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합

화마가 삼킨 아시아 최대 물류센터 천안 이랜드물류센터, 원인 규명 첫발 떼다

천안 이랜드패션 물류센터 21일 합동감식 착수 붕괴 위험에 드론 활용…3층 발화 가능성 무게

21일 오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이랜드패션 물류센터에서 합동 감식이 진행된 가운데, 무너져 내린 건물 잔해물이 인도를 가득 메우고 있다. 지난 15일 발생한 화재로 축구장 27개 규모의 초대형 물류시설이 사실상 전소됐다. 사진=연합뉴스
21일 오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이랜드패션 물류센터에서 합동 감식이 진행된 가운데, 무너져 내린 건물 잔해물이 인도를 가득 메우고 있다. 지난 15일 발생한 화재로 축구장 27개 규모의 초대형 물류시설이 사실상 전소됐다. 사진=연합뉴스

의류와 신발 1100만여 점을 집어삼킨 대형 화재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공식 조사가 시작됐다. 21일 오전 충남 천안시 동남구 풍세일반산업단지 내 이랜드패션 물류센터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7개 기관 합동감식이 본격화됐다. 화재 발생 엿새 만에 진행된 첫 공식 현장 조사로, 정확한 발화 지점과 원인 규명에 수사력이 집중되고 있다.

천안동남경찰서는 이날 오전 11시 40분께 소방청, 국립소방연구원, 충남소방본부, 국과수 등 관계 기관 전문가 20여 명과 함께 현장 감식에 착수했다. 오전에는 건물 외부에서 육안으로 구조물 상태와 화재 흔적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장시간 화염에 노출된 탓에 건물 골조가 심하게 손상돼 내부 진입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무너져 내린 콘크리트 잔해와 휘어진 철근이 인도를 뒤덮었고, 안전 확보가 어려워 외곽 조사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오후 들어 합동감식단은 드론을 투입해 정밀 촬영을 실시했다. 추가 붕괴 위험 때문에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구역을 항공 촬영으로 대체한 것이다. 드론은 건물 상층부와 붕괴 지점을 세밀하게 촬영하며 발화 지점 추정에 필요한 영상 자료를 확보했다.

김진현 천안동남경찰서 형사과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내부 CCTV를 분석한 결과 3층에서 최초 불꽃이 포착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층간 연결 구조 특성상 1층이나 2층에서 발화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화재가 발생한 3~4층은 전기로 작동하는 자동화 지게차 로봇이 배치된 구역으로, 경찰과 소방은 이를 위해 연결한 전기 배선 문제를 유력한 원인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15일 오전 6시 8분께 발생한 이 화재는 60시간여 만인 17일 오후 6시 11분에야 완전 진압됐다.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연면적 19만3210㎡(축구장 27개 규모)에 달하는 초대형 물류시설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다. 건물 내부에 빼곡히 쌓여 있던 의류와 신발 등 가연성 물품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화재 진압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7분 만에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오전 7시 1분 대응 2단계로 격상했다. 충북, 경기, 세종, 전북, 경북 등 인접 시도 소방서까지 출동 지령이 내려졌고, 헬기 8대와 소방 인력 360여 명, 장비 120여 대가 투입됐다. 국내 유일하게 울산에 배치된 대용량 방사포까지 동원되는 등 총력 진화 작업이 펼쳐졌다. 다행히 화재 당시 건물 내 인원은 경비원 등 3명뿐이었고, 이들은 즉시 대피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 물류센터는 2014년 7월 준공된 이랜드그룹 패션사업의 핵심 거점이다. 화물차 150대가 동시 접안할 수 있고, 일일 최대 5만 박스, 연간 400만~500만 박스를 처리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패션 물류시설이었다. 스파오, 뉴발란스, 미쏘, 후아유, 로엠, 폴더 등 이랜드패션 소속 10여 개 브랜드 제품이 이곳에서 전국으로 배송됐다.

화재로 인한 재산 피해는 막대할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 물류센터는 한화손해보험을 간사로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흥국화재 등 5개 보험사가 공동 인수한 재산종합보험에 가입돼 있다. 보험 가입금액은 건물 1948억 원, 재고자산 1870억 원 등 총 3818억 원 규모다. 다만 재보험 구조와 손해사정 결과에 따라 실제 보상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

이랜드그룹은 물류 정상화를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섰다. 인근 이랜드리테일 물류센터를 비롯해 부평, 오산 등 그룹 관계사 물류 인프라를 활용하고, 외부 물류센터도 임차해 배송 차질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연말 쇼핑 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 시즌과 맞물려 소비자 불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스파오, 뉴발란스 등 주요 브랜드 홈페이지에는 배송 지연 및 주문 취소 가능성을 알리는 공지가 게시된 상태다.

이번 화재는 대형 물류시설의 화재 취약성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1년 쿠팡 덕평 물류센터 화재에 이어 초대형 물류창고에서 또다시 대형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올해 풍세일반산업단지에서는 4월 화장품 제조업체, 9월 반도체 제조업체 등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이에 천안동남소방서는 화재 발생 3일 전인 11월 12일 산단 입주업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화재예방 간담회를 실시했지만, 대형 참사를 막지 못했다.

합동감식단은 앞으로 CCTV 포렌식 분석과 현장 증거물 수집을 통해 정확한 발화 원인과 지점을 규명할 계획이다. 건물 구조 안전성이 확보되는 대로 내부 진입 조사도 병행할 예정이다. 화재 원인이 밝혀지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보험 보상 절차 역시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