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제치고 AI반도체용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을 장악한 SK하이닉스(이하 하이닉스)가 당분간 강세가 유지되며 내년에 HBM 하나로만 20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릴 것이란 증권사 보고서가 21일 나왔다.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이 5세대(HBM3E) 이후 전세만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음에도 불구, HBM시장의 슈퍼바이어인 엔비디아와 똘똘 뭉쳐있는 하이닉스의 HBM시장 주도권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하이닉스의 곽노정 사장은 21일 이천 본사에서 열린 'CEO스피치'서 "당분간 HBM시장 호황을 거듭할 것으로 보이지만 과거 사례를 봐도 다운턴을 고려해야 할때"라고 강조했다.
◆HBM 공급부족 심화...하이닉스, 유리한 고지 선점
KB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21일 SK하이닉의 목표주가를 28만원으로 유지하면서 “하반기 HBM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며 향후 이 시장 1위인 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의 가시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이닉스, 엔비디아 AI 최대 수혜주’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김 연구원은 “AI가속기 H200 수요가 견조한 가운데 엔비디아가 4분기중 출시할 블랙웰 플랫폼(B100, GB200, B200A, Blackwell Ultra)에서 HBM3E(5세대 HBM)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최근 M7(매그니피센트7) 중심의 미국 빅테크 업체들이 맞춤형 HBM3E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에따라 올 4분기 HBM 캐파(생산능력)가 1분기 대비 2.5배 증설이 이뤄져도 이미 완판된 HBM의 공급부족은 하반기에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올해 엔비디아 H200 출하 증가로 HBM3E 비중이 60~70%에 이를 전망”이라며 “내년에는 블랙웰 플랫폼에서 HBM3E 8단, 12단 채택과 고용량화(36GB) 등으로 엔비디아 HBM3E 비중이 80~90%에 달하는 등 HBM이 물량 증가와 용량 확대가 동시에 이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특히 내년에 엔비디아의 12단 HBM3E 비중은 40~5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며 하이닉스가 3분기에 퀄테스트통과 후 4분기부터는 엔비디아에 HBM3E 12단 공급을 본격 시작할 것이라고 김 연구원은 추정했다.
김 연구원은 향후 HBM3E 12단 주문량이 엔비디아 퀄테스트를 통과한 순서대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2013년부터 11년간 엔비디아의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발전시켜온 하이닉스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엔비디아 HBM 공급 점유율 1위인 하이닉스가 12단 HBM3E에서도 엔비디아 납품을 주도하며 올해 2018년의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내년 HBM 매출이 20조원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하이닉스가 엔비디아발 AI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최대 수혜주가 될 것이라는게 김 연구원의 관측이다.
◆삼성 12단 HBM3E 선공급 가능성 등 변수 많아
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전망은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HBM이 메모리시장의 노른자위로 부상한 상황에서 하이닉스의 독주를 계속하며 내년 매출 20조를 돌파하기까지 만만찮은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선 강력한 라이벌이자 메모리 분야 최강자인 삼성전자의 맹추격을 뿌리치며 독주체제를 유지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삼성은 12 HBM3E를 하이닉스에 앞서 개발, 엔비디아 승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하이닉스에 엔비디아 납품 승인이 먼저 이루어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HBM시장 경쟁구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HBM 최대 수요자인 엔비디아 입장에서 봐도 삼성은 괜찮은 카드다. HBM 벤더가 많을 수록 공급망 안정도 꾀할 수 있을 뿐더러 납품가 협상에서도 유리하다. 삼성은 물론 마이크론까지 HBM3 벤더에 올려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은 특히 AI가속기용 HBM, DDR5 등 메모리와 파운드리, 패키징까지 가능한 유일한 기업이다.
하이닉스가 앤비디아의 의존도가 과도한 것도 역설적으로 하이닉스의 향후 HBM 독주에 장애요인이 될 수도 있다. 하이닉스의 현재 HBM 매출에서 엔비디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만약 AI가속기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지배력이 떨어진다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이 다름아닌 하이닉스란 얘기다.
현재 글로벌 빅테크기업들이 너나할것 없이 엔비디아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직간접적으로 AI반도체 개발에 혈안이 돼 있다. 엔비디아의 영원한 라이벌 AMD도 가격을 낮춰 호시탐탐 AI가속기 시장 지배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하이닉스의 HBM매출 20조 달성 전선에 또 하나의 변수는 AI 버블론과 각국의 규제 강화로 인한 수요 둔화 가능상이다. 우선 AI버블론의 경우 갑론을박이 한창이지만, AI열풍 속에서 빅테크간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상당한 가수요가 발생한 주지의 사실이다.
AI의 고도화에 따른 크고작은 부작용을 우려한 세계 각국의 AI윤리 문제가 부각되며 규제를 강화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향후 AI 투자를 위축시켜 AI반도체 시장의 초고속 성장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
곽노정 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7일 임직원 소통 행사에서 "내년 초까지 HBM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 후로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가능성을 감안한 발언이다.
과연 하이닉스가 몇가지 변수를 딛고 HBM 시장의 헤게모니를 지켜내며 HBM만으로 매출 20조원을 넘어설 수 있을까. 하이닉스의 향후 행보에 업계 이목이 쏠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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