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가 탑골공원을 관내 첫 금주구역으로 지정하고, 내년 4월부터 음주 행위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한다. 1919년 기미독립선언서가 낭독된 역사적 공간의 상징성을 되살리고 공공질서를 회복하겠다는 취지다.
종로구는 지난달 20일 탑골공원 내외부를 지역 내 제1호 금주구역으로 지정했다고 1일 밝혔다. 이날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는 계도기간으로 운영하며, 2026년 4월 1일부터는 음주 행위 적발 시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단속 대상은 공원에서 술을 마시는 행위뿐 아니라 열린 술병을 소지하거나 주류를 다른 용기에 옮겨 마시는 방식으로 규정을 회피하려는 행위도 포함된다. 구는 금주 구역 운영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다각도로 단속 방안을 마련했다.
탑골공원은 1919년 3월 1일 오후 2시 민족대표 33인 중 정재용이 팔각정에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하며 만세운동의 도화선이 된 역사적 장소다. 조선 세조 때 건립된 원각사 터에 조성된 이곳은 1897년 한국 최초의 근대식 공원으로 개원했으며, 1991년 사적 제354호로 지정됐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탑골공원은 무분별한 음주와 고성방가, 쓰레기 무단 투기 등으로 문화유산 관람 환경이 크게 저해됐다. 인근 주민과 상인들의 민원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경찰이 접수한 탑골공원 관련 음주·소음 신고는 1,470건에 달했으며, 시비와 폭력 사건도 빈번했다.
종로구는 공원 질서 회복을 위해 단계적 조치를 진행해왔다. 지난 8월에는 공원 안에서 바둑과 장기 등 오락 행위를 전면 금지하고 장기판과 의자 등을 철거했다. 당시 공원 담벼락 주변에는 많을 때 20개의 장기판이 설치돼 있었고, 이를 중심으로 인파가 몰리며 각종 무질서 행위가 발생했다.
장기판 철거 이후 탑골공원을 찾던 노인들은 인근 종묘광장공원이나 동묘공원 등으로 흩어졌으며, 종로구는 12월 말까지 장기와 바둑을 둘 수 있는 실내 문화공간을 마련해 내년 1월 개방할 계획이다.
구는 금주·금연 구역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지난달 28일 종로경찰서 등 관계기관과 함께 '술·담배 없는 탑골, 더 건강한 종로' 캠페인을 전개했다. 참여자들은 공원 일대를 돌며 안내문을 배부하고, 북문에서는 음주·흡연 폐해에 대한 OX 퀴즈와 이벤트를 실시해 시민 인식을 높였다.
금주구역 지정과 함께 공원 내 핵심 국가유산인 국보 제2호 '원각사지 십층석탑' 보존 작업도 본격화된다. 구는 지난달 26일 유리보호각 개선을 위한 기본설계 용역 착수보고회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원각사지 십층석탑은 1467년 조선 세조 13년에 건립된 높이 12m의 대리석 석탑으로, 1962년 국보로 지정됐다. 현재 설치된 유리 보호각은 1999년 12월 만들어져 산성비와 조류 배설물로부터 석탑을 보호해왔으나, 내부 결로와 통풍 부족으로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반사광으로 인해 관람 환경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종로구는 국가유산청과 협력해 보존성과 관람환경을 동시에 개선하는 종합 개선안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국비 7,000만원과 시비 3,000만원 등 총 1억원의 예산을 확보했으며, 자문단의 도움을 받아 보호각 철거, 개선, 석탑 이전 등을 포함한 4개 이상의 대안을 설계에 반영할 예정이다. 2026년 2월 최종보고회를 거쳐 3월 기본설계를 확정하고, 국가유산청 위원회 심의를 통해 국가예산을 확보해 공사를 추진한다.
이밖에도 구는 탑골공원 서문 이전 및 복원, 공원 담장 정비, 역사기념관 건립 등을 통해 공원의 정체성을 강화한다. 조경 개선과 편의시설 확충, 불법행위 단속도 병행해 시민 친화적인 공원으로 재정비할 방침이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탑골공원은 기미독립선언서가 낭독된 대한민국 자주독립의 뜻을 전 세계에 알린 상징적 공간"이라며 "금주·금연 구역 관리 강화와 함께 국보 보존·관람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모든 시민이 편안하게 찾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편 탑골공원은 1992년까지 '파고다 공원'으로 불렸다. 탑을 의미하는 영어 'pagoda'에서 유래한 명칭으로, 1992년 옛 지명인 '탑골'을 살려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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