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시장 숙명의 라이벌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 두 회사가 아웅다웅한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들어 자존심 싸움이 부쩍 치열해졌다. 최대 격전지는 인공지능(AI)가전 분야다. 두 회사는 마치 AI가전 시장에서 한번 밀리면 끝인 양, 경쟁 양상이 치열하다 못해 전쟁을 방불케한다.
삼성과 LG가 AI 가전을 놓고 기싸움이 팽팽하다. AI를 탑재한 신제품을 거의 동시에 출격시키는가 하면, 시장점유율을 놓고도 서로 다른 기준치를 제시하며 각자 "우리가 최고"라고 주장한다. 3일 삼성이 인공지능(AI) 기능을 강화한 ‘2024년형 비스포크’ 신제품 라인업을 대거 공개하자 LG는 가전 전용 온디바이스 AI칩 'DQ-C'를 자체 개발, 글로벌 AI 가전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라고 즉각 맛불을 놨다.
가전시장의 가장 뜨거운 분야인 세탁건조기 시장에선 더욱 치열하다. 한치의 양보도 없다. 지난 2월27일 LG가 시그니처제품을 내놓자, 삼성은 부랴부랴 다음날 '비스포크 AI 콤보' 출시를 알렸다. 이후 삼성은 이례적으로 초기 판매실적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출시는 하루 늦었지만, 판매량은 더 많다'는 점을 내세워 LG를 자극하고 있다.
급기야 양사의 대표까지 등판하며 신경전이 날로 격화되는 양상이다. 포문은 조주완 LG 대표가 먼저 열었다. 조 사장은 지난달 26일 정기 주주총회 후 AI 가전의 시초는 우리가 만들어낸 업(Up)가전고 강조했다. 삼성이 AI를 모든 삼성표 디바이스에 적용하며 AI마케팅에 박차를 가하자 '원조론'을 내세워 애써 삼성을 깎아내리겠다는 심산이다.
이에 삼성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이 반격에 나섰다. 한 부회장은 3일
'웰컴 투 비스포크 AI' 신제품 론칭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AI는 시초가 중요한게 아니라 어떻게 빨리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주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부회장은 "AI생태계가 많이 확산하고 있고 누구나 다 한다고 하지만, 실제 제품으로 실생활에 적용된 것은 삼성이 제일 많다"고 했다. "AI의 시초는 LG"라는 조 사장을 직접 겨냥한 발언이다.
삼성과 LG의 이같은 자존심 싸움은 글로벌 가전시장 흐름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는 간다.. AI열풍으로 가전시장의 패러다임 변화가 예고돼 누가 먼저 시장을 선점하느냐에 따라 향후 경쟁구는 지금과 판이하게 바뀔 수 있다. 게다가 삼성과 LG는 세계 가전시장의 정상자리를 놓고 다투는 글로벌기업들이다.
선의의 경쟁은 늘 기술 발전과 성장을 수반하게 마련이다. 삼성과 LG가 K-가전을 세계 정상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도 지난 수 십년간 모든 가전부문에서 치열하게 전개된 경쟁이 밑거름이 됐음을 부인키 어렵다. 그러나 악의적인 경쟁은 양사 모두에게 결코 도움이 안된다. 불필요하게 에너지만 소모할 뿐이다.
삼성과 LG는 그간 선의의 경쟁 못지않게 적지않은 반목과 갈등을 반복해왔다. 이로 인해 더 많이 성장할 기회를 놓치고, 중국에 추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역효과를 낸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경쟁도 정도가 지나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 AI가전 시장 선점을 위한 삼성과 LG의 자존심 경쟁이 최소한 선을 넘지는 말아 달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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