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미국 메이저 자동차업체 포드에 총 109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상용차용 배터리를 공급한다. 계약규모는 한화로 최소 13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여파로 인해 배터리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 하지만 LG엔솔은 중장기적으로 초대형 공급물량을 확보하며 캐즘을 정면돌파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일반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세계 1위인 중국 CATL은 물론 비야디(BYD)까지 밀려 3위로 전락, ESS용과 소형배터리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LG엔솔이 또하나의 캐즘 탈출구를 찾은 셈이다.
◆올 8월까지 중국 제외 누적판매량의 두배 규모
LG엔솔은 15일 포드와 대규모 전기 상용차 배터리 셀·모듈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해당 제품은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전량 생산, 공급할 예정이다.
지난해 양사가 추진했던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법인 공급 물량과 신규 추가 수주 물량 등을 포함해 총 109GWh(기가와트시) 이르는 방대한 물량이다. LG엔솔이 올들어 8월까지 중국을 제외한 누적 출하량(57.3GWh)의 두배에 달하는 규모다.
LG엔솔의 포드에 공급하는 총 계약 물량은 일반 전기차 약 130만∼140만대, 전기 상용차 약 100만대 이상에 탑재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LG엔솔은 2건의 공급계약에 따라 포드에 2027년부터 2032년까지 6년간 75GWh,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34GWh 규모를 공급하게 된다.
계약 금액은 밝히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 발표를 기준으로 지난해 셀 가격이 1kWh(킬로와트시)에 89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계약을 통해 셀 기준으로 약 13조원 수준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모듈까지 포함하면 총 수출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지난해초 튀르키예 앙카라 지역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JV) 설립을 추진했으나, 캐즘 등 시장 상황을 고려해 LG엔솔 기존 생산 공장에서 물량을 공급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LG엔솔이 포드에 공급할 배터리는 유럽향 전기 상용차에 집중적으로 탑재될 예정이다. 포드는 유럽 상용차 시장 독보적인 1위 기업이다. LG 배터리는 포드의 차세대 전기 상용차모델 이-트랜짓에 주로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포드의 대표 상용차 모델 트랜짓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글로벌 경상용차(LCV) 판매량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흥행 보증 수표'로 불린다. 지난해 기준 유럽 상용차 시장 상위 3개 모델 중 2개가 포드 트랜짓 모델일 정도로 유럽시장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 LG엔솔 배터리가 탑재될 전동화 모델이 향후 견조한 판매가 예상되는 이유다.
◆"상용차시장 기술리더십과 경쟁력 더욱 확대"
업계에서는 상용차의 경우 일반 자동차와 달리 고출력, 장수명, 고에너지밀도가 요구되는 특성이 있어 LG엔솔의 고성능 NCM(삼원계) 파우치형이 공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 상용차는 차량 1대당 배터리 탑재량이 많고, 평균 운행거리가 길다. 라이프사이클(모델 교체 주기)도 길고, 눈과 비 등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운행하는 경우가 잦다.
가격은 싸지만 상대적으로 에너지효율이 떨어지는 LFP베터리를 잘 쓰지 않는다. 그만큼 상용전기차 시장은 평균 공급단가도 높고 장기 계약이 가능해 수익성과 안정성이 높은 고부가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전문 리서치업체 LMC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유럽 전기 상용차의 연평균 성장률은 약 36%에 달한다. 2030년에는 유럽 상용차 시장 내 전기차 침투율이 절반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엔솔 측은 "전기 상용차 시장은 수익성이 높으나 승용차보다 훨씬 더 높은 사양을 요구해 업계에서도 섣불리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며 "이번 계약은 LG엔솔의 제품이 고객의 높은 요구조건을 만족할 수 있는 성능과 품질 경쟁력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자평했다.
LG엔솔로선 이번 포드와의 대형 공급계약으로 지난 8일 메르세데스벤츠와 향후 10년간 50.5GWh 규모의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은데 이은 두번째 잭팟을 터트렸다.
지난 7일 창사이래 첫 비전발표회에서 2028년까지 2023년(33조7455억원) 대비 매출을 2배 이상 성장시킨다고 밝힌 근거가 여기에 있는 것으로 읽힌다.
LG엔솔은 잇따른 대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을 계기로 수주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한편 폴란드 공장의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상용차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과 제품 경쟁력을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LG엔솔은 앞서 지난 1월 일본의 상용차 강자 이스즈모터스와 원통형 셀, 모듈, 팩 토털 솔루션 공급 계약을 맺었으며, 4월에는 미국 FEPS와 19GWh 규모의 상용차용 배터리 공급 합의서를 체결한 바 있다.
김동명 LG엔솔 CEO는 "이번 계약은 전기 상용차 시장에서도 LG의 높은 기술 경쟁력과 혁신적인 제품 경쟁력을 증명한 사례"라며 "탄탄한 현지 생산능력을 적극 활용해 유럽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공고히 하고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일반 전기차와 달리 상용차 시장에선 K배터리의 경쟁력이 강한 분야"라며 "캐즘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상용차 시장이 위기의 K배터리에 의미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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