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종편집 : 2026-08-25 19:13 (화)
🇰🇷🇺🇸
사회

봉화 K-베트남 밸리특구 지정…3,476억 원 들여 문화·관광·정주 거점 조성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봉성면 창평리 일원서 8개 특화사업 추진 총사업비의 49%인 1,701억 원 군비 부담…남은 재원 확보가 실행 속도 좌우 베트남 현지 문화교류·계절근로자 협력·지역축제 참여로 인적 기반도 확대

경북 봉화군이 베트남 리 왕조 후손과 관련된 역사자원을 문화·관광·정주사업으로 연결하는 지역특화발전특구로 지정됐다. 봉화군은 2030년까지 3,476억 원을 투입해 K-베트남 밸리를 비롯한 8개 특화사업을 추진하고 외국인 체류, 토지이용과 주택공급 등에 10건의 규제특례를 적용할 계획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6일 제60차 지역특화발전특구위원회를 열고 ‘봉화 K-베트남 밸리특구’ 신규 지정을 의결했다. 지정 기간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이며, 대상지는 경북 봉화군 봉성면 창평리 737번지 일원 87만7,372㎡다.

이번 지정으로 정부 예산이 일괄 지원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특화발전특구는 지방정부가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을 추진할 때 관련 법률의 규제를 선택적으로 완화하는 제도다. 특구 지정 자체에 직접적인 재정·세제 지원은 없으며, 봉화군이 국비와 지방비, 민간투자를 사업별로 확보해 계획을 실행해야 한다.

봉화 K-베트남 밸리특구의 사업 규모와 재원 구성을 정리한 그림이다. 전체 사업비 3,476억 원 가운데 군비가 1,701억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AI그래픽=데일리뉴스, 자료=중소벤처기업부
봉화 K-베트남 밸리특구의 사업 규모와 재원 구성을 정리한 그림이다. 전체 사업비 3,476억 원 가운데 군비가 1,701억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AI그래픽=데일리뉴스, 자료=중소벤처기업부

2,000억 원 K-베트남 밸리에 7개 연계사업 결합

특구계획에 포함된 8개 사업 가운데 중심은 2,000억 원 규모의 K-베트남 밸리 조성사업이다. 베트남 리 왕조 관련 역사교육 시설과 한·베 문화교류 거점을 조성하고 베트남 이주민의 정착을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창평저수지 주변에는 485억 원을 투입해 한·베 문화교류 복합공간과 베트남 테마 관광명소를 조성한다. 봉화군은 앞서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계획공모형 지역관광개발사업에 선정돼 이 일대에 ‘봉트남’이라는 베트남 테마명소를 만드는 사업을 추진해 왔다. 해당 공모사업은 2029년까지 국비 60억 원을 포함한 120억 원 규모로 진행되며 이번 특구계획의 관광 분야와 연결된다.

나머지 사업은 다덕약수관광지 조성 179억 원, 정자문화생활관 조성 391억 원, 임대형 스마트팜 조성 229억 원, 백두대간 힐링 펫빌리지 조성 101억 원, 목재문화체험장 조성 86억 원, 문수골 가재마을 조성 5억 원이다.

앞서 공개된 K-베트남 밸리 계획은 창평리 일대의 역사·문화·관광 거점 조성에 2,000억 원을 투입하는 구상이었다. 이번에 확정된 3,476억 원은 이 핵심사업에 저수지 관광개발, 스마트팜, 반려동물 휴양시설과 산림·농촌 체험사업을 더한 특구 전체 사업비다. 기존 K-베트남 밸리 사업비가 3,476억 원으로 증액된 것이 아니라 여러 지역사업을 하나의 특구계획으로 묶은 구조다.

각 사업의 성격도 하나의 관광지 조성에 한정되지 않는다. 스마트팜은 청년 농업인의 유입과 창업 지원, 펫빌리지는 한국펫고등학교와 연계한 현장실습과 일자리 창출, 정자문화생활관과 목재문화체험장은 체류형 관광 확대를 목표로 한다. 특구계획은 문화관광 시설과 농업, 교육, 일자리, 정주 기반을 연결해 관광객과 생활인구를 함께 늘리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군비 1,701억 원…민간투자는 대부분 남아

총사업비 3,476억 원의 재원은 국비 1,051억 원, 경북도비 277억 원, 봉화군비 1,701억 원, 민간투자 447억 원으로 구성된다. 군비가 전체의 약 49%로 가장 많고 국비는 약 30%, 민간투자는 약 13%, 도비는 약 8%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1,127억 원은 이미 투입됐다. 기투입액은 국비 412억 원, 도비 113억 원, 군비 596억 원, 민간자본 6억 원이다. 전체 계획을 이행하려면 향후 약 2,349억 원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

특구 지정이 남은 사업비를 자동으로 확보해 주는 제도는 아니기 때문에 연차별 국비 반영과 지방비 부담, 민간투자 유치가 실제 사업 속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계획된 민간투자 447억 원 가운데 현재까지 투입된 금액은 6억 원이다. 관광·숙박·상업시설 등 민간 참여가 필요한 분야에서 사업자를 확보하고 투자 시기와 규모를 구체화하는 일이 남아 있다.

봉화군이 부담하는 군비도 변수다. 군비 1,701억 원 가운데 596억 원이 투입된 상태여서 계획상 추가 부담액은 1,105억 원이다. 사업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재원을 마련하려면 개별 사업의 우선순위와 연차별 투자계획을 조정하고 중앙정부 공모사업과 연계해 군비 부담을 관리해야 한다.

외국인 체류·토지이용·주택공급 규제특례 적용

특구에는 출입국관리법과 지방재정법, 주택법, 토지보상법, 국토계획법 등에 근거한 10건의 규제특례가 적용된다. 외국인 종사자의 체류기간과 관련한 특례를 비롯해 지방재정 투자사업 심사 제외, 주택공급 기준 완화, 토지 수용·사용, 도시·군관리계획 결정 의제와 도시계획 절차 간소화 등이 포함됐다.

외국인 체류 특례는 베트남 이주민 정착지원과 관광·농업 분야의 외국인 종사자 운영에 활용할 수 있다. 토지이용과 도시계획 관련 특례는 여러 시설을 조성하는 과정의 행정절차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주택공급 기준 완화는 관광시설뿐 아니라 체류·정주 기반을 함께 마련하려는 사업 방향과 연결된다.

다만 규제특례는 사업 절차를 간소화하는 장치이며 관광객과 정주인구, 민간투자를 직접 만들어내는 수단은 아니다. 규제 완화 이후 실제 시설 조성과 운영사업자 확보, 관광 프로그램 개발, 지역 주민과 이주민이 참여하는 서비스 운영까지 이어져야 특구 지정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지역특화발전특구는 2004년 도입됐다. 제60차 특구위원회 의결 전인 2026년 8월 기준으로 전국 135개 시·군·구에서 171개 특구가 운영되고 있다. 이번 신규 지정과 기존 특구 해제 결정은 중기부의 고시 이후 공식 현황에 반영된다.

리 왕조 후손의 역사, 봉화와 베트남 잇는 기반으로

봉화군이 사업의 기반으로 삼은 역사자원은 봉성면 창평리의 화산 이씨 집성촌과 충효당, 유허비 등이다. 화산 이씨는 베트남 리 왕조 6대 황제 영종의 아들 이용상을 시조로 전한다.

이용상은 1226년 베트남을 떠나 고려에 들어온 뒤 황해도 화산 지역에 정착하고 몽골군과의 전투에서 공을 세워 화산군에 봉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후손 일부가 봉화에 자리 잡았으며, 창평리에는 임진왜란 때 전사한 후손 이장발을 기리는 충효당 등 관련 유적이 남아 있다.

봉화의 역사적 연결고리는 이용상이 봉화에 직접 정착했다는 데 있기보다 그의 후손과 관련 유적이 지역에 이어졌다는 데 있다. 봉화군은 이 역사를 한국과 베트남의 문화교류 콘텐츠로 확장하고 국내 거주 베트남인과 유학생, 베트남 관광객이 찾을 수 있는 거점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2025년 8월에는 봉성면 충효당 일원에서 한·베트남 글로벌 교류행사와 리 태조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당시 호안 퐁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비롯한 베트남 대표단과 국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베트남 출신 도 옥 루이엔 광운대학교 초빙교수도 같은 달 봉화군 홍보대사로 위촉돼 국내 베트남 이주민의 취업·창업과 정착을 지원하는 역할에 참여하고 있다.

2026년 교류, 문화행사에서 농업·지역축제로 확대

봉화군과 베트남의 교류는 2026년 들어 역사문화 행사와 계절근로자 도입, 지역축제 프로그램으로 범위를 넓혔다. K-베트남 밸리의 주요 시설은 아직 조성 단계지만 특구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지방정부·이주민·지역 주민 사이의 교류가 일부 시작됐다.

봉화군 관계자들은 2월 베트남 닌빈성을 방문해 계절근로자 선발 절차를 확인하고 현지 관계기관과 실무 협의를 진행했다. 근로자 선발 과정과 교육을 확인하고 근로자 가정을 방문하는 일정도 포함됐다.

3월 20일 봉화에 처음 입국한 상반기 외국인 계절근로자 200명 가운데 베트남 국적자는 닌빈성 출신 142명과 다낭시 화방 지역 출신 14명 등 156명이었다. 나머지 44명은 라오스 국적이었다. 이들은 근로조건과 준수사항, 안전교육을 받은 뒤 지역 농가에 배치됐다.

봉화군은 앞서 2025년 11월 베트남 다낭시 화방 지역과 2026년 계절근로자 도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근로자의 합법적 도입과 농가 배치, 근로·생활관리, 근로환경 개선에 협력하기로 했다.

계절근로자 도입은 K-베트남 밸리와 별도로 운영되는 농업 인력정책이다. 다만 봉화와 베트남 지방정부의 관계가 문화행사 참석에 머무르지 않고 근로자 선발과 생활관리, 근로환경을 포함한 실무협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역사문화 분야에서는 베트남 현지 교류가 진행됐다. 봉화군과 화산 이씨 종친회 관계자들은 4월 29일 베트남 박닌성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다. 박닌성 인민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응오 떤 프엉 부위원장이 화산 이씨 종친회와 봉화군 대표단을 접견하고 양 지역의 역사·문화적 관계와 향후 교류 방안을 논의했다.

박시홍 봉화부군수를 단장으로 한 대표단은 이튿날 박닌성 뜨선방에서 열린 2026년 덴도축제 개막식에 참석했다. 덴도는 베트남 리 왕조 역대 왕을 기리는 사원이다. 올해 축제는 리 태조 즉위 1016주년이자 이용상이 고려에 들어온 지 800년이 되는 해에 열렸다.

뜨선방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양측은 문화·관광과 주민 교류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뜨선방은 덴도 보수·정비 1단계 사업 완료 사실을 소개했고, 봉화군은 K-베트남 밸리 사업을 추진해 두 지역의 역사적 관계를 문화관광 교류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전달했다. 봉화군의 발표뿐 아니라 베트남 지방정부가 접견과 논의 내용을 공식적으로 공개했다는 점에서 양측이 확인한 교류라는 의미가 있다.

정상외교 후속 논의와 지역 현장 프로그램 이어져

봉화군 대표단의 베트남 방문에 앞서 4월 22일 열린 한·베트남 정상회담에서는 문화·교육 분야의 협력 확대와 양국 국민의 안정적인 체류, 베트남 노동자와 결혼이민자 등의 권익 증진 방안이 논의됐다.

이어 4월 28일 제18회 국무회의 겸 제6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는 인도·베트남 국빈 방문 성과와 후속 조치 계획이 보고됐다. 당시 국무회의 영상과 관련 보도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봉화의 베트남 마을을 문화체육관광부와 협력해 관광명소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상회담과 국무회의에서 K-베트남 밸리의 별도 예산이나 세부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중앙정부의 베트남 순방 후속 협력 대상으로 봉화 사업이 거론됐고, 이후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역특화발전특구 지정 절차가 별도로 진행된 것으로 구분해야 한다.

봉화 안에서는 지역 주민과 베트남 이주민이 함께 만드는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열린 봉화은어축제에서는 국립청소년미래환경센터가 기획한 ‘봉비엣(Bong-Viet)’ 푸드&굿즈 부스가 운영됐다. 봉화 청소년과 지역 청년, 이주배경 여성, 영주국제조리고 학생들이 음식과 문화상품을 함께 개발하고 판매했다.

참가자들은 봉화산 오이와 오이고추를 넣은 베트남식 샌드위치 ‘봉미’, 봉화 사과와 땅콩을 활용한 ‘봉짱쫀’, 봉화 블루베리잼을 곁들인 베트남식 바나나 케이크 등을 선보였다. 축제 기간 음식과 문화상품 3,000개 이상이 제공됐다.

이는 대규모 시설이 완성되기 전 K-베트남 밸리의 문화콘텐츠와 참여 방식을 지역 현장에서 시험한 사례다. 해외 지방정부와의 공식 교류뿐 아니라 봉화에서 거주하거나 일하는 베트남인, 지역 청년과 주민이 프로그램의 운영 주체로 참여해야 사업이 일회성 행사에서 벗어날 수 있다.

노용석 중기부 제1차관은 “봉화 K-베트남 밸리특구는 한·베 800년 교류라는 고유한 역사자원을 문화·관광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하는 새로운 시도”라며 사업 추진을 지원하고 성과 중심의 운영·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구계획의 성과는 시설 준공 규모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베트남 지방정부 방문과 덴도축제 참가, 계절근로자 도입, 봉화은어축제의 다문화 프로그램으로 형성된 교류를 정례적인 관광·교육·창업 프로그램으로 연결해야 한다. 관광객과 참가자의 체류기간, 지역 내 소비, 주민 참여, 일자리 창출과 민간투자 실행 여부도 2030년까지 함께 점검해야 할 과제다.

출처: 중소벤처기업부·정책브리핑 ‘봉화 K-베트남 밸리특구 신규지정’(2026.8.6.) · 베트남 박닌성 봉화군·화산 이씨 대표단 접견 자료(2026.4.29.) · 베트남 뜨선방 봉화군 대표단 접견 자료(2026.4.30.) · 청와대 한·베트남 정상회담 결과(2026.4.23.) · 청와대 제18회 국무회의 서면 브리핑(2026.4.28.) · 봉화군 베트남 닌빈성 계절근로자 협력 관련 보도 · 봉화은어축제 봉비엣 프로그램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