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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8-24 22:3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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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한국의 술박사1호-중앙대학교 경영학과 정헌배 교수

술은 아름답게, 의미있게 마시자. 향과 맛을 생각하는 술 문화가 되야 한다

한국의 술박사1호-중앙대학교 경영학과 정헌배 교수

술 마시는 양에 있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한국이지만 아직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술은 없다. 언제 어디서나 술을 즐기는 한국인들이지만 정작 술에 관해서는 교육을 따로 받아본 적이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좋은 술을 가지고도 폭탄주를 섞어마시며 술의 고급스러운 맛을 제대로 즐길 줄 모르고 지나친 과음으로 보기 민망한 행태를 낳는 일도 다반사다. 술박사 1호로 통하는 정헌배 교수 (중앙대 경영학과 )는 아름다운 음주문화를 후손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소명감으로 품격 있는 우리 술 연구에 30년 넘게 정진하고 있다.

좋은 명품술은 문화의 자산
술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학창시절 친구들로부터 주류 업체 경영자, 정부관료 들에게 이르기까지 정 교수를 대표하는 참으로 오랜 이미지다. 전공인 마케팅 강의 외에 교양강좌로 개설한 ‘명주와 주도(酒道)’, ‘술과 인생’에 대한 강의는 학생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한때 트럼펫의 매력에 빠져 음악가로서의 꿈을 키우기도 했던 정 교수는 한 가지에 빠지면 해내고야만 하는 자기 성취감이 강한 사람이다. 그는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술에 관심을 기울였고 술의 부가가치가 높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며 외국에는 몇 백 년 전부터 내려오는 술이 있는데 이는 곧 문화와도 직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침내 외국 명주(名酒)를 연구하기 위해 프랑스 유학을 떠난 정 교수는 ‘술 마케팅 연구’로 1984년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논문 내용 중에는 프랑스인들의 술이 어떻게 세계적인 술이 될 수 있었는지를 몇 가지 코드로 분류해서 정리ㆍ분석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정 교수는 세계적인 명주들은 분명 특별함이 있다며 “술의 원료나 족보, 제조지역을 엄격히 제한하는 등 특화 요인이 많을수록 그만큼 가치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좋은 술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지닐 수 있어 경제적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믿음을 전했다.

‘정헌배 인삼주가’ 운영
정 교수는 문배주나 안동소주 등 전통주는 있어도 세계적인 브랜드의 명주(名酒)가 없는 점을 안타까워하며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술을 만들고 있다. 경기 안성시 가사동에 차려진 술도가에는 다양한 종류의 술들이 숙성되고 있으며 술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자신만의 제조법으로 ‘정헌배 인삼주가’를 운영하며 족보가 확실한 술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의 연구소 지하실은 숙성시키는 숙성실이 따로 있으며 술병마다 등록증을 가지고 있어 술 족보가 명시돼 있다. 저마다의 족보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08년 처음 출시된 ‘정헌배 인삼주’는 술 평론가들로 부터 “우리나라 명품 술의 해답을 제시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정헌배인삼주 제조는 우선 고두밥에 누룩을 섞어 술을 빚을 때 수삼의 흙맛을 없애고 쓴맛을 줄이고자 특수 제법으로 처리하여 넣는 방식을 취한다. 술이 발효되면서 인삼도 발효에 동참하는데 열흘 정도 발효한 뒤 술을 거르면 인삼 약주가 나온다. 부드럽고 은근하게 인삼향이 풍기는 17도 안팎의 술로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인삼주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술병에 담긴 침출주와는 격이 다르다. 정 교수는 명품 술에 대한 분명한 신념을 밝혔다. “명품 술은 소문이나 홍보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철저한 관리와 제조 원칙에 의해 탄생한다.”며 스카치 위스키는 스코틀랜드에서 빚고 숙성시키는데 반드시 오크통에서 3년 이상, 코냑은 2년 이상 숙성시키되 샤랑트 지방의 포도만을 사용해 엄격한 품질관리와 등급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정헌배인삼주도 안성특미와 6년근 인삼을 사용하며 누가 재배했다는 것까지도 밝힌다고 설명했다. “100년이 지나도 누가 어디서 만든 것인지, 어떤 재료로 제조했으며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한눈에 확인이 가능한 것이다.”

한국 고유의 전통술 탁주 “眞伊”
정 교수는 ‘정헌배 인삼주’외에 한국 고유의 전통술인 ‘탁주’ 진이(眞伊)를 제조했다. 30년간 심혈을 기울여 연구한 결실로서 한국형 누룩을 토대로 재현한 작품이다. 100% 국내산 쌀과 인삼만을 사용하여 한병, 한병 수공 제조를 했다.
‘정헌배 인삼약주‘와 동일한 발효공정을 거친 후 술 찌게미를 제거하지 않은 관계로 명품 인삼, 쌀의 영양과 진국(眞麴)이 그대로 살아있어 웰빙음료의 대표격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헌배 인삼탁주는 족보 있는 원료만을 사용하고 식품 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100% 자연 음료로 유명하다. 정 교수는 “명품 술이란 누구나 훌륭하다고 말하고 누구나 그 가치를 인정하는 맛이 존재하는 술이다. 위스키나 와인은 맛을 분류하는 다양한 코드가 존재해 명주(名酒)가 존재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며 “우리도 맛을 차별화하고 분류한다면 얼마든지 세계적인 명품 술을 만들어 수출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정 교수는 지금 하루라도 새로운 술을 빨리 담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분주하다. 자연을 술독에 담기위해서는 “시간”이 절대자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할 수 있는 1%에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 99%를 자연이 채워주기를 기다리자는 “자연주의” 철학이기도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향과 맛이 더해지는 숙성 술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깊은 명품의 자존심을 담은 술의 역사가 쌓여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주의 세계화 늦지 않아
 정 교수는 우리 술의 세계화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조상들이 개발한 명주의 ‘비전(秘傳)’을 찾아 차별화 요인을 부각시키는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우리 술을 고급화 해 부가가치를 높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주류산업의 정책변화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 정 교수는 특히 원료의 성격ㆍ생산지ㆍ제조방법ㆍ상품화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품질관리를 엄격하게 하고, 표준 원주(原酒) 개념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도 전통주의 세계화를 위한 정책마련을 체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햅쌀과 고려인삼, 세상 어느 곳에 내놔도 손색없는 물맛은 최고의 술을 만들 수 있는 천연조건이라고 말한다. 정 교수는 술맛은 원료와 발효, 증류 ,숙성방법에 의해 결정된다며 천연원료를 이용하고 향료나 색소를 첨가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며 성상이 다른 술을 섞지 않아야 좋은 술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요즘 한국인들은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신다. 무조건 양으로 승부하면서 술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마시는 것 같다.” 정 교수는 한국의 음주문화에 대한 아쉬움을 전하며 “100년 전만 해도 우리 선조들은 전통주를 많이 마셨지만, 지금은 본연의 술 맛을 잃어 버리고 무작정 몸에 좋든 나쁘든 마시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바라본 한국의 음주문화는 우리 고유의 좋은 술을 제조하고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만들었다. 구한말까지는 ‘소학’을 통해 초등학교 수준에서도 술 마시는 법을 가르쳤는데 그 이후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키지 않았다. 정 교수는 “전 세계에서 해마다 술 마시다 죽는 대학생이 반복되는 현실을 방치하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말하며 “와인 마시는 법은 가르치고 배우면서 왜 우리 술 마시는 법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냐” 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한국의 문화를 알릴 수 있는, 후손을 위한 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브랜드 보다는 의미있는 술, 가치가 있는 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시고 취하는 알콜 이상의 의미를 두고 마시고 싶은 만큼 스스로 결정해서 마실 수 있는 술을 만들고 싶다.” 정 교수의 술 제조의 철학이자 원칙이다. 술 제조에 있어서 가장 힘들고 번거로운 점은 바로 원료구매와 관리이다. 정확성과 유통과정의 명시가 중요한 만큼 비용과 수고가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인의 파라다이스 “술 저장고”

정 교수는 프랑스 친구였던 꼬냑회사 회장 장뽈까뮈 씨의 집에 초대받아 갔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그의 아버지가 담아놓은 술을 자신에게 권했다며 “집의 지하에 술 저장고가 있었는데 그곳을 파라다이스라고 불렀다.”고 전했다. 프랑스인들에게 파라다이스란 자신의 아버지가 자기를 위해 술을 담아놓은 것처럼 조상들이 후손들을 위해 술을 담아놓은 곳의 의미로도 통한다. 그 친구는 아버지가 자기가 태어났을 때 자신을 위해 술을 담아놓은 것을 정 교수에게 마시라고 떠주며 “친구니까 주는 것이다.”라는 말을 건넸다고 한다. 그 일이 정 교수에게는 큰 감동을 안겼다. 정 교수는 좋은 술이란 전통과 사랑을 되물림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전했다. “나폴레옹이 마시던 술이 여태 전해지고 있지 않나? 그만큼 보존이 잘 되고 있는 것이다. 정 교수는 술을 제조하며 의미 있는 일은 그 기록을 남기는 것이라며 족보와 공법을 제대로 만들어 놔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욕심이 나도 절대 마시지 말고 물려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주지기(知酒知己)’를 가져라
정 교수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특별한 의미를 지닌 술을 소유하며 자녀들에게 대대로 물려줄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 한다며 지난 2008년 그때부터 담가서 3년 후를 내다보고 있었을 때 기사를 본 사람들이 3년 된 술, 5년 된 술을 보내달라고 주문이 몰려왔다는 일화를 전했다. “우리나라는 위스키 1년 짜리도 없다. 관점의 차이다.” 술을 만드는 원리에 있어서 정 교수의 철학은 분명했다. “세계적인 술이 다 자연주의로 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소주, 막걸리에도 첨가물이 들어가 저장해, 건강, 가치까지도 떨어지는 문제가 생긴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정 교수는 세상의 좋은 술을 다 마셔봤고 세계의 좋은 술 공장을 다녀봤다며 우리나라 술이 수익성면에서도 뒤지지 않을 것을 자신했다. 정 교수는 정확한 유기농 원리에 입각해 자연의 누룩을 써서 술을 만들라고 당부했다. “이것이 바로 내 철학이다. 이렇게 하는 사람이 없어서 힘들다.” 막걸리 면허가 개방된 지 이제 12년 가량 되었다. 그전에는 아무나 술을 제조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관심이나 지원도 없이 정교수는 자신의 신념을 버팀목 삼아 이 길을 걸어왔다. “술은 아름답게 마시고 의미있게 마시자.” 그러면서 향과 맛을 생각하는 술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바람도 안고 있다. “술은 가까이 해 좋은 친구가 돼야지 술독에 빠져서는 안 된다”. 정 교수는 술을 알고 나를 아는 ‘지주지기(知酒知己)’를 기를 것을 조언했다. 우리 조상의 멋스러운 풍류를 담은 전통술의 가치를 되살리고 있는 정 교수의 행보가 아름다운 한국의 멋과 흥과 맛을 담아내는 명품술의 탄생으로 이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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