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전기차업계가 '흑연 리스크'에서 벗어났다. 중국산 흑연을 쓴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는 미국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될까 걱정했는데, 미 정부가 2년간 유예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는 3일(현지시간) 관보에 게재한 전기차 세액공제 관련 최종 규정에서 중국산 흑연으로 만든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을 2년간 지급하기로 확정했다.
재무부 관보에 따르면 배터리 음극재의 핵심 원자재인 흑연에 대해 '원산지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한'(impracticable-to-trace) 소재로 분류했다.
배터리용 흑연의 경우 천연 흑연과 합성 흑연을 혼합 사용하고 있는데, 합성 흑연이 글로벌 공급망의 상류(upstream) 부문까지 원산지를 추적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산업부 "민관 원팀으로 대응한 성과"...현대차 "쌍수로 환영"
미국은 특정 전기차 보조금 지급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할 때 배터리에 사용된 흑연에 대해선 해외우려기관(FEOC)에서 조달해도 2026년말까지 2년간은 문제삼지 않기로 했다.
FEOC는 2022년 12월 발표한 IRA백서를 통해 중국·러시아·북한·이란 등의 소유·통제하에 있는 기업을 공급망에서 배제하기로 했는데,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이후 중국기업의 우회경로까지 차단하기 위해 중국과 합작한 기업까지 대상을 넓혔다.
미 정부는 이에 따라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상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FEOC는 배터리 부품의 경우 2024년부터,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각각 적용한다는 방침 아래 이날 최종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흑연은 2026년말까지 2년간의 예외 규정을 둔 것이다.
다만 FEOC로부터 흑연을 조달받고 있는 기업들은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2년 유예 기간이 끝난 뒤 FEOC규정을 어떻게 준수할 지에 대한 계획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중국산 흑연을 대부분 사용하는 국내 배터리 및 전기차업체들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최소 2년간의 시간을 벌은만큼 FEOC가 아닌 곳에서 흑연을 조달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 대량의 전기차를 수출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다. 내년부터 미 조지아공장에서 전기차를 직접 생산할 예정인 현대차는 흑연 문제로 보조금 불이익을 받을 지도 모를 걱정을 털어냈다.
그간 시장에선 현대차그룹이 당장 내년부터 미국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 대외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해왔으나, 미 정부의 유예조치로 리스크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흑연 문제를 포함해 한국 기업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적극 통상노력을 해온 것이 좋은 결실을 맺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한미 간 공고한 경제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산업과 통상 간 유기적인 협조 속에 민관이 원팀으로 적극 대응한 성과"라고 자평했다.
사실 정부와 업계는 그동안 '중국산 흑연을 사용할 수 없으면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이 없을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미 정부를 대상으로 흑연에 대해선 FEOC규정 적용을 유예하거나 예외를 둘 것을 설득해왔다.
◆탈중국, 간단한 문제 아냐...공급선 다변화 노력 절실
그러나, K-전기차업계에 이번에 2년여의 시간은 벌었으나 중국 밖에서 흑연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현재 배터리용 핵심 광물의 경우 공급선 다변화를 통해 어느정도 대안을 찾았으나 흑연의 경우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거의 장악하고 있는데다, 중국을 대체할 새 공급처를 발굴하려면 2년의 기간은 결코 길지않은 시간이다.
중국이 작년말부터 이차전지 음극재용 고순도 천연흑연을 포함, 하이엔드급 흑연에 대해 수출 통제에 나선 것도 바로 이같은 상황을 고려한 조치다.
미국이 FEOC규정을 통해 중국산 배터리와 광물에 대해 전면 봉쇄에 맞불을 놓을 만큼, 흑연시장의 지배력이 막강하다는 뜻이다.
중국에 이어 세계 배터리 생산 2위국인 한국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수요량 자체도 많거니와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지난해 전체 음극재용 흑연 수입액 2억4100만달러어치 가운데 93.7%를 중국에서 수입했다. 포스코퓨처엠 등 음극재업체들이 중국산 흑연이 아니면, 공장을 세워야할 형편이다.
정부는 이에따라 올해부터 가동 예정인 국내 인조흑연 생산공장의 조기 가동을 지원하는 한편 민간기업들이 탄자니아 등 제3국 광산과 체결한 흑연 장기 공급계약의 이행을 적극 도와주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인조흑연 공장 가동과 제3국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물량에 한계가 있는데다, 음극재엔 인조흑연과 천연흑연이 동시에 쓰인다.
신규 광산을 개발, 음극재용 고순도 천연흑연을 개발하는 것도 단순히 볼 문제는 아니다. 리튬 등 고가의 광물과 달리 흑연은 가격이 저렴해, 해외 광산확보가 만만치 않다.
광산을 발굴해도 음극재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정제시설 등 양산 체제를 갖추기까지는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업계에서 미 정부의 이번 2년간의 유예조치에도 불구, 탈중국에 성공할 수 있을 지 의문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최종 가이던스에서 흑연에 대해 2년간의 유예를 둔 것은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다만 단기에 공급망 대체가 쉽지않다는 점에서 공급선 다변화 등 정부와 업계의 진정한 대안찾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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