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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8-30 23:44 (일)
종합

빛과 빛이 아닌 것들의 경계 문학동네 시인선의 세계

서점 문학 코너에서 시의 영역은 언제나 좁기 마련이다. 반면에 소설은 바다를 이루도록 펼쳐져있는 것을 보면, 그것이 이루어진 글자 수만큼의 영역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시가 표상하는 세계에 비하면 조금 억울할 정도의 영역이다. 그러다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문학동네시인선 태그와 마주쳤다.

글귀를 바로 찍어올리기도 하고, 손글씨로 써서 올리기도 한다. 오늘은 시를 읽었다며 감각적인 색감의 표지를 찍어 올린다. 이미지가 된 개인의 기록이 모여 트렌드가 된다. 시가 한번도 주목받지 못했던 방식으로 이 시인선은 사람들의 트렌드가 됐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는 기업 마리몬드와 협업을 하여 한정판 리커버 표지를 내고, 100호를 기념하여 앞으로 시인선을 통해 선보일 시인들의 티저 시집을 내기도 한다. 티저라니, 시를 읽으며 한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는 말인가. 사람들은 문학동네 시인선을 두고 지식인에 ‘문학동네 시인선의 폰트가 무엇인가요?’라 묻고, ‘이렇게 예뻐도 되나요?’라며 오늘 산 시집을 자랑한다. 티저 시집의 제목은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이다. 읽자마자 어딘가 간지럽고, 소리 내어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어딘가 써서 올리고도 싶다. 맞다. 당신이 오늘 아침 인스타그램에서, 페이스북에서 본 글귀처럼. 
비록 시가 중심이 아닐지라도 괜찮다. 시인선의 기획 위원들은 이 점을 정확히 알고 있다. ‘… 이 아름다운 색색의 표지들을 몽땅 수집할 때까지는 막막한 일상을 좀 더 견뎌봐야 겠다고… 아, 활자도 세련됐고 그립감도 너무 좋아서 클러치처럼 들고 다니고 싶다, … 독자들을 만들어 내지는 않았을까?’ 박상수 시인은 티저 시집의 서문에 이렇게 썼다. 이미지의 세계에서 시집은 이미 시집 한 권이 아니라 수백 수천 개의 조각으로 나뉘어 소비된다. 아름다운 시집의 표지와 공감가는 한 구절, 혹은 전하고 싶었는데 전하지 못한 한 마디를 위시한 구절들이 파편처럼 사람들의 입과 손을 오르내린다. 보수적인 서가 시장의 허점을 노려 문학동네 시인선은 그렇게 브랜딩에 성공했다.  

어쨌든 그렇게 사람들은 시를 읽는다. 마음에 드는 구절을 발견하고 인스타그램에 한 줄 적고, 비록 뭔 소린지 모를 시집을 샀어도 가볍고 얇으니까 들고 다니며 다시 읽어보기도 과시하기도 좋다. 시는 빛을 밝히는 도구로 여태껏 이미지를 그려왔다. 그러나 한번도 그것이 몇 줄 쓰인 글 이상이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수많은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되 어떤 이미지도 시를 표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려한 이미지의 시대, 사람들은 그것을 통해 시의 세계로 돌아온다. 
당신 인생의 빛은 무엇인가? 어떤 시가 그 빛을 밝혀줄 수 있겠는가? 무심코 시인선 중 한 권을 빼어들면 아무 것도 아닌 말들 가운데서 그 답을 찾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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