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슬포라는 지명은 탐라 시기의 ‘모실개’라는 의미로 모실은 모래를, 개는 갯가를 뜻한다. 즉, 모래가 많은 바닷가 마을이라는 뜻을 가진다. 하지만 예로부터 사람이 살지 못할 정도로 몹쓸 바람이 부는 곳과 가난하고 먹고살기 힘들다는 뜻에서 ‘못살포’라 불렀었다. 정확한 지명의 유래가 아닌 구전에서 전해진 잘못된 설이지만, 현재도 많은 학생들은 모슬포를 떠나고 싶어 한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 도시재생사업을 위해 조금이라도 기여를 하고 싶다는 모슬포 토박이 ‘모슬포정미소’의 정혜경 대표를 만나 그녀의 소박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거창함보다는 자연스러움
“제 이름은 정혜경입니다. 저를 특정 단어로 표현하기 힘들어 명함은 만들지 않습니다. 누가 물어보시면 그냥 제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려드립니다.” 꿈에 그리던 카페 사장님이 되었지만, 그녀는 흔한 명함 한 장을 만들지 않았다. 종이라는 틀에 갇혀 거창한 꿈을 꾸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나를 알리려는 그녀만의 방식이다. ‘모슬포정미소’는 40여년 전부터 그녀의 친할머니와 부모님께서 정미소를 운영하던 자리였다고 한다. 중간에 가게를 내놓은 적이 있었지만 할머니가 늘 그리워하시던 공간이라 다시 찾게 되었다고 한다. 같은 공간에서 손녀인 정혜경 대표가 올해 1월 1일, 카페 ‘모슬포정미소’를 오픈했다. 정미소를 오래 한 자리라서 정미소 풍경을 그대로 살리고 싶었지만 실제 건물이 너무 낡고 오래되어 구조물들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 새롭게 개조하고 꾸미게 되었다고 전했다. ‘모슬포정미소’는 실 평수 약 40평 규모의 카페로 작지 않은 내부 공간과 정미소 느낌이 나는 기계부품들. 그리고 각각의 개별적인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이색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오픈한 지 아직 1년이 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처음부터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되기보다는 동네 사람들이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꿈꿨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동네에 녹아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는 것이 그녀의 소박한 꿈이다.
서귀포시 ‘아름다운 간판상’ 대상
‘할머니와 부모님이 쌀 빻고 떡 만들던 정미소 자리에서 손녀가 커피를 내리고 쌀 주전부리를 만듭니다.’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에 위치한 카페 ‘모슬포정미소’의 정감 있는 카페 소개이다. 이와 같이 오랜 시간 대정읍을 지켜온 이야기와 정체성을 담은 개성 있는 간판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모슬포정미소는 2020년 서귀포시 ‘아름다운 간판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 대회는 서귀포시의 자연경관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 건물과 주변 환경에 조화롭게 어울리며 업소 특색을 살린 간판을 선발하는 대회이다. 상호는 정혜경 대표의 친할아버지가 처음 지었고, 많은 동네 사람들이 기억해 주는 공간과 이름이기에 카페의 상호도 ‘모슬포정미소’ 그대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리고 ‘커피점빵’이라는 상호를 추가로 붙였는데, ‘점빵’은 동네에 있는 조그마한 슈퍼라는 뜻의 방언이다. ‘모슬포정미소’ 정혜경 대표가 원하는 모습이 상호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못살포’가 아닌 ‘잘살포’가 되었으면
10년 동안 카페를 오픈하고 싶었다는 정혜경 대표는 “거창한 포부로 시작한 카페는 아니지만, 못살포가 아닌 잘살포가 되었으면 그리고 더 나아가 꿈살포가 되는데 저의 카페가 일조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사실 가난하고 못살아서 못살포라 불렸다는 것은 한국전쟁 때의 이야기다. 조용하던 섬마을에 신병교육대 수만 명이 천막을 치고 생활을 하였으니, 면회를 온 가족들에게 비친 모슬포의 모습은 가난하고 살기 힘든 도시가 아니었을까. 모슬포는 예로부터 농업과 어업이 발달해 부농인 집안이 많았다고 한다. 현재도 모슬포는 농업인이 많은데, 수입농산물과 유통판로의 변화 등으로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정혜경 대표는 조금이라도 지역 기업이나 지역 농민들에게 유통의 판로를 열어드리고자 카페에서 우리 밀이나 누룽지, 애견 간식 등을 판매하고 있다. “제주의 기업이나 지역 농업인들의 상황이 좋아지면 마을도 더 활성화되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응원하는 마음으로 저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작은 보탬이 되고 싶어요.” 지역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누구보다 모슬포가 살기 좋은 동네가 되었으면 한다는 그녀의 바람처럼 모슬포정미소가 마을의 중심이 되어 더불어 살아가길 응원한다.
우리 마을 살리기 프로젝트
제주도는 많은 관광객이 여행을 가는 곳이지만 서귀포시 대정읍은 관광지도 아니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녀가 모슬포에 카페를 오픈하고 싶었던 이유는 가족들과의 추억이 깃든 동네이기도 하고, 그녀 자신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나아가 주민들도 편하게 들릴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해서 지역 모임이나 각종 소모임 활동을 할 수 있게 공간을 구성했다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젊은 농업인들을 위한 모임 장소로 제공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모슬포정미소는 주민들이 편하게 찾는 공간이다 보니 아이들부터 노인분들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방문해 주는 카페이다. 각기 다른 공간으로 구분이 되어 있어 손님들은 본인이 원하는 자리에 앉아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또한 착한 제주 여행의 ‘의외로 모슬포’ 라는 마을 투어에서 모슬포정미소는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와 대정중학교가 함께한 프로젝트로 ‘우리 마을 알아가기(물만난 모슬포)’ 수업에서도 모슬포정미소를 방문했다.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것 만으로도 모슬포정미소는 단순한 카페가 아닌 마을 역사에 의미 있는 공간이다. 정혜경 대표는 편안한 휴식처라는 콘셉트로 카페 공간을 구성했고, 앞으로도 부담 없이 방문하고 쉴수 있는 마을의 모슬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지역경제발전에 도움이 되고파
요즘같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시대에서는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카페 메뉴보다는 시그니처 제품이나 메뉴들이 각광받는다. 정혜경 대표 역시 모슬포정미소를 처음 오픈할 당시, 시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지역 농산물을 이용한 메뉴를 만들고 싶어 했다. 하지만 시제품 없이 대중적인 맛을 내는 일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한, 혼자 운영하는 카페에서 모든 제품을 개발하고 만들어 판매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었다. 현재 모슬포정미소에서는 제주도 고구마로 만든 고구마라테와 밤호박, 고구마, 감초, 레몬, 생강, 딸기 등을 이용한 디저트와 음료, 제주의 자몽이라 불리는 ‘팔삭’을 이용한 계절 음료를 판매하고 있다. 오랫동안 마을을 지켜온 공간인 만큼 지역농산물 사용량을 늘려 조금이라도 지역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그녀는“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로 인해 카페 운영이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지만 늘 응원해 주시는 고객분들이 있어서 항상 힘이 납니다. 늘 감사하고 새해에는 모두가 잘 되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짧은 감사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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