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최초의 장애인 일터로 출발한 정립전자(대표 김현국)는 ‘우리는 할 수 있다’라는 구호로 희망찬 하루를 시작한다. 일상 속에서 너무나 익숙한 표현이지만 이곳 정립전자에서는 그 어떤 말보다 강한 힘을 발휘한다. 근로자 대부분은 중증장애인으로 직원 중 장애인이 110명, 소외된 취약계층이 약 20명 정도로 전체 155명의 직원 중 80% 이상이 사회적 무관심의 그늘에서 살아가는 이들이다. 그래서 매일 이들이 출근할 수 있는 회사는 신명나는 일터이자 서로가 존중받는 살맛나는 세상이다.
제품의 신뢰와 기술력으로 인정받는 기업
장애인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토대의 근간은 바로 ‘할 수 있다는 신념’이다 .
그리고 그 신념은 정립전자 안에서 곧 눈앞에 분명하게 펼쳐지는 현실이 된다.
연건평 약 7000㎡의 생산현장 내부에선 기계들이 바쁘게 돌아가고 직원들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성실하게 책임을 다하는 모습은 여느 직장의 풍경과 흡사하다. 생산성에서도 크게 뒤처지지 않고 품질의 우수성 또한 자신할 수 있다. 월등한 집중력으로 하자 없는 우수제품을 생산하는 정립전자에 대한 신뢰는 늘어나는 발주물량으로 입증된다.
제품의 브랜드를 만들다
정립전자의 생산 제품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전자부품의 임가공으로 인쇄회로기판 위에 각종 전자부품을 꽂고 땜질하는 것이다. 폐쇄회로 TV용 카메라 부품, 디지털비디오레코드용 메인보드, 스위치 모드 전원 공급장치(SMPS) 부품과 퍼스널 컴퓨터용 사운드카드 등을 만든다. 이들이 만드는 폐쇄회로 TV 부품에 케이스만 씌우면 바로 출시할 수 있는 완제품이 된다. 이 제품들은 골목길, 아파트단지, 학교 주변의 방범을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둘째,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완제품이다. LED등은 비록 값은 일반 형광등에 비해 비싸지만 밝고 전력 소모가 적은 에너지 절감 제품이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품목이다. 실내등, 평판등(32W 형광등 대체용), 다운라이트(백열등 대체용), 주차장등, 직관램프, 보안램프, 센서등, 작업등, 서치라이트, 투광등, 가로등을 비롯해 다양한 등을 만든다. 소모 전력을 기준으로 10~250W급 제품이다. 셋째는 일상에서 많이 사용되는 각종 전자제품이다. 휴대용 USB 메모리, 외장하드, 네트워크 기반 오디오비디오 통합 방송 솔루션, 금융회사용 자동화 관련 기기 등이 포함된다. 회사의 작년 매출 약 100억원(추정치) 중 LED조명이 약 70%, 전자부품 임가공이 약 20%, 기타 전자제품이 10%를 각각 차지했다.
전자업체의 협력사로 내딛은 기업의 첫발
정립전자는 1989년 설립됐다. 처음에는 모 전자업체의 협력업체로 출범했지만 장애인 고용을 촉진해 이들의 생활 안정을 돕는다는 차원에서 해당 전자업체가 발주를 맡기면서 시작되었다. 운영 주체는 현재 한국소아마비협회다. 그 뒤 오디오 모니터 SMPS 등을 생산하고, 전자부품 조립용 자동삽입라인을 설치하며 표면실장장비를 갖추는 등 사업의 영역도 확장했다. 휴대용 플래시 메모리 저장장치도 개발했다.
위기에서 일궈낸 120억 매출달성의 신화
창립 이후 약 20년간 순탄하게 성장해오던 정립전자는 해당 업체의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3년 동안 정립전자는 최대위기를 맞았다. 2008년 문을 닫을 극심한 상황에서 정립전자가 존재해야하는 이유를 다시금 확인하며 회생의 길을 모색하던 협회 측에서 지금의 김 대표를 추천했다.
김 대표는 학부에서 컴퓨터소프트웨어를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뒤 소아마비협회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었다. 김 대표는 “함께 이 기업을 일으켜보자. 갈 곳 없어서 마지막까지 회사를 지키고 있는 장애인직원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힘을 써보자. 그것이 사회복지의 꽃이될 수 있다.”는 협회 이사장님의 권고에 이사장님에 대한 믿음과 사회복지사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참여하게 되었다고 소회했다.
직원들도 앞장서서 임금을 삭감하고 함께 탈출구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24억에 달하는 빚더미 속에서 2010년 1월 김 대표는 국장으로 부임했다. 조직을 가다듬고 서로에 대한 신뢰로 단합하며 위기의 시간들을 헤쳐나갔다.
대기업과 MOU 체결 등 사업 활로 모색
정립전자 자체 브랜드 제품을 개발해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이 회사의 안전한 미래를 담보해 줄 수 있다고 믿었던 김 대표는 “영업부 직원 3명과 하루종일 계약을 따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며 멈춰있는 기계들을 보면 참을 수 없는 마음에 온힘을 쏟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열정을 갖고 임하려는 의지를 꺽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
김 대표는 정부기관, 대기업, 중소기업을 수없이 다니며 정립전자의 품질관리 시스템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 애를 썼다. 장애인 기업을 이끌어가려는 그의 신념을 읽어준 기업들이 일을 맡겼고 우수한 품질에 대한 인정을 받으면서 발주 물량도 대폭 증가했다.
김 대표는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정립전자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민간기업들을 돌아다니며 적극적으로 물량계약을 따내기 위해 노력했다. 정립전자 자체 브랜드 제품 생산을 만들기 위해 LED조명과 관련된 업체로부터 기술 지도를 받고 대기업들과 MOU도 체결했다.
LED제품생산회사들과 협력은 사업의 활로를 열어주었다. 지난해 발생한 대규모 정전사태는 관공서와 기업체의 에너지 절감형 LED조명등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며 정립전자의 주문량에도 호재를 안겨주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더 나은 발전을 위해 몸부림쳤던 정립전자의 성공적 도약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마침내 오랜 침체기에 망연자실했던 회사는 조금씩 활력을 되찾기 시작했다. 김 대표가 부임하고 1여 년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일궈낸 값진 성과였다. “직원들도 저에 대한 믿음을 갖고 마음을 더욱 모아서 열심히 일을 해주었다. 분산되어 있던 조직력을 화합으로 모았고 조명 신제품은 안정화로 돌아서고 있다.”며 지난 2011년 총 결산 시 처음으로 빚이 줄었다고 전했다.
사회적기업으로 선정
이사회의 신뢰를 얻어 원장으로 본격적인 취임을 하면서 김 대표는 실질적인 추진력과 조직관리의 능력을 발휘하며 정립전자가 사회적기업으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회사를 이끌었다.
“90명 가량이던 인원이 현재는 160명이다.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고 정부의 지원을 받는 만큼 그 책임을 다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김 대표는 사회복지사로서의 마인드에 충실한 시각으로 회사의 비전을 늘 모색한다.
정립전자는 지난 2010년 10월 서울시로부터 서울형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았고 2011년 7월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같은 해 11월에는 서울시로부터 ‘더 착한 서울기업’으로 지정받기도 했다. 사회적기업 가운데 우수 기업이라는 의미다.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면서 일정 인력에 대한 인건비도 지원받는다. 시련의 터널 뒤에 눈부신 햇살이 기다리고 있음을 직원들의 인내와 화합으로 몸소 보여주고 있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공정한 지원체계 필요
정립전자의 장애인 근로사업장이라는 설립취지를 잊지 않고 있는 김 대표는 휴일도 관계없이 늦도록 회사에 남아 기업의 안정화와 향후의 성장방향을 고민하며 연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앞으로 저희 회사는 민간기업과 경쟁해야 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제품으로 경쟁력을 더욱 키워나가야 한다.”며 지금 당장의 모습을 보면서 이제 지원이 필요없는 사회적기업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내비쳤다.
다른 장애인 기업들도 스스로 현장에서 부딪히면서 길을 찾아야한다고 조언하는 김 대표는 공개적으로 정확히 판단해서 열심히 일하는 시설에 더 지원혜택이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기업들이 모두 어려운 상황이지만 더 많이 노력하고 성장을 이뤄낸 장애인 기업에 대해서는 그만큼의 인정을 해주고 정부나 기관이 더욱 지원해줘야 한다.”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함께 병행되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립전자의 경쟁력 있는 미래
정립전자의 비전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공동사회 구현’을 장애인 기업은 절실히 원하고 있다. 이것이 정착될 때 진정한 장애인들의 일자리창출이 보장되고 직업을 통한 장애인의 건강한 삶의 행복도 보장되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세상과의 경쟁에서 김 대표는 회사에 대한 깊은 애정과 직원들에 대한 신뢰로 희망을 잃지 않고 정진하고 있다. 정립전자가 든든히 세워지기 위해 지금처럼 한 마음이 되어 한 뜻을 품고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전하는 김 대표는 “침몰했던 배를 간신히 올려놓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한다. 정립전자의 순항을 이끌 선장 김 대표의 의지는 단호하다. “원 패킹의 공정마무리까지 다 할 수 있도록 하겠다. 못한다고 포기했던 것들을 도전해야한다.” 직원들이 자신을 믿고 따라와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 크다고 밝힌 김 대표는 정립전자의 사업을 더욱 활성화시켜야 겠다는 책임이 있다며 회사와 직원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였다.
“도전해 보려는 마음도 가졌으면 좋겠다. ‘이것밖에 못해’라는 마음에서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는 마음을 품어야 한다. 그 과정은 힘들어도 그 단계를 뛰어넘었을 때 느끼는 희열이 크다.” 장애인 근로자들이 스스로에 대한 도전을 통해 더욱 발전할 수 있기를 격려하는 김 대표의 모습에서 정립전자의 퇴보 없는 발전을 기대한다. 사회적기업이 공평하고 온당한 평가를 받으며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갈 수 있는 자립의 토양을 만드는 길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풀어내야할 해묵은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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