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사회는 물질은 풍요롭게 넘쳐나는데 비해 도덕성은 떨어지고 정신은 결핍되어 삭막한 세상을 살고 있다. 풍요로움에 감사할 줄 모르고 더 많은 것을 추구하다 보니 사람들은 늘 상대적으로 박탈감과 정신적 빈곤으로 인하여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이로 인해 각종 부조리와 패륜의 현상 등이 나타나는 것은 급속한 경제성장의 과정에서 빚어지는 안타까운 사회의 한 단면이라 하겠다. 우리에게는 전통적으로 삶의 기준이 되어온 禮와 孝의 정신문화가 있다. 또한 이를 계승하고 생활화하기 위하여 삶의 의미를 풍부하게 하며 우리의 윤리문화 정립을 위해 여러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이 애쓰고 있다.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21세기는 물질적인 풍요와 더불어 예의 바르고 서로를 존중하며 더불어 나눔의 문화를 추구하는 인간다운 삶의 향유에 무게를 더한 강의자리가 있다. 한층 더 우리의 예절과 인격을 배양하는 수단이기도 한 ‘漢詩와 茶香’의 어우름의 강의를 主宰하는 槿叡 金柳延 선생을 뵙기 위해 남산 한옥촌 윤택영 고옥을 찾았다.
차(茶)는 언제 누가 처음으로 발견했을까? 그리고 우리 조상들은 언제부터 차를 마시기 시작했을까? 이런 생각은 차를 마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 보았을 만하다. 차를 이용한 다양한 제품이 나오고 차 문화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생각할 때, 현재 알려진 대로라면 우리나라 차 문화의 오랜 역사에 감탄하게 되고, 또 너무 우연하게 우리 곁으로 다가왔음에 놀라울 뿐이다. 사람들이 차를 처음으로 마셨다는 설은 기원전 270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중국의 다성(茶聖)으로 추앙받는 당(唐)나라 때의 육우(陸羽)가 760년경에 지은 『다경(茶經)』에는 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삼황오제(三皇五帝) 중 한 사람인 신농씨(神農氏)가 뜻하지 않은 과정을 통해 발견하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차는 잠을 쫓고 정신을 맑게 하는 각성 효과로 인해 선(禪)을 추구하는 승가에서의 수행에 더없이 좋은 벗이 되었으며, 부처님전에 茶 공양물(供養物)로 사용했다. 신라에서는 미륵보살과 문수보살에게 차를 공양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차는 향, 꽃, 밥 등과 함께 다섯 가지 공양물에 들어가기도 하고 향, 등, 꽃, 과일, 밥과 함께 육법공양(六法供養)에 해당하기도 했다. 승려들의 차 생활 못지않게 삼국통일의 주역인 화랑들도 차를 즐겨 마셨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에도 외교 관계에는 차 의식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중국에서 사신이 오면 압록강 연안의 국경에서부터 수도 한양에 도착할 때까지 여러 번에 걸쳐 다례의식이 행하여졌다 한다.
문화관광부의 전신인 문화공보부는 1983년초 전통 차 보급운동을 발표했다. 당시의 발표내용을 보면, ‘86 아시안게임 및 88 서울 올림픽에 대비하여 전통생활과 문화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전통 차문화를 보급함으로써, 대내적으로는 국민정신 순화와 주체의식을 고취하고 대외적으로는 우리의 것을 선양하는 데 기여하기 위함’이라는 목적이었다.
전통 차 문화의 생활화를 통해 주체의식을 함양하고 이를 유지해 우리의 것을 찾고 가꾸는 의식을 고취시키며, 전통 차 문화를 통해 국민정신 순화와 예의, 질서 존중의 정신을 고양시킨다는 것이다.
� 음다[飮茶] 차 마심
첫 번째 한 모금은 차색[茶色]을 보고,
두 번째는 차향[茶香]을 감지하며,
세 번째 한 모금은 차맛[茶味]을 음미한다.
그리고 잠시 고요함 속에서 함께 하는 인연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생각한다고 했다.
“이렇게 차를 마시는 모습과 분위기는 고요적적하며, 심오한 경지로 가슴에 와 닿았다. 세간을 멀리하고 ‘시향 과 차향’에 취해 바깥세상과의 차단된 자리는 또 다른 세계, 이 순간만은 세속과는 달리 맑고 향기로운 자리에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 감사하자’라고 했다.
김유연 선생은 “차 자리, 접하기 쉽지 않으니 편하게 마시자”며 먼저 차 잔을 권했다. 그리고, “차[茶]는 다도지심[茶道之心]이 아니면 인연 닫기가 어렵다”했다. 덧붙여, “차[茶]는 수덕[修德]하는 묘한 성품이 있어 참[眞]을 구하는 사람이 아니고는 더더욱 인연 닫기가 어렵다”라며 “차의 성인[茶聖][1786-1866] 초의[草衣] 장의순[張意恂]이 지은 ‘동다송’을 풀어나가며 ‘시향 과 차향’의 자리를 열었다
동다송[東茶頌 -동국에서 나는 차나무를 기리네] 第3頌
천신과 사람 모두 차를 좋아해 [天仙人鬼俱愛]
天仙人鬼俱愛重 천선인귀 구애중
知爾爲物誠奇絶 지이위물 성기절
炎帝曾嘗載食經 염제증상 재식경
醍�甘露舊傳名 제호감로 구전명
하늘에 선인 사람 귀신도 모두 차를 좋아해 중히 여기니
너[茶]의 물건됨이 진실로 비할 데 없이 가히 절묘함을 알겠어라
염제[炎帝]도 일찍이 맛 보고 식경[食經]에 실었음이요
차 맛의 찬사는 제호[醍�]라, 감로[甘露]라고 옛부터 전해온 이름이라네
■ 염제[炎帝]의 식경에 이르기를 차나무 차싹을 오래 마시면 사람에게 힘이 있게 하고, 뜻이 기쁘다고 했다.
■ 王子尙[왕자상]이 팔공산에 거처하는 ‘운재도인’을 예방하였을 때, 도인이 차를 끓여주자 왕자상이 차를 음미하고서 “이것이 바로 감로[甘露]입니다”라 했다
나대경[羅大經] 약탕[죤湯] 시[詩]에
松風檜雨到來初 송풍회우 도래초
急引銅甁離竹爐 급인동병 리죽로
待得聲聞俱寂後 대득성문 구적후
一찕春雪勝醍� 일구춘설 승제호
솔 바람소리에 전나무 빗발치는 소리 처음 들리면
구리동병<차단지>급히 당겨 죽로[竹爐-대나무로 만든 화덕]에 옮기네
끓는 물소리 들림을 기다렸다가 다 고요한 후에
마시는 한 사발의 춘설차 제호[醍�]보다 좋구나
■ 제호[醍�]:소젖의 정액이다. 불가에서 말하는 제호의 맛이란 오미[五味]의 다섯 번째 맛을 가리키며, 맛의 극치를 비유함
■ 감로[甘露]:단 이슬 맛이란 뜻. 감로의 맛은 엿과 꿀 같고, 천하가 태평하면 하늘에서 ‘감로’가 내린다고 한다.
동다송[東茶頌] 第12頌
아홉 가지 어려움과 네가지 향이 있네[九難四香]
九難四香玄妙用 구난사향 현묘용
何以敎汝 하이교녀
玉浮臺上坐禪衆 옥부대상 좌선중
九難不犯四香全 구난불범 사향전
至味可獻九重供 지미가헌 구중공
차에는 아홉 가지 어려움과 사향[四香]의 현묘함이 작용하고 있다
어찌 써 !
옥부대 위에서 참선하는 대중스님들께 알려 줄까나 !
아홉 가지 어려움을 어기지 않고 네 가지 차향이 온전하면
지극한 맛 가히 구중궁궐에 바쳐 올릴 만하네
■ 다경[茶經]에 이르기를 차에는 아홉 가지 어려움이 있다. ① 차 만들기이며 ② 차의 품질을 감별함이며 ③ 차 만드는 그릇과 차 마시는 다구 ④ 불 다루는 법 ⑤ 차에 사용되는 물 ⑥ 차 덖는 일 ⑦ 가루차[沫茶] 만드는 일 ⑧ 물 끓이는 법 ⑨ 차 마시는 법이라 한다.
■ 만보전서[萬寶全書]에 이르기를 차[茶]에는 진향[眞香], 난향[蘭香], 청향[淸香], 순향[純香]이 있다 한다. 겉과 속이 같은 것을 순향[純香]이라 하며, 설지도 않고 너무 익지도 않은 것을 청향[淸香]이라 하며, 불기가 고르게 든것을 난향[蘭香]이라 하며, 곡우[穀雨] 이전에 신령함이 갖추어진 것을 진향[眞香]이라 한다. 이를 일러서 차의 사향[四香-4가지 향]이라 한다
동다송[東茶頌] 第17頌
맑고 찬 기운 마음을 깨워주네[淸寒瑩骨 心肝惺]
竹쿂松濤俱蕭凉 죽뢰송도 구소량
淸寒瑩骨心肝惺 청한영골 심간성
惟許 유허
白雲明月爲二客 백운명월 위이객
道人坐上此爲勝 도인좌상 차위승
대숲 바람소리 솔바람 물결 모두 다 서늘해
맑고 찬 기운 뼈골에 스며 심간[心肝마음속]을 열어주네
오직 허락함은
백운과 명월이 두 객이 됨이니
도인의 앉은 자리 이것이면 수승[殊勝-뛰어남]함이라
음다[飮茶 法] - 차 마시는 법
독철 왈 신[獨� 曰 神] - 홀로 마신 즉 신령함이요
이객 왈 승[二客 曰 勝] - 둘이 마시면 수승하며
삼사 왈 취[三四 曰 趣] - 서넛은 그저 취미로 마시는 것이다
오육 왈 범[五六 曰 泛] - 대여섯은 자리가 뜨며
칠팔 왈 시[七八 曰 施] - 칠팔 인이 마시면 차를 널리 베푸는 것이다
객중즉훤[客衆則喧] - 손님이 많으면 주위가 소란하며
훤즉아취색연[喧則雅趣索然] - 소란한 즉 아담한 정취[情趣운치]가 흩 어지노라 했다
매달 넷째 주 토요일 남산 한옥촌 윤택영 고옥에서 [시향과 차향]의 강좌가 열린다. 강좌 내용은 ‘차시[茶詩]와 당음[唐音]’ 등을 소개한다. 宋唐시인들의 시[詩]를 주로 소개하는데, 지난달에 이어 최국보(崔國輔)의 원사(怨辭), 고의(古意), 위궁사(魏宮詞) 3수를 소개하고는 다신전(茶神傳)에 포법(泡法-물 끓여 차 내는 법)을 소개했다. 이날 강의 자리에는 예술인들이 많이 참석했다. 서화작가 이신 원로 송진섭 화백님을 비롯해, 서예학원원장 서연순 작가, 무용가, 요가, 서양화가, 동양화 작가 등이 참석했다. 계원 허윤희 작가는 “지금 향나무 숲에 앉아있는 느낌이며, 열심히 배워 어두운 곳에 맑은 향기를 전하고 싶다”는 말과 덧붙여 “많은 사람들에게 베푸는 삶을 사는 김유연 선생을 존경한다는 마음을 전했다.
또한 예인 김명호 시인께서는 김유연 선생의 작품은 “외유내강(外柔內剛)의 느낌을 풍긴다”라며 김 선생의 작품 세계를 말씀하시고는 사이에 ‘은행잎’과 ‘그리운 섬’이라는 현대시를 낭송해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기도 했다. 이날 김유연 선생은 “벌 나비가 꽃밭을 찾아 날듯이 인연의 만남도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며 함께 맑고 향기로운 삶을 더불어 가꾸어 나가는 주춧돌이 되고자 오늘의 이 자리를 이어간다고 했다. 또 “무엇을 가까이 하며 어떤 성향의 사람들과 함께하느냐에 따라서 삶의 질이 달라진다”며 김 선생은 “육신을 살찌우는 데는 맛있는 음식이지만, 정신세계를 살 찌우는 데는 우리가 지금 함께하는 ‘시향과 차향’의 자리가 그인 듯하다”라며 상생[相生]의 길를 모색하여 더욱 승화시켜 가꾸어 나가겠다고 했다.
詩, 書, 畵 三絶 경지에 이르기까지 茶와 함께 한 내면의 삶
김유연 선생은 삶 자체가 운명이라고 한다. 한강 모래알만큼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취향하는 바가 각각 다르다. 예인의 길로 접어든 20대 중반부터 지금까지는 준비하는 삶을 살았다며 그리고 남은 삶을 위해 지금도 준비하고 있다라고 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면 늘 성현들의 말씀을 생각하며 ‘어떻게 하면 …답게 사는 것인가?’며 화두[話頭]를 잡고 진아[眞我]와 가아[假我]를 부둥켜안고 고뇌에 빠진 적도 있었다고 지난날의 삶을 회고했다.
30여 년전, 석선혜 스님 인연으로 차를 마시게 되었다며 마음의 갈증이 날 때면, 마음이 답답할 때면, 눈보라 치는 겨울 창가에서, 두견새 우는 봄 밤에, 휘엉청 달 밝은 가을밤에, 더운 여름날, 멀리서 벗이 찾아오면, 시상이 떠오르지 않을 때면, 붓을 들기 전에, 너무 무거워 모두 다 내려놓고 싶을 때에는 고요히 앉아서 나 자신을 관조해 보며… 늘 차를 벗 삼았다 한다
김유연 선생은 수년 전부터 12년 동안 작시한 한시 1300여 수를 정서 선정해 출판준비를 하고 있다.
[儒佛仙]을 체득한 漢學者이기도 하다. 또한 文人藝術의 중심인 詩, 書, 畵를 섭렵해 예술의 경지에 도달하여 三絶이라 칭해지고 있는 김유연 작가는 三絶을 넘어 삶 속에서 [禪]수행과 茶 생활을 통해 [詩,書,畵] 작품세계를 승화시킨 五絶을 겸비한 人士이다. 아울러 海外 동서양 작가들과 藝術交流展를 통해 한국의 文化藝術을 世界에 널리 알리는데 기여했으며, 1996년과 2004년 [詩·書·畵] 個人展을 2回 열었으며, 한편 2000년 栗谷文化祭 全國漢詩白日場에서 최초 女性[壯元]을 수상함과 서울시主催 朝鮮朝 科擧大典 乙科及第를 하여 朝鮮朝 이후 여성최초 御史花를 썼으며, 科擧大典 및 全國漢詩白日場에서 數十餘回 수상을 하여 女流 漢詩人으로서 선두에 頭角을 나타냈다. 또한 중국, 베트남, 독일, 러시아, 미국LA 等 十餘個國 작가들과의 교류로 國威를 宣揚하는데 일익을 하였으며, 2007~2009년 3회에 걸쳐 申師任堂 追慕式에서 미국 L.A 韓人의 날 世界美術大展 開幕式 날, 韓國碑林博物館 7週年紀念 中·韓 書畵 招待展 開幕式에서 祝詩를 지어 詩唱을 하는 등 女性로서의 활동이 광범위하다. 사단법인 한국한시협회 理事로, 수여시사, 남산시회, 운현시회, 대한한시학회, 성균관 한시수련원에서 활동하며, [21世紀 韓國人物史], [現代 韓國人名錄]에 登載되었으며, [詩·書·畵] 예술세계와 선[禪] 차[茶]를 체득함에 傳統文化의 脈을 이어가는데 최선을 다하는 五絶을 갖춘 名人이라 칭할 수 있다.
五絶을 갖춘 大家라고 세간에서 평한다 하니, 그는 아니라고 겸손함을 표한다. 그저 좋아서 행복한 마음으로 유예[遊藝]할 뿐이고, 훗날 세상에 내가 존재하지 않을 때 후인들이 평가할 몫이라며, 다만 이 [詩香 과 茶香]의 터전이 세간을 맑히는 향기 메시지가 되어 사해에 떨쳐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끝으로 김유연 선생이 지은 ‘달 아래서 홀로 마셨네’ 시 한 수를 음미해 본다.
月下獨飮(월하 독음)
銀河皎潔上天開, 秋月揚明座望臺
茶客含情收水煮, 騷人乘興抱琴來
三朋具足吟千賦, 四美兼全豈一杯
竟夜훾嬉終獨飮, 斯間風趣亦存哉
달 아래서 홀로 마셨네
밝고 맑은 은하수 가을 하늘 열리니
가을 달 휘엉청 밝아 관망대에 자리했네
차인은 정을 품고서 옥수 길어다 차 달이고
풍류시인 흥에 실려 거문고 안고 왔노라
세 벗이 구족함에 천수의 시 읊노니
네 가지 온전히 겸함에 어찌 차 한잔 하리
밤 새워 즐기다 종내는 홀로 마셨지만
이 사이에 풍류 멋이 또한 있었다네
二千十一年 十月 十二日 庚寅 寒露節
■ 皎潔:밝고 맑음
■ 觀望臺:달구경 하는 루대
■ 三朋:거문고, 차, 시
■ 風趣:풍류 멋
■ 四美:좋은 철, 아름다운 경치,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즐거워하는 마음, 유쾌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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