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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8-25 06: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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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한양대 이훈 교수

의정부음악극축제 총감독

한양대 이훈 교수

의정부음악극축제 총감독

한양대 이훈 교수

음악에 색을 입히고, 삶을 연주하는

축제다운 축제... 진정한 축제의 의미를 생각하다

“예술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공연예술의 경우 장르의 특성상 관람 시 필요비용이 높아 고급예술문화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시민들에게 떨어져 있는 예술을 공론화하고 그 거리감을 좁히는 것이 의정부음악극축제의 진정한 목적입니다.”

의정부음악극축제는 의정부예술의전당 건설 1주년과 함께 개최 되었다. 시민들과 함께 예술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들자는 취지에서였다. 축제 계획 초기에는 주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공연예술을 다루는 축제이기 때문에 음악을 매개로 하면서 보다 다채로운 장르를 망라할 수 있는 요소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중 인기가 급상승 하던 뮤지컬이 대중적이라는 점에서 좋은 아이템이지만, 의정부음악극축제에서는 좀 더 예술적 측면에 무게를 두고 축제를 구성하고자 했다. 그리고 모든 조건을 고려했을 때 음악극이라는 장르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말은 생소해,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던 것

음악극의 시초는 독일의 작곡가 바그너가 음악, 무용, 극시 등을 모아 종합예술을 제창하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대체로 음악극이라 하면 브로드웨이와 같은 뮤지컬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은 좀 더 외연이 넓은 개념이다. 극 전개와 이해에 음악이 주요한 창작 요소로 쓰인 서사를 포함하는 공연예술을 음악극이라고 칭하기 때문이다. 연극, 오페라, 무용, 뮤지컬, 멀티미디어 공연, 한국형 창작극 등 모든 장르를 아우르며 각종 공연예술이 어우러져 이훈 감독은 이것을 간단히 말해 ‘음악과 스토리의 만남’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에서는 박은호가 시와 성악, 악단을 총칭해 종합예술로 만들었던 것을 뮤직 드라마라 하였고 현재 의정부음악극축제가 본 장르를 시도하고 있는 유일한 주체이다.

유기적 협력, 독립적 행보... 원동력

의정부음악극축제는 의정부예술의전당 1주년과 함께 창건했지만 이와는 별개로 독립된 음악극축제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축제 전담 사무국이 따로 있어 축제행정 전반을 사무국 쪽에서 맡고 있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축제전문 사무국이 1년 동안 축제를 기획하고 체계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14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행사를 이끌어오는 원동력이 되었다. 또한 작년에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지역축제들이 대부분이 중단되었지만 집행위원회를 통해 주체적인 의사결정과정을 갖추고 있었던 의정부음악극축제는, 무조건적인 중단보다 추모 성격을 가진 공연을 통해 국민들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한편, 축제의 크기를 축소해 실내 공연을 제외한 야외·기타 공연은 취소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 결정은 슬픔에 빠져 있던 시민들에게 작지만 진심의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이런 의정부음악극축제에서 무대에 올리는 작품들은 주로 해외의 문제작이나 대작들이다. 그리고 공연사업팀에서 먼 길을 마다 않고 직접 섭외를 한다. 이훈 감독는 언제나 세계적으로 예술성이 높은 작품들을 찾는 것에 주력한다고 한다.

입맛 따라 가는 예술이 아닌 예술의 상향평준화

이훈 감독은 “해석이 갈릴 수 있는 문제작들이나 대작들을 초청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축제의 대중적인 성격을 크게 키워나가는 것이 숙제이지만 예술의 수준을 낮추지는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함께 관련 지식을 나누고 공부해나가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그래서 도입한 제도가 프리렉쳐(Pre-Lecture System, 사전강의) 시스템입니다. 극이 시작되기 전에 협력 예술가의 설명을 듣고 함께 대화하면서 이해를 돕는 것이죠.” 라고 말한다. 또한 공연 후에는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해외 아티스트 및 제작진들과 함께 작품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국내 작품 중에서도 보석 같은 작품을 찾는다. 올해는 파리넬리가 국내작으로 무대에 오르며,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야외공연을 공식으로 초청해 수준 높은 작품들이 공연될 예정이다. 이러한 공연의 섭외는 공연사업팀을 중심으로 전체 사무국이 의논해 최종적으로 결정을 한다.

안 와본 사람은 있지만 한번만 오는 사람은 없다

이처럼 음악극이 매우 흥미로운 종합예술임에도 불구하고 음악극축제의 주 방문객은 관련업계 종사자나 마니아층이었다. 음악극축제는 올해 경기도 10대 축제로 선정되어 정책적으로도 인정받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잘 알려져 있어 초청된 해외 극단들은 큰 영광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올해로 14번째 축제가 개최될 예정이지만 음악극축제를 잘 모르는 대중이 있고, 음악극에 대해 아직 생소하게 생각하는 면도 있어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따라서 이훈 감독은 용이한 접근성과 예술에 대한 보다 쉬운 이해를 도모해왔다. 이훈 감독은 이를 위해 음악과 컨텐츠의 만남을 굵직한 플롯으로 잡고 지난해 처음으로 의정부예술의전당 전시장에 주제체험관을 설치해 음악극의 역사와 의정부 음악극의 유래, 음악극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 의정부음악극축제만의 개성과 특색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이훈 감독이 시도한 주제체험관은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견학을 오는 학생들에게도 매우 유용하게 이용되었다. 주말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기존의 기간설정과는 달리 평일에도 동시에 공연을 진행하는 스쿨 위크(school week)도 새롭게 시도했다. 일반인 방문객도 중요하지만 커가는 꿈나무들이 예술을 친근하게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하는 이훈 감독의 바람이 깃든 기획이다. 올해는 한 층 더 발전시켜 도슨트(docent) 제도를 도입해 방문객들의 이해를 돕고 여기에 선물이 있는 퀴즈를 마련해 관객 참여를 극대화 시킬 예정이다. 특히 최근에 지역에 좀 더 안착하는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있어 시민이 관람자가 아닌 참여자로 시민 기여도가 높은 축제를 만드는데 역시 주력하고 있다. 올해는 시민들과 함께 만드는 축제를 위해 시민들과 전문 예술단체가 함께 연주하는 즉흥잼 콘서트를 소재로 다양한 즐길거리를 기획해 시민밀착형 축제를 표방하고 있다.

또 정기공연에서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는 티켓 가격에 대한 부담도 여러 방법으로 줄였다. 공식초청작 유료공연 7작품, 공연 관련 도서, 축제 프로그램북이 함께 제공되는 '절대티켓'은 25만원의 혜택을 10만원에 제공해 60%의 할인혜택을 준다. 아름다운 가게와 함께하는 ‘착한티켓’은 중고물품을 기증해 해외초청작을 관람할 수 있게 해준다. 이름마저 착한 ‘착한티켓’은 예술경영 컨퍼런스에서 우수사례로 발표되기도 한 기특한 아이디어이다. 또 학생이나 의정부예술의전당 회원, 단체 관람 시에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공연예술은 고급문화라는 편견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지 짐작할 만하다.

축제에 색을 입히다

“예전의 의정부는 회색입니다. 딱딱하고 삭막한 느낌이 있죠. 축제는 축제다워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꼭 갖춰야 하는 축제의 성격들이 있습니다. 축제 자체가 가지는 놀이성, 지역을 잘 반영하는 스토리를 넣은 장소성, 함께하는 대동성이 있어야 합니다. 또 말 그대로 축제는 축하의 의미와 제사가 가지는 신성성이 있습니다. 이것은 개막과 폐막이라는 의례 의식이 말해줍니다. 이 모든 요소가 융화될 때 진정한 축제가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사실 의정부음악극축제에 색을 입히고 싶었습니다.”

이훈 감독은 축제의 상징색깔을 핑크색으로 확정하여 상징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또한 ‘미스터M’이라는 독자적인 캐릭터도 확정하였다. 훌쩍 큰 걸음으로 걷는 모양의 ‘미스터M’은 여러 악기 연주하고 사람들과 즐겁게 춤추는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색채들은 결코 원색의 날카로움이 없다. 마을의 집들도 사람들도 부드러운 색을 띄며 함께 어울린다. 예술이라는 것이 더 이상 멀리 있는 것이 아닌 대중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는 날이 오길 염원하는 이훈 감독의 희망과 닮아있다.

깊은 뿌리, 무성한 잎을 가진 건강한 축제

이훈 감독은 무엇보다 의정부음악극축제에서 예술이 가진 본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원래 가지고 있는 것을 끄집어내어 보다 많은 사람과 즐기는 것, 그것이 의정부음악극축제의 목적인 것이다.

“축제는 살아있는 유기체입니다. 기름지고 자극적인 인스턴트식품을 먹으면 몸집이 거대하고 빨리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코 건강할 수는 없습니다. 조금 느리지만 체력을 다지는 과정을 꼭 거쳐야 좋은 축제, 건강한 축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훈 감독의 이 이야기는 차고 넘치는 지금의 지역축제들이 가지는 문화를 돌아보게 한다. 요즘 한 지역에서 개최하는 축제는 두셋 이상이다. 하지만 과연 내실 있고 알찬 축제는 얼마나 될까? 단기간에 얼기설기 기획안을 거쳐 관광객 끌어 모으기에 급급한 축제가 적지 않다는 것을 그 소문난 잔칫집에 다녀온 이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건강하지 못한 축제는 장수하지 못한다. 의정부 지역민의 사랑과 지지를 받으며 14년째 이어오는 이 음악극축제가 깊은 뿌리를 만들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의정부음악극축제의 정체성과 상징성을 굳혀가는 것. 이훈 감독은 축제의 독자적인 서체와 분홍의 '미스터M'이 고정된 이미지를 만들어 사람들이 음악극축제와 연관시켜 쉽게 떠올릴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훈 감독은 2030년까지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단기간에 무리한 진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매년 거듭나는 축제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오페라, 무용, 연극... 이러한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혹자는 웅장한 무대를, 비싼 티켓 값을, 난해한 극 해석을 생각할지 모른다. 의정부음악극축제는 이미 한국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이러한 편견에 있어서 꼭 필요한 축제이다. 삶을 연주할 수 있을 때 우리의 생활이 얼마나 풍요로워 질 수 있는지를 아직 모른다면 삶을 함께하는 좋은 사람들과 의정부음악극축제에서 마음 놓고 즐겨보자. 그 과정에서 예술이 어느새 놀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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