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전문가들이 어느정도 깜짝실적을 예상하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을 몰랐다. 삼성전자가 2분기에 무려 10조원이 훌쩍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당초 증권시장의 컨센서스(평균 전망치)를 2조원 이상 웃도는 어닝서프라이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작년 1분기에 매출 63.7조원에 영업이익 6400억원을 올리며 간신히 적자를 모면했던 삼성이 1년만에 영업이익이 16배 이상 늘어났다. 메모리 사업이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본격적인 재도약을 시작한 지난 1분기(6조6060억원)와 비교해도 이익규모가 57.4% 늘어났다.
◆DS부문 선전 덕 '깜짝실적'...2분기 연속 매출70조대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에 연결 기준 매출 74조원에 영업이익 10조4천억원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5일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매출은 23.31% 늘어났으며 영업이익은 무려 1452.24% 급증했다.
삼성의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은 것은 2022년 3분기(10조8520억원) 이후 7개 분기 만이다. 1년 9개월만에 분기영업익 '10조클럽'에 재가입한 셈이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6조5700억원)도 단숨에 뛰어 넘었다. 1분기에 이어 또 다시 2분기 연속 깜짝실적에 반기 누적 영업이익도 17조원을 돌파했다.
매출도 2분기 연속 70조원대를 시현하며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상반기 매출은 175조원을 넘어서며 올해 연간 매출 300조원대 재진입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삼성은 지난 2022년 매출 302조원, 영업이익 43조원의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바 있다.
삼성의 이번 실적은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당초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15곳의 컨센서스(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삼성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6685억원) 대비 12배가 넘는 8조2680억원, 매출은 23.14% 증가한 73조8천892억원으로 각각 예측됐다. 결과적으로 매출은 적중했으나, 이익이 2조 이상의 편차가 났다.
삼성의 이같은 우량한 성적표는 반도체사업부인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대반전에 성공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파운드리(위탁생산)와 시스템반도체사업이 유의미한 실적개선이 없는 것으로 보여, 오로시 메모리 부문의 비약적인 성장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읽힌다.
업계에선 DS부문의 영업이익이 6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시장 전망치 4∼5조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는 HBM특수로 인한 D램의 수요와 가격(ASP)가 동반 급상승한데다, AI열풍이 ESS수요를 부추기며 메모리 부문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낸드마저 호황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전체 D램과 낸드의 가격은 각각 13∼18%, 15∼20% 상승했다.
DS부문이 폭풍성장헀다면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 사업부는 비교적 선전한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는 DX부문의 영업이익이 2조3천억원 안팎인 것으로 추정한다. 전분기대비 영업이익이 축소된 것은 전통적인 비수기인데다 D램과 낸드 등 원가 상승으로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부문은 애플 등 주력 고객사 판매 호조로 7천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영상디스플레이(VD)와 생활가전(DA) 사업부도 파리올림픽 특수로 인한 프리미엄TV와 이상고온에 따른 에어컨 등의 호조로 1조원에 가까운 영입이익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폴더블폰 출시와 HBM3E양산 등 3분기 호재 많아
업계에선 이번 삼성의 2분기 깜짝실적이 5세대 HBM(HBM3E)이 없이 거둬들인 성과란 점에 주목한다. 삼성은 현재 반도체시장의 빅사이클을 주도하고 있는 AI용 HBM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완전히 밀리고 있다. 특히 글로벌 HBM시장 빅바이어인 엔비디아의 5세대 물량을 하이닉스가 독점한 상태다.
역설적으로 엔비디아와 진행중인 5세대 HBM의 최종관문(퀄테스트)를 통과할 경우 3분기부터 메모리 부문의 비약적 성장과 더 많은 이익을 동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얘기다. 5세대 HBM은 현존하는 메모리중 가격과 수익률이 가장 높다.
특히 삼성이 엔비디아 납품을 적극 추진중인 HBM3E는 업계 최초의 12단짜리로 경쟁사인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8단에 비해 용량, 처리속도 등 성능면에서 강점이 많다. 이달중 퀄테스트를 통과하고 공급협상이 완료되면 대량 납품이 가능할 것이 확실시된다.
삼성은 이를 기점으로 HBM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아온다는 전략을 숨기지 않는다. 최근 DS부문 수장을 메모리통 전영현 부회장으로 교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은 기술력으로 승부한다는 계산하에 최근 HBM전담개발팀을 신설했다. 차세대 HBM개발 리더십 확보를 위한 고급인력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HBM시대에 뒤쳐지며 앤비디아, TSMC, 하이닉스 등 AI반도체 수혜기업 트리오에 비해 저평가됐던 삼성이 12단 HBM3E 양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며 3분기 이후 실적개선의 폭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삼성의 3분기 실적에 또 하나의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것은 폴더블폰 최신작 갤럭시Z6 시리즈다. 이 제품은 오는 10일 언팩 행사를 거쳐 이달 중 글로벌 출시될 예정이다. 폴더블폰 시장은 삼성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이번 Z6 출시는 신작효과가 다소 떨어진 갤럭시S24의 실적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Z6 역시 삼성의 온딥이스AI기술로 중무장, 갤럭시S24에 이어 다시한번 AI폰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선 삼성이 HBM3E 엔비디아 테스트 통과와 폴더블폰 Z6출시 호재가 맞물리며 이번 3분기에 삼성이 매출 80조원, 영업이익 12조원대로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 컨센서스도 3분기 삼성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93.86% 급증한 12조181억원, 매출은 22.5% 증가한 82조5722억원으로 집계됐다.
AI열풍에 편승한 HBM효과로 메모리 시장이 재도약기를 넘어 슈퍼사이클로 접어들고 AI폰 이슈를 틀어쥐며 이제 글로벌 IT시장은 서서히 '삼성의 시간'으로 옮아가는 분위기다. 한편 삼성 주가는 5일 12시15분 현재 어닝서프라이즈 호재로 매수세가 몰려 전일대비 2% 가량 상승한 8만6300원에 거래되며 52주 신고가를 기록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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