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빠르게 초고령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4월10일 주민등록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1천만명을 돌파했다. 국민 5명중 1명이 노인이란 얘기다. 노인인구는 2020년대들어 더욱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초고령화 진입 속도가 가장 빠르다. 이에 정부가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 저출생 문제 해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나, 초고령화 시대의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저출생, 고령화가 빚어낸 초고령화 시대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노인인구 1천만 시대를 맞아 노인 복지와 관련된 정책 및 노인 시설 운영에 있어 전면적인 쇄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노인들의 쉼터이자 커뮤니티 시설인 경로당(敬老堂)부터 체질 변화가 시급하다.
◆경로당 시설 노후화에 운영프로그램 질 떨어져
경로당은 지역사회 노인들이 여가를 즐기고, 사회적 교류를 이어갈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전국의 수 많은 노인들이 낮시간 대부분을 경로당에서 보낸다. 경로당은 지난 2022년 기준 전국에 약 6만7211개가 가동되고 있다. 산술적으로 각 경로당별 평균 약 150명이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노인인구가 급증하며 1천만 시대로 접어들었지만, 현재의 경로당 운영 실태를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문제점들이 드러난다. 노인복지가 대폭 강화됐다고는 하나, 일선 경로당은 과거 '노인정' 시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시설은 대부분이 노후화됐고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렇다할 프로그램이 없다. 시대는 변화하고 베이비부머 시대에 출생한 60년생들이 노인인구에 편입됐지만, 경로당의 노인들은 여전히 바둑, 장기, 윷놀이, 화투 등 전통 놀이문화를 즐기는게 거의 전부다. 65세가 넘었음에도 사회활동에 대한 욕구가 강한 소위 '청년노인'들이난 경제력을 높은 노인들이 경로당을 외면하는 이유다.
지극히 단조로운 경로당 프로그램은 초고령화 시대를 연 청년노인들의 다양한 욕구를 전혀 담아내지 못한다. 현재 경로당 운영은 주로 정부 지원에 의존하고 있으나, 예산문제로 재정적 제약이 많다.
시설 개선이나 프로그램 변화에 한계가 따른다는 얘기다. 결국 경로당 운영의 질이 떨어지고 '경로당에 노인이 없다'는 얘기가 나올정도로 많은 노인들이 경로당을 외면하는 빈곤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나마 도시지역은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농촌이나 어촌 지역은 더욱 열악하다. 인구 유출로 인해 경로당 이용률이 크게 저하되고 있다. 접근성이 떨어져 노인들이 경로당을 쉽게 방문하기 어렵다.
◆경로당 기능과 역할의 근본적인 재정립 필요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경로당 활성화와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 접근방식부터 달리해야한다. 우선 명칭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동사무소'를 '지역주민센터'로 바꿨듯 경로당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 경로당의 사전적 의미는 '노인을 공경하는 뜻에서, 노인들이 모여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마련한 집이나 방'을 뜻한다.
그러나 세상은 바뀌었다. 법상 나이는 노인이지만, 스스로 노인이길 거부하는 청년노인이 급증하고 있다. 청년노인들은 '경로당'이란 이름부터 거부감을 갖는다. 경로당 대신에 "지역어르신 건강의집(데이케어센터)" 또는 "지역어르신 건강센터"로 전환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80~90대 노인들과 달리 최근 노인대열에 합류한 청년노인들은 단순한 여가를 즐기는 것을 넘어 건강한 욱체와 정신으로 새로운 기술이나 취미를 배우고 사회에 계속 참여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경로당의 명칭 변경과 함께 그 기능과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해야 할때가 됐다는 의미이다.
천만노인시대의 경로당은 기본적으로 노인들의 여가선용을 위한 휴식공간이자 데이케어센터로서의 기능을 갖춰야한다. '백세시대'를 맞아 노인들의 주된 관심사는 건강이다. 건강 관리부터 다양한 건강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야한다.
왠만해선 병원을 꺼리는 노인들의 특성상 매일같이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헤야한다. 비대면 진료 등 정기적인 건강검진, 재활 운동, 영양 상담,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통한 지속가능한 건강관리가 이루어져야 '백세시대'를 맞아 노년층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고 사회적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커뮤니티 케어'와 같은 노인복지 정책을 통해 지역 사회의 건강 관리 네트워크와 연계하여 방문 건강 관리, 의사 상담, 간호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경로당이 단순한 쉼터가 아닌, 지역 사회 내에서 노인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생활하며 사회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진정한 '실버허브'로 탈바꿈할 수 있다.
◆복합적인 '실버 커뮤니티' 공간으로 체질개선해야
초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디지털 격차', 즉 디지털 디바이드를 줄이기 위한 보완장치 차원에서도 경로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디지털기기와 비대면 인터넷의 중요성이 부각 되면서, 노인들의 디지털 접근성과 교육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으나 현실은 암울하다.
경로당의 역할과 기능이 새롭게 재정립되고 관련 인프라만 갖춘다면, 경로당은 노인들의 디지털 재교육과 기술학습을 위한 실버세대의 의미있는 공간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챗GPT나 제미나이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도구를 잘 활용하면 노인들도 얼마든지 디지털 사회에 적응하며 젊은세대와의 디지털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
AI와 같은 첨단 도구들은 노인들이 디지털 시대에 소외되지 않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며, 자신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디지털 기술을 배우는 과정에서 노인들은 스스로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사회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을 수 있다. 노인일자리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다.
실제 본지가 강원도 평창지역 노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AI강좌에 많은 노인들이 큰 호응을 보였다. 키보드에 익숙하지 않아도 음성만으로 많은 일을 해내는 생성형 AI에 노인들은 큰 관심과 배움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본지 강좌를 수강한 A어르신(77세)는 "나이가 먹어 새로운 기술에 대한 두려움이 컸는데, 의외로 배우기쉽고 재미있는 AI강좌를 통해 색다른 경험과 함께 아들딸이나 손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로당을 단순한 쉼터를 넘어 노인들의 건강을 관리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며,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할 수 있는 복합적인 '실버 커뮤니티' 공간으로 바꾸는 일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중요한 과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경로당의 시설 개선과 노인들의 실질적인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운영프로그램의 다양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서둘러야한다.
전문가들은 "1천만 노인시대를 맞아 건강한 백세시대를 여는 중요한 과정으로서 전국 6만여 경로당의 체질개선과 개념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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