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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칼럼]팬데믹하에서 베트남이 주목되는 이유 “대를 이은 한국사랑”

권성택 (KOVECA 상근부회장)

전 세계를 미증유의 혼란으로 몰아넣은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또 새로운 변화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것은 개인에만 국한하지 않고 국제관계에 있어서도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큰 특징 중 하나는 국가나 개인에게 차별을 두지 않고 코로나 바이러스를 가볍게 여기거나 소홀히 여기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지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한다. 그렇기에 세계 최강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이 최대의 확진자와 사망자를 낳았고 그동안 문명국이라 자부하던 유럽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허우적대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인류 앞에 내던져진 최대의 적 코로나19 앞에서 국제적 공조는커녕 오히려 이전보다 더 갈라져 심각한 적전분열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슈퍼파워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이제 무역 분야를 넘어서서 군사적 충돌 일보직전까지 와 있으며 한층 심화되고 있는 보호주의 무역장벽은 세계경제에 무서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실정이다.

KOVECA 권성택 상근부회장(사진= 이 신 기자)
KOVECA 권성택 상근부회장(사진= 이 신 기자)

대립과 갈등 해결의 수단은 만남과 소통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 마을 앞에는 큰 강이 흐른다. 어린 시절 우리는 이 강을 사이에 두고 건너 마을과 종종 편싸움을 하곤 했다. 아이들끼리 집단으로 모여 강 건너 마을의 아이들을 향해 돌멩이를 던지며 적개심을 불태우다가 때로는 활을 만들어 화살을 쏘기도 했는데 일상적인 축제나 놀이로 생각하기엔 다소 위험하고 과격한 행동들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다리가 생겨 마을간 이동이 자유로워지고 서로를 알게 되면서 예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다시 말해 대립과 갈등의 해결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만남과 소통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세계도 교통과 통신 발달하여 이동이 자유로워지고 만남이 빈번해지다보면 국경의 의미가 별 소용이 없고 평화는 자연스레 이뤄지는 것으로 기대했었는데 막상 미세한 바이러스 앞에서 이러한 기대는 허망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바이러스를 예방하거나 퇴치를 하는 최적의 방법이 봉쇄로 나타난 것이다. 
전혀 예기치 않게 갑작스레 나타난 이 새로운 현상은 바이러스보다 오히려 더 무서운 불신, 대립, 갈등, 이기주의와 같은 부정적인 요소들을 쏟아내고 있다. 우리는 분명 21세기 첨단 과학문명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삶의 방향과 가치는 문명의 시계를 20세기 이전으로 돌려놓고 말았다. 강대국은 강대국대로 약소국은 자국의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여겨지지만 국가이기주의 앞에서 지구촌이라는 말은 무색해 지고 말았다. 당연히 코로나19 이후 국제질서는 필연적으로 재편될 것이며 베트남은 코로나19 이전 대다수 한국인들 특히 기업인들에게 있어 최대로 주목을 받은 나라였다. 항간에 기업하는 사람이 베트남을 얘기하지 않으면 팔불출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베트남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베트남은 한국인의 최대 투자국이자 가장 가까운 파트너
지난해에만 베트남을 방문한 한국인이 약 430만 명이었고 작년까지 베트남 최대 투자국이 될 정도로 한국인의 베트남 사랑은 폭발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다보니 지난 3월 코로나19 초기에 시행한 베트남의 봉쇄정책에 한국인들이 가졌던 아쉬움과 섭섭함은 매우 컸다. 방역과 경제라는 두 가지를 붙잡아야하는 베트남 정부의 정책을 이해하면서도 어쩌면 한국인들의 마음속에 베트남은 가장 가까운 이웃이고 파트너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전 협의와 통보라는 과정은 생략된 채 정부 방침이라 하면서 한순간 갑작스레 내려진 일방적인 결정에 몹시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제는 양국 국민들 사이에서도 당시의 서운함은 점점 희석돼가는 것 같아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우리나라에게 있어 베트남이 그만큼 소중한 국가로 인식되어 있으며 여전히 관심을 갖고 있다는 증거다. 성경에서는 가장 무서운 형벌을 무관심이라고 표현한다. 연예인이나 정치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도 역시 무관심이다.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것에 상관없이 베트남과 관련한 소식들이 최상위 뉴스에 올랐다는 것은 한국에게 있어서 베트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보여준다. 두 나라사이에 있었던 이해의 충돌로 인한 잠시 동안의 갈등을 부정적인 것으로만 여기지 말고 두 나라가 앞으로 더 멀리 더 길게 함께 가는데 있어 건강한 파트너가 되기 위한 교훈과 숙련의 과정으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오는 12월 22일이면 한.베수교 28주년을 맞는다. 두 나라는 수교 이래 지난 28년 동안 거침없이 달려왔고 외교사적으로 유래가 없을 만큼 각 분야에 걸쳐 놀라운 성과를 가져왔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는 5억 달러에 불과했던 교역량이 지난해엔 692억 달러, 2,000만 달러도 되지 않았던 투자액은 지난해까지 670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기적과도 같은 발전을 이룩하였다. 2007년 베트남이 WTO에 가입한 이래 양국간 교역규모는 연평균 20%이상씩 증가했고 한국의 베트남 투자도 증가하면서 지난해까지 한국은 베트남 최대 투자국이자 4위 교역국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이러한 급격한 관계발전은 지리적인 위치와 상호보완적 경제구조, 분단의 역사와 유교를 바탕으로 한 유사한 문화 및 역사적 배경, 근면하고 성실한 국민성 등 다채로운 동질감이 어우러져 빚어낸 결과라 할 것이다.

Pham Tien Van 전 주한 베트남 대사, 대를 이어 한국사랑
더불어 이러한 역사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와 헌신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인데 수교를 이루는 과정과 그 이후 베트남과 한국과의 관계발전에는 대를 이어 교량역할을 해온 매우 특별한 가정을 소개한다. 더욱이 이분들의 역할은 과거에만 머문 것이 아닌 매우 중요한 분야에서 현재 진행 중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Pham Tien Van 전 주한 베트남 대사, 베트남을 잘 알거나 베트남에서 기업을 하는 한국인이 이 분을 모른다면 베트남을 잘 안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한국인들에겐 매우 친숙하고 잘 알려진 분이다.  Van 대사님은 (*베트남은 이름의 끝자리로 호칭함) 1967년 북한 김일성대학 어문학부에 입학하는 것으로 한반도와의 인연을 시작, 졸업 후 베트남 외교관으로 평양주재 베트남대사관에서 10년, 이후 한국과 베트남과의 수교협상에 실무자로 참여하였으며 주한 베트남 대사관 공사 및 대사로 10여년을 한국에서 보냈다. 주한 베트남대사로 재임하는 동안 그의 탁월한 한국어 실력과 누구에게나 친숙한 그의 성품으로 한.베관계 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하였고 세 아들 모두 대학원 과정을 한국에서 수학하게 하였다. 퇴임 이후에도 그의 역할은 끝난 것이 아니라 베한친선협회 부회장을 맡아 참빛그룹, 포스코건설, 삼성전자 등 한국의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은 물론 정착에 견인차 역할을 맡아 오히려 더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모님 역시 동시대에 북한 원산농업대학에 입학하였고 졸업 후에는 베트남 공산당 대외부 동북아국 부국장으로써 은퇴할 때까지 한국과 관련된 일을 하였으며, 큰 아들은 2018년까지 평양주재 최연소 베트남대사로 있다가 현재는 베트남 외교부 국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둘째 아들은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막내인 셋째 아들 역시 경희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베트남 투자기획부(MPI) 한국담당 과장으로 재직하다가 지난해 11월 MPI 파견 주한 베트남대사관 2등 서기관으로 부임하여 지금도 베트남에 진출하는 한국기업들을 위한 모든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Van 대사님 한 가족 전체가 한국 그리고 북한까지 아우르는 매우 독특한 인연들로 연결돼 있는 모습 속에서 남과 북의 통일에 베트남의 역할이 왜 중요한가를 엿볼 수가 있는데 대사님 가족 전체가 우리 못지않게 남북통일을 열망하고 있었다.
Van 대사님은 1974년 7.4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되던 당시 한창 전쟁 중인 베트남 입장에서는 남북의 수뇌부가 오가면서 공동성명까지 발표하는 등 남과 북이 금방이라도 통일이 될 것 같아 몹시 부러웠다고 했다. 그러나 이듬해 베트남은 전쟁이 끝나고 통일이 되었지만 46년이 넘도록 아직도 대치중인 남과 북을 볼 때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고 한다.
위와 같은 경우를 보면서 우리에게 베트남이 왜? 소중하고 베트남에게 한국이 왜? 필요한가는 더 이상 말 할 나위가 없다. 코로나19 이후 재편될 국제질서 속에서 지구상 어디를 살펴봐도 두 나라만큼 공존의 가치를 진지하게 공유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그렇다면 지난 코로나19 초기 두 나라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감정까지 치켜세웠던 기억들을 어디서부터 누가 잘못해 비롯된 것인가를 따지는 것보다 미래를 위한 좋은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더욱 두터워지는 보호무역의 장벽과 더욱 심각해지는 국가이기주의 넘어 두 나라의 공존과 상생을 위해서는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를 바탕으로 각자가 지닌 강점을 토대로 한 맞춤형 협력과 서로 윈윈하며 지속 가능한 방향제시, 그리고 보다 정밀하게 제도화된 네트워크 협력을 통해 글로벌 환경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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