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의 해외 유출이 심각하다. 비단 반도체, 디스플레이, 정보통신 등 IT분야에 국한하지 않는다. 방산, 조선 등 첨단산업 전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마치 대한민국 첨단기술 보안망에 구멍이 뚤린 듯하다. 최근 세계 각국에 첨단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가열되면서 기술유출 사례가 더욱 빈발하는 양상이다.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첨단제품이 많다보니, 앞으로도 첨단기술 유출은 분야와 성격을 가리지 않고 사례가 늘 것으로 우려된다. 심지어 최근엔 내국인이 주도하던 기술유출이 이젠 외국인 기술자까지 가세했다.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외국인 기술자 유치는 앞으로 계속 늘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최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근무하던 인도네시아 기술자들이 초음속 전투기 KF-21 관련 내부자료를 유출하려다가 적발된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KF-21은 한국이 자랑하는 차세대 전투기다. 군사강국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성능이 뛰어나다. 해외서도 몸값이 치솟으며 K-방산의 대표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 중동 등 여러 나라에서 KF-21 구입에 관심이 크다. 다행히 기술을 빼가기 직전에 적발됐지만, 생각만해도 아찔한 일이다.
첨단기술은 개발하는 것 못지않게 지키는 게 중요하다. 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어렵게 독보적인 기술을 개발해도 핵심기술이 한번 유출되고 나면 가치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개발자들의 의욕도 크게 떨어질 게 자명하다. 유출기술을 바탕으로 경쟁품이 나온다면, 해당 기업은 물론 국익에도 엄청난 손해다. 우리는 이미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배터리 등 여러 분야에서 기술 유출로 인한 유무형의 폐해를 뼈저리게 절감하고 있다.
더는 이대로 둬선 곤란하다. 무엇보다 기술유출 범죄자에 관해선 양형 기준을 대폭 높여서라도 일벌백계로 다스려야한다. 징벌적 손해배상만으로는 임팩트가 약하다. 필요하다면 특별법이라도 만들어 처벌수위를 대폭 높여야 한다. 외국 사례를 비춰봐도 우리나라의 기술유출 범죄자에 대한 처벌정도는 약하다. 개발자들은 첨단기술 유출사건이 빈발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가 솜방망이 처벌 떄문이라고 항변한다.
정부의 인식도 더 엄격해져야한다. 기술유출 방지시스템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감독하는데 경제안보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두어야한다. 첨단기술 육성을 위한 업계 지원책 못지않게 기술유출을 원천봉쇄하는 일이 중요하다. 기술이 발전할 수록 기술유출 수법도 함께 고도화할 수 밖에 없다. 해킹을 방지하는 보안 기술처럼 첨단기술을 빼내가는 '기술도둑'을 상시적으로 감시, 적발하는 고도의 숙련된 전문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 차제에 첨단기술 보안망을 제로 베이스에서 전면 재검검해 시스템을 보다 고도화하는게 시급하다. 현실적으로 기술유출을 모두 막는게 어려운 작은 물고기와 같다면 그물망을 보다 촘촘히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