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 세계의 하늘길이 끊긴지도 수개월이 지났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고통 받는 사람들은 해외에 있는 우리의 동포들이다. 현지에서의 생업으로 인해 한국을 자주 드나들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언제든 고국에 갈 수 있다는 마음과 오랜만에 고국을 찾았을 때의 그 행복감은 삶의 활력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에 있던 한국인들이 해외로 나가지 못하는 것과 해외의 동포들이 한국을 방문하지 못하는 것은 다소 차원이 다른 문제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동포들은 고국에 대한 사랑을 잊지 않고 있으며, SNS의 발달로 늘 고국의 소식을 접한다. 또 다양한 온라인 강연을 통해서 소통을 하고,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민주평통 동남아남부협의회 싱가포르지회 최남숙 지회장은 올해로 39년 째 해외에 거주하고 있으며, 11년째 민주평통 일을 돌보면서 고국에 대한 사랑을 이어나가고 있다. 최근 최 회장의 근황과 교민들의 안부를 들어보았다.
한인사회 소통과 단결을 위한 강연회 열려
지난 6월 15일, 민주평통 싱가포르지회의 주최로 매우 특별한 온라인 강연이 열렸다. 전(前) UN대사이자 경희대 오준 교수의 ‘코로나 사태 이후의 세계와 한반도’에 대한 교민들과의 강의와 질의응답이 있었다. 최남숙 지회장은 지금의 코로나 사태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국제질서의 변화, 그리고 향후 고국 한반도가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가늠하기 위해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고 한다.
“싱가포르 한인회 윤덕창 회장님을 비롯해 신용섭 코참회장님, 박선미 여성회장님, 강혜영 한국국제학교장님 등을 비롯해 50명이라는 많은 인원이 참석해주셔서 성황리에 강연이 끝이 났습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사태에 맞닥드려 세계정세, 사회경제적인 불평등, 한반도의 역사와 미래 등 광범위한 문제를 매우 심도있게 다룬 자리여서 저 역시도 매우 뿌듯합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지적 탐험을 위한 자리를 종종마련하려고 합니다. 지금과 같은 비대면의 시대에는 이런 방법을 통해서라도 서로간의 소통을 활발히 하고 고국 사랑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최남숙 회장은 젊은 시절에 외국생활을 꿈꾸지 않았지만 결혼과 함께 인생의 행로가 많이 바뀌었다. 경북대학교 사범대 영어과를 졸업한 최 회장은 대구의 여중고에서 6년간 교사생활을 했다. 그때 만난 사람이 당시 효성그룹 산하의 목재회사에 근무했던 지금의 남편인 전 싱가포르 노종현 한인회장이다. 노 회장은 당시 주재원으로 말레이시아로 파견을 나갔으며 아내인 최남숙 회장 역시 그렇게 먼 타국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5년간의 주재원 생활을 퇴사한 노종현 회장은 동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에서 원목수출이라는 개인 사업을 하게 됐다. 최남숙 회장 역시 그런 남편을 도와 일과 가정을 돌보았고, 출산과 육아는 물론이고 명절 때에는 매년 시댁인 창녕을 찾아 며느리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저에게 주어진 사회적인 역할을 다하기 위해 참으로 바쁘게 살았던 세월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한국어 교육을 위해 한국에서 잠시 살 때에는 동창들과의 잊지 못할 추억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면서 조금의 여유가 생겼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한인사회를 위한 봉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2008년 싱가포르 한인여성회를 창립할 때 창립맴버로 봉사를 했고, 2009년 싱가포르 한인회,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을 했습니다.”
국제 행사에 참여하고 다양한 인터뷰 하기도
처음에는 작게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의외로 일이 커지게(?) 되었다고 한다. 2010년 전 세계 30여개국의 한국 여성리더들 250명이 참여하는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에 참여해 UN평화기념관을 찾을 당시였다. 갑자기 여성가족부로부터 연락이 와 인터뷰를 하게 되었는데, 그 내용이 해럴드경제신문 1면에 사진과 함께 실리는 행운을 얻게 됐다. 이후 감사한 마음에 코위너재단에 가입하고, 이후에도 한국여성리더들이 참석하는 국제컨벤션에 여럿 차례 참석하게 됐다.
“컨벤션을 통해 개최지의 역사와 문화현장을 탐방하고, 그곳에서 활동하며 성공한 한국인 여성리더들을 중심으로 문화, 예술, 경제, 교육 등의 다방면의 현장을 직접 가보게 되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여성들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토론, 개최지의 로컬 사회에서 장학금 지급 등 후진 양성의 보람된 시간을 보내게 되니 너무나 뿌듯했습니다. 오랫동안 만나온 운영이사님들은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지만 마치 자매같은 동료의식을 느끼곤 했습니다.”
최 회장이 민주평통 일을 하게 된 것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처음에는 이 단체에서 자신이 어떤 일을 할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되돌아보니 자기 스스로도 6.25 전쟁과 결코 무관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삶을 통해서 본 실향민의 절절한 삶의 모습이 거리가 먼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민주평통 활동을 통해 해외에 거주하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고, 역사공부를 위한 특별강연회, 통일골든벨 등을 개최했다. 또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한인사회 전체가 참여해 코로나 성금을 모았고, 한국적십자로 보내기도 했다.
최 회장에게 또하나 잊혀지지 않는 사건은 바로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북미정상회담이었다. 당시 수많은 나라에서 취재팀이 몰려와 취재를 했고, 또 카메라 장비를 든 기자단들은 남편인 당시 노종현 한인회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한인회로 몰려들었다. 그러던 중 곁에 있던 CNN기자가 최 회장에도 몇가지 질문을 했고, 어머니에 대한 내용이 방영이 되었다고 한다. 또 그것을 본 한국의 KBS ‘다큐멘터리 3일’ 취재팀과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때 당시에 가슴이 찡한 생각이 많이 스쳐지나갔습니다. 되돌이켜 보니 이미 저의 몸속에 남과 북이 있었습니다. 과거 함흥 간호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평양인민병원에 근무중이던 저의 어머니는 전쟁이 나자 북한군 간호사로 차출되셨습니다. 열여덟살의 어린 나이에 전쟁의 포화속으로 던져졌던 어머니는 그해 겨울 우여곡절끝에 국군 의무대로 인계 되었습니다. 책임 상사였던 아버지를 만나게 되었고 의무병들과 한 팀이 되어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를 누비며 생사를 함께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최남숙 회장은 이러한 과거에 대한 기억을 통해 실향민들의 아픈 가슴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되었고, 또한 고국을 떠나 해외에서 생활을 하는 동포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이런 봉사하는 삶이 있기까지 그녀의 남편인 노종현 전 한인회장과의 행복한 동행이 든든한 도움이 된다.
코로나19로 소중한 것들 되새겨
노 회장은 언제나 그녀에게 믿음직한 남편이자 자녀들의 든든한 아버지였으며, 또한 한인사회의 구심점이었다. 노 전 회장은 2015년 1월 제11대 한인회장에 당선되어 연임을 거쳐 총 4년간 한인회를 이끌었다. 이러한 공로로 ‘세계한인의 날’ 행사에서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훈하기도 했다. 지금은 제13대 윤덕창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주었지만, 여전히 한인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다양한 실천과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노 전 회장은 매우 다양한 방면에서 한인사회에 기여했다. 2016년에 처음으로 ‘싱가포르 한인회 장학금 수여식’을 했고, 광복절 행사, 가을 체육대회 등을 치러냈다.
최근 최남숙 회장의 일상의 즐거움은 여고 동창들과의 단톡방에 있다고 한다. 늘 해외생활을 하면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그때그때 한국으로부터 전해져오는 소식을 들으면서 함박웃음을 지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라고 한다.
“친구들이 생각날 때면 늘 단톡방에서 서로의 소식을 물어보고 근황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또 저의 근황을 궁금해 하는 동창들과도 연락을 합니다. 지금은 저 역시 코로라19로 인해 다소 갇혀지내는 시간이 많습니다. 그러나 외롭다기 보다는 오히려 저를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잊혀졌던 보물같은 인생의 가치, 그리고 남편과 가족의 소중함과 친구들과의 우정이 여전히 저에게는 매우 의미가 있는 것들입니다. 앞으로 이런 소중한 일상과 민주평통, 그리고 한인사회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아가고자 합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든든한 위상은 이렇게 해외에서도 한인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고국을 그리워하는 많은 리더들의 존재가 있기 떄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최남숙 회장과 남편인 노종현 전 한인회장이 앞으로도 싱가포르 한인사회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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