 장점으로 ‘비밀과 고민을 안전하게 털어놓을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보고서는 AI가 고립 청년들에게 비난받을 걱정 없이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대화 상대이자 심리적 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AI를 정서적 목적으로 사용한 경험이 있는 1인 가구 청년의 47.7%는 “AI 서비스가 사라지면 상실감을 느낄 것”이라고 답했다.
고립 청년을 바라보는 외부 시선과 당사자의 인식 차이도 확인됐다. 고립 경험이 없는 청년 중 “고립 청년에게 적극적인 탈출 의지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 비율은 2022년 43.0%에서 2026년 41.2%로 낮아졌다.
반면 고립 청년 당사자의 적극적 탈출 의지는 같은 기간 56.1%에서 60.3%로 높아졌다. 고립 청년들이 고립 상태를 운명처럼 받아들이기보다 여전히 관계 회복과 사회 복귀를 원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편 고립 원인으로 ‘자발적 선택’을 꼽는 비율도 크게 증가했다. 물리적 고립 상태를 자발적으로 선호했다는 응답은 2022년 25.1%에서 2026년 29.5%로 늘었다. 정서적 고립 상태를 자발적으로 선호했다는 응답은 18.3%에서 31.4%로 증가했다.
강국현 사단법인 오늘은 사무국장은 “고립의 원인으로 자발적 선택을 꼽는 청년이 크게 늘어난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것이 온전한 자발성인지, 아니면 사회 환경에 떠밀린 불가피한 도피인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은 사회의 관심에 감사하면서도 획일화된 지원 방식에는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며 “고립 기간, 생활 환경, 상처의 깊이에 따라 세분화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2026 청년세대 고립보고서’ 전문은 사단법인 오늘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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