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이슈를 자신의 일로 걱정한 사람이자 직업인
“한강이나 다른 교량에서 투신한 사람들의 뉴스가 종종 나오잖아요. 그럴 때마다 안타까운데 통계를 보면 매년 비율이 높아지더군요. 생명은 소중한 건데, 내가 좀 막을 방법이 있을 수 있겠다,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아루미존 허성우 대표가 교량설치 ‘투신자살방지 안전난간’의 개발에, 순전한 중소기업의 작은 힘으로 오랫동안 몰두해 마침내 기술적 완성을 이루어낸 직접적 이유다.
(주)아루미존은 알루미늄 펜스를 제작하는 전문기업이다. 도로의 차량 방호울타리, 공원 펜스, 방파제 안전난간, 어린이 시설이나 체육시설의 안전난간 등 방호 목적의 모든 난간을 알루미늄 소재로 제작 공급한다. 차량방호용 난간을 강도와 경도를 강화시킨 알루미늄 소재로 제작한 기업이기도 하다. 서울우수공공디자인 인증, 경기도 공공시설물 우수디자인 인증 등 실적도 만만찮다. 허성우 대표가 ‘투신자살방지 안전난간’을 개발하는 과정은 발명가에 가까운 열정이 보인다.
“자살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다수는 순간적인 격정을 못 눌러 투신하는 것일 수도 있다 생각하니, 그럼 그 순간을 지연시켜 마음을 바꿀 가능성도 있겠다 싶은 겁니다. 자살 시도를 위해 난간에 올라갈 때 신체가 아프거나 신체의 중심을 흩트리면 방법이 있겠단 생각이 꽉 차더군요. 그리고 순간 주판알을 떠올렸습니다.”
허성우 대표는 자신의 상고시절 일화가 기억났다. 주산 시간에 계산이 틀리면 짓궂은 선생님은 주판알로 빡빡머리를 비벼댔다. 아팠다. 그 경험이 최초의 아이디어에 도움을 주었다.
“처음엔 난간 전체를 아예 빈틈없이 차단하는 것으로 구상했는데 아무래도 평소의 미관이 걱정됐습니다. 시야를 가리지 않고 통풍이나 풍화에 잘 견디려면 아무래도 간격을 열어줘야지요. 그리곤 피아노 선(線)과 전선줄을 동시에 떠올렸어요. 참새들이 안정감 있게 매달리려면 전선이 어느 정도 두께가 있어야 해요. 그래야 발가락의 완력으로 버팁니다. 너무 가늘면 중심을 못 잡아요. 피아노 선처럼 간격을 가늘게 두면 자살 시도자들이 잡았을 때 손이 아파 순간 멈출 수 있겠구나 또 그래서 균형이 흐트러져 난간 꼭대기까지 오르려는 시도를 무산시키거나 지연시킬 수 있겠구나 했지요. 그러는 동안 구조대가 현장으로 올 시간을 버는 거지요.”
논문을 쓰듯 자료 모으고 관련 기관 설득
제작구상을 완성한 다음에는 설득작업이 있어야 했다. 허성우 대표는 마포대교 담당 여의도 파출소를 방문을 첫 행동으로 옮겼다. 담당자와 6개월 동안 자살시도자의 통계를 뽑았다. 성별, 나이, 지역, 시간대 등등 데이터를 모았다. 박사 논문에 버금가는 자료가 만들어졌다. 데이터와 교량투신방지 안전난간 구상디자인을 가지고 서울시 담당자를 찾아갔다. 작은 기업의 아이디어를 금방 받아주진 않았다. 대신 서울시 공공디자인 공모에 제출해 우수상을 받았다.
“생명은 절대적으로 소중합니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의 교량마다 투신자들이 있을 겁니다. 지자체 정부가 관심 있게 봐줬으면 좋겠어요. 기관들은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관련 자료를 마련하지 못합니다. 관계법령이나 조례, 예산 등 구비된 것이 없어요. 일단 생명은 구할 수 있고 삶의 기회를 다시 가지게 되잖아요.”
허성우 대표는 투신방지 안전난간의 기술적 디자인을 위해 해외 출장 중에도 유심히 외국의 교량들을 보고 다녔다. (주)아루미존은 요즘 회사 스스로 자살관련 데이터와 해외 자살방지난간 사례, 방호난간 등이 인쇄된 책자를 만들어 지자체와 자살방지협회 등 기관과 단체에 우편 발송을 한다.
“업체가 기술개발을 하면 수요가 있어야 사업성을 가집니다. 지금은 지자체들이 심각성에 비해 능동적인 대책을 가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업계에서 처음 시도했지만 곧 다른 후발업체들이 생겨나는 자각이 이루어지라고 봅니다.”
허성우 대표는 혼자만의 ‘기술 짝사랑’이라고 다소 시니컬하게 표현한다. 이 안전난간과 관련해 12개의 기술특허와 200개의 디자인 특허를 가지고 있다. 개발하는 동안 ‘사업성을 보장받기엔 너무 앞서는 기술’이라는 직원들의 가벼운 저지도 받았다. 선구안을 가진 사람은 어느 정도 외로운 고투를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허성우 대표의 말처럼 일정시간이 지나면 곧 주류적 흐름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지금 마창(마산·창원)대교 교량 난간공사에 참여를 제안한 상태다.
지난해부터 해외에 기술 수출, 국내 최초 유럽인증(CE) 획득
(주)아루미존은 작년부터 해외사업을 시작했다. 부루나이의 ‘순가이브릿지’ 1,500미터에 달하는 교량작업이 5월말에 설치 완료될 예정이며, 템부롱 브릿지 27Km도 작업진행 중으로, $ 440만 달러(USD) 수출계약이 되었다.
“저희가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한 차량방호용 알루미늄 난간을 수출하기 위해 미국이나 유럽에 가보니 국내 조건과 안 맞는 부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유럽에 맞는 제품으로 다시 개발해 CE(유럽기술인증) N2인증을 받았지요. 물론 국내 최초입니다. 한국도로공사에서 승용차 충돌실물 테스트도 받았구요. 그 제품으로 순가이브릿지에 적용했습니다.”
더불어 국내에서 추진하는 사업들도 대기하고 있다. 항만이나 부두에 설치하는 ‘하이브리드 차막이’는 알루미늄과 LED로 야간의 선명성을 보장한다. 항만공사와의 공동개발로 허여계약을 맺어 이미 인천 신항에 설치돼 있다. 또한 아루미존과 한국전자부품연구원이 공동으로 신청한 ‘문화행사 안전보호를 위한 모듈형 스마트 안전펜스 시스템 개발사업’ 이 정부과제로 채택되어 올해 6월부터 2개년에 걸쳐 12억 규모로 개발사업을 수행키로 하였다.
수요자들은 간혹 알루미늄의 금속특징이 약한데 안전하겠냐고 의문을 가지는데, 알루미늄의 비중에 철의 강도를 입힌 기술이 쓰인다고 박한상 영업이사는 설명한다.
내구성 면에서도 철은 오래되면 부식돼서 쓸모를 잃지만 알루미늄은 백화상태만 되고 질량에 변화가 없어 철을 사용해 2,3년 단위로 바꾸는 수고보다 훨씬 경제성이 높다고 한다.
장밋빛 계획보다는 구체적 실천성이 중요
(주)아루미존은 얼마 전 ‘3정 5S’ 발대식을 가졌다. 3정은 ‘정위치·정품·정량’, 5S는 ‘정리·정돈·청소·청결·습관화’ 다. 작은 것에서 하나하나 시작해 나가면 품질 면에서도 어느시점에서는 월등히 앞장서 갈 것이란 생각이다. 작업장 정돈은 업무효율 뿐 아니라 작업장 사고방지에도 중요하다. “얼마 전 워크샵에서 발표가 있었는데, 거대한 수치만 제시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그 수치를 365일, 하루, 한 시간으로 쪼갰을 때 실제로 타당한 목표를 정하자고 말했습니다. 욕심 부리지 않고 내실을 다진 후 회사가 커졌을 때 직원들과의 분배가 더 실질적입니다.”
(주)아루미존은 2015년 말, 공장을 충남의 예산 예당 산업단지으로 옮겼다. 그런데 두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하나는 인력난이다. 많이 지적하는 일이지만, 실업자는 양산되는데 구인은 힘든 모순에 역시 직면한 것이다.
“요즘 구직자들은 일하려는 열성보다는 조건을 먼저 따집니다. 오히려 회사가 구직자에게 면접을 봐야 해요. 급여나 쉬는 날의 조건 등을 먼저 물어봅니다. 일주일 근무해놓고 연락없이 안 나오는 사람도 많아요.”
일할 수 있는 것의 고마움을 성실성으로 지켜온 허성우 대표로서는 납득이 어렵다. 그래서 인천에서 예산으로 공장이 내려왔을 때 거의 모두 함께 따라와 준 직원들이 고맙다.
다른 하나는 지자체의 탁상행정이다. (주)아루미존의 본사는 인천에 있고 공장은 예산에 있다. 그런데 자금지원을 받기 위해 신청하면 본사 주소지가 달라서 안 된다, 공장이 지방에 있어 안된다는 거절이유를 수없이 들었다. 중소기업 실정을 도외시하는 이런 처사로, 실제 허성우 대표가 공장을 예산으로 옮기면서 구상했던 기대들이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다른 중소기업의 처지도 대동소이할 것이다. 관련 기관의 실질적인 행정이 절실하다.
허성우 대표는 25명의 직원들을 준 가족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너무 어려웠을 때 2번을 제하고는 월급날을 어겨본 적이 없다. 사장은 월급이 없어도 밥 먹지만, 직원들은 한 달을 오로지 월급으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3년 전부터는 워크샵을 ‘동행’이란 주제로 직원가족과 동반해 해외로 가고 있다. 해외사업을 시작하고서는 직원들에게 해외전시에 참여하는 기회를 많이 주려고 노력한다. 또한, 예산으로 함께 내려온 직원들을 생각하여, 사옥 3층에 기숙사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혹시 직원들의 가족이 내려올 경우를 대비하여, 직원들의 가족들을 위한 팬트하우스와 바베큐 잔디밭을 옥상에 만들었다. 대한민국의 열악한 중소기업 환경에서 구성원들은 물론 사회적 가치와 동행하려는 (주)아루미존의 올해 사업목표가 꼭 이루어지길 바란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그래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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