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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8-25 04:3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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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한국엔지니어링 협회 문헌일 회장

엔지니어링산업은 지식기반 경제의 핵심 산업, 인식 새롭게 해야

한국엔지니어링 협회 문헌일 회장

엔지니어링(Engineering)산업은 광범위한 산업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반도체, 제조, 건설, 통신 등을 비롯한 거의 모든 산업에서 사업이 시작될 때, 타당성조사부터 기본․실시 설계를 거쳐 시공 이후의 사업관리까지 엔지니어링 기술은 촘촘히 박혀 있다.

직접 시공 작업을 뺀 모든 공정에 엔지니어링 기술이 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분야다. 정부에서도 이해가 적어 성장가능성을 제한하는 불합리한 정책들이 펼쳐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한국엔지니어링협회(KENCA)는 지난 39년 동안 스스로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나름의 산업의 기술력 향상을 꾀해 왔다. 최근에는 유럽과 미국이 주도해 온 세계엔지니어링컨설팅연맹(FIDIC)의 수장 자리에 욕심도 내고 있다. 협회의 문일헌 회장을 만나 한국엔지니어링기술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39년 간 엔지니어링 기술 도모 노력

한국엔지니어링협회는 74년에 창립했다. 대한민국이 한참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선진국의 청사진을 그던 시기다. 고속도로, 공항 철도, 플랜트(제조 공업의 설비시스템) 등 국가기반시설(SOC) 구축의 기획과 타당성 조사, 설계, 감리 등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 협회 창립 초기에는 기술용역육성법의 적용을 받아 과학기술부 산하단체로 감독을 받아 오다가 2008년 정부조직법 개편에 따라 지식경제부로 소관부처가 변경되었다.

소관 법률도 기술을 중시하는 엔지니어링기술진흥법에 따르다가 최근 세계 시장의 패러다임에 맞추어 산업진흥 중심의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으로 전부개정을 추진했다. 한국엔지니어링협회는 현재 48개의 엔지니어링 전문분야에 약 4000여 개의 회원사를 두고 있다. 협회에 속한 기술 인력은 7만여 명이 넘고, 회원사의 종사 인원을 합하면 24만 여명에 이르는 방대한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

점차 엔지니어링산업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확산되면서 지난해에는 ‘엔지니어링데일리’라는 신문을 창간하고 산업의 동향, 입․낙찰계약 등에 대한 정보와 함께 업계가 나갈 방향과 구성원들의 의견을 적극 대변하고 있다. 작년 9월에는 1913년 창설된 FIDIC(국제엔지니어링컨설팅연맹)의 회원사로서 전 세계 약 67개국 1,100여명이 참석한 2012년 FIDIC 서울 컨퍼런스를 성공리에 개최해 대한민국의 엔지니어링 기술력과 위상이 높아졌음을 확인하는 계기를 가졌다.

단일한 소관법률이 적용돼야 산업효율 높일 수 있어

한국엔지니어링협회의 당면한 문제는 엔지니어링분야의 소관부처를 단일화하는 일괄 시스템 적용이다. 그동안 협회는 기술지원센터․산업진흥시설 지정, 엔지니어링기술자 경력관리 도입, 엔지니어링기술의 통폐합 시킨 사업자 신고 간소화 등 업계의 효율을 위한 제도 개선과 정부 지원을 유도해 왔다. 하지만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적용법률 소관부처 단일화는 아직 요원한 상태다. 한국엔지니어링협회장인 문엔지니어링(주) 문헌일 회장은 문외한인 기자를 이해시키기 위해 이 부분의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정부에서 분류한 기술 분야는 토목, 건축, 통신, 전기 등으로 나눈 15개 분야입니다. 그리고 그 밑에는 다시 전문기술분야가 48가지로 세분화되어 있어요. 모든 분야를 다 포괄하는 사업을 할 수도 있고, 제가 경영하는 문엔지니어링처럼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한 분야만 특화 된 사업을 할 수도 있지요. 문제는 15개 분야를 종합하는 회사입니다. 보통 사업에 관계된 신고를 할 때 종합회사는 15군데 소관부처에 쪼개져서 신고나 등록을 받아야 하는 겁니다. 가령, 토목의 경우는 건설에 속한 산업이므로 산업통상자원부는 물론 국토교통부에서 따로 등록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입니다.

소관부처 산하에서 승인 시스템을 일괄적용하면 시간 낭비와 불필요한 제도로 인한 절차적 소모를 크게 줄일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협회는 이 문제를 풀기위해 6년 동안의 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기술자경력관리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엔지니어링기술자 중 약 60%를 차지하고 있는 건설부문은 건설기술진흥법이라는 국토교통부의 소관법률이 따로 제정돼 있어 양 부서에 신고하고 관리해야 하는 이중부담을 안고 있다. 문헌일 회장이 덧붙이는 말에 의하면, 모든 기술이 융복합 시대로 나가고 있는데 정부는 부처이기주의 때문에 오히려 규제 완화가 아닌 세분화로 시대의 트렌드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자격증 중심도 좋지만 현장 경험도 함께 고려하여 평가해야

문헌일 회장의 현행 엔지니어링 분야 정책의 실질성에 대한 평가는 이어졌다.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두었다가 금년부터 시행에 들어간 기술자 경력관리에 대한 지적이다. 이 법에 따르면 이공계 대학을 나와도 자격증 없으면 실무경력을 아무리 많이 쌓아도 기술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지금까지는 이공계를 나와 현업에 근무하면 국가기술자격 또는 학력과 종사한 경력에 따라 기술자 등급이 초급, 중급, 고급, 특급 이렇게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이제는 법이 바뀌어 이공계를 나와도 자격증이 없으면 아무리 현장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도 초급기술자 밖에는 인정받지 못합니다. 또한, 현장에서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는 학ㆍ경력 기술자들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현장경험을 쌓다 보면 이론 중심의 자격시험을 언제 제대로 준비할 수 있겠느냐 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이게 업계의 현실이다 고 한다.

자격증이 중요해지는 시대의 조류를 따라 고용노동부의 국가기술자격증 활성화 취지로 제정된 것인데, 고급두뇌산업인 엔지니어링에서는 기술력을 판단할 때 기술자격도 중요하지만 학력과 실무경력 또한 중요한 잣대임에도 현실에서는 학력과 실무경력보다는 너무 자격 중심으로 기술자를 평가하는 부분이 안타까운 상황입니다.”문 회장은 자격증 우선의 제도운영이 현장에서 어떤 역효과를 내는지 실례를 들었다. 엔지니어링 선진국인 유럽이나 미국 등의 외국에서는 자격증만으로 그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지는 않고 그 사람이 지금까지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일했는가를 중요하게 따진다.

그만큼 실무경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현장에서의 경력이 몇 년인가를 가지고 엔지니어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진다고 한다. 아무리 학력과 실무경력이 좋다고 하여도 국가에서 검정하는 기술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느냐 여부에 따라 기술자로서의 능력 즉 기술자등급이 판정되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가령, 어떤 엔지니어가 MIT공대에서 수준 높은 공부를 통해 박사학위를 받고 현장경험을 쌓아 국내로 들어와 일을 하려는데, 기술자격증이 없으면 중급기술자 이상은 인정을 안 해주는 풍토 때문에 기술자로서의 실무경력이 도외시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정말 좋은 현장 경험자를 영입하고 싶어도 제도가 이를 일찌감치 막아버리는 꼴이 되는 것이다.

녹색기술산업과 유비쿼터스 시대의 ICT기업은 신성장동력

문헌일 회장은 1993년 문엔지니어링(주)를 창업하고 정보통신․정보시스템분야에서 컨설팅, 설계, 책임감리 분야의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ICT분야의 선두업체로 키워왔다. 문 회장 자신은 그 전 10여 년간 철도 공무원 시절을 보냈고, 당시 미국 최고의 엔지니어링기업인 벡텔사와의 합작사에서 수많은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정보통신분야 엔지니어링 경험을 축적하게 된 결과였다.

1998년 12월에 영국EQA로부터 ISO 9001-KSA 9001 인증을 시작으로 현재는 ISO 14001:2004규격인증 등을 취득했고, 2010년엔 미얀마지사를 설립했다. 이어 미얀마 교통부와 파라과이 ICT 장관과 MOU를 체결하며 글로벌경영에 나서고 있다. 산학협력에도 관심을 기울여 부설연구소 설립과 국립서울산업대학교, 한세대학교, 한국정보통신기능대학교, 연세대학교, 아주대학교 등과 결연을 맺고 고급두뇌확보를 통한 사업 역량강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현재 박사 5명, 기술사20명, 특급기술자 59명 등 국내외 최고급 인력을 영입해 엔지니어링 ICT 분야의 글로벌 컴퍼니를 지향하고 있다.

젊은 엔지니어링 세대에 대한 조언

문헌일 회장은 70년대 산업역군으로서 최고의 자부심을 가지고 일에 몰두했던 세대다. 한참 기술을 배울 때는 밤낮도 주말도 잊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밤새 탐구하고 일의 고됨을 개의치 않고 자체의 즐거움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런 선배의 눈에 요즘 젊은 엔지니어들이 가지는 세대적 특성이 마뜩치 않아 보이는 모양이다.‘’업계 젊은이들이 어려움을 모르고 성장한 세대라 그런지, 난관이 생기면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일을 그만두어 버리는 친구들이 곧잘 있습니다.

엔지니어링 설계 분야는 도면을 잡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상하고 디자인하게 마련인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자발적이지 않고 지시하는 것만 하려하는 경향이 있어요. 오죽하면 3D, 4D하는 소문이 나서 우수한 졸업생들이 꺼려한다고 합니다. 건축설계 분야에서 도로나 다리 설계회사에 근무한다고 하면 ‘너 고생 하겠다’란 말부터 꺼낸다니, 격세지감이죠.“문 회장은 이런 현상을 선배세대가 후배세대에게 갖는 노파심을 넘어서 보다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는 듯 했다. 이공계 대학을 나오면 현장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먼저 기초를 닦아야지 차후에 다른 분야에 임해서 제대로 된 안목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엔지니어링 기술을 배워놓으면 시공회사나 제조사에 가서도 또 다른 습득기간 없이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장비에 대한 스펙을 검토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설계에 반영하려면 성능을 모두 알아야만 하기 때문에, 유지보수 분야에서 일할 때에도 설계를 해봤기 때문에 어느 부분이 약한 지 금방 알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문 회장은 자신이 학교를 졸업하던 당시에는 이공계 학생들이 모두 엔지니어링 설계회사에 들어가 설계 영업으로 기초를 닦던 때를 회상했다. 그에겐 젊은 엔지니어로서의 포부가 넘쳐나던 시기였다.

FIDIC 수장자리 유력, 한국이 세계로 발돋움하는 기회 잡아야

9월에는 바르셀로나에서 100회째를 맞는 세계엔지니어링컨설팅연맹의 정기총회가 열린다고 한다. 회원국은 110여 개국에 달한다. 한국엔지니어링협회에서는 차기 회장 자리를 염두에 두고 협회 수석부회장인 이재완 FIDIC 집행위원을 밀고 있다. 그는 대사관 근무를 통해 국제적 활동경력을 쌓고 4개 국어에도 능통한 인물이라고 한다. 이제까지는 영국이나 미국 등 서구에서 FIDIC을 장악해 왔다. 엔지니어링 분야의 해외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려면 FIDIC의 규정에 따라야 하는데, 아시아는 자연 불리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엔지니어는 지금 국제적 등급이 올라가는 중입니다. ICT분야는 단연 선진국이죠. 하지만 토목이나 건축의 핵심기술은 아직 뒤져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핵심기술은 컨소시엄 형태로 선진국 것을 이양 받는 형태로 적용돼 왔습니다. 고속철도, 인천공항 모두 마찬가지죠. 정부는 R&D 예산에 집중해주어야 하는데 그동안은 제조 산업을 많이 지원했어요. 공사의 핵심은 엔지니어술입니다. 엔지니어링은 순수한 지식창조 산업이지요. 고급두뇌와 인건비가 있으면 훌륭한 조건이 갖추어진 고부가 산업입니다.

건축이나 토목은 자재들이 대거 투입되니까 전체 규모가 커 보여 산업 기여도를 크게 보는데 비해, 기술엔지니어링은 투입비용이 많지 않으니 그동안 소홀히 대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해외에 진출하려면 사실 엔지니어링 설계단계가 더 중요한데 말이죠. 이제는 엔지니어링 분야가 중요하다는 것을 조금씩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아 고무적입니다.“한국엔지니어링협회 회원사에는 삼성엔지니어링이나 현대엔지니어링 같은 대기업도 있지만, 지방의 아주 작은 소기업도 있다. 이들이 보유한 개별적 엔지니어링기술들이 모여 한국의 거대한 엔지니어링산업을 부흥시킬 시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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