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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8-29 05:28 (토)
종합

청양 정산 농협 김태영 조합장

충남 청양, 공주, 부여에서 생산된 밤은 전국 공급의 53%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정산농협에서 생산한 밤은 작년 한 해 미국, 중국, 캐나다, 홍콩 등지로 약 600t을 수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기가 적은 중· 소과일이지만 오히려 수출가격이 국내가보다 높아 농가소득 효자상품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정산농협이 밤을 수출하기 시작한 배경에는 산지와 소비지의 가격차가 현격한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구조의 단점이 작용했다.

조합장은 농민의 실질적 소득을 어떻게 마련해 줄지 고민하는 자리

고부가가치 창출할 수 있는 농작물로 농업이 어려운 시대를 헤쳐 나가야 합니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은 아득한 과거의 자부심이 돼버린 시대다. 우리나라 농업의 기본인 쌀 소비량은 서구 입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의 외면으로 급속히 줄고 있고, 정부의 농가 정책은 대국민 공약마저도 폐휴지처럼 쉽게 파기한다.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지지만 FTA(자유무역협정)같은 신자유주의 시대의 국가 간 협약에서 농업은 대부분 기업 생산품 위주의 협상에 밀린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이란 말이 급부상한 적이 있다. 국가의 역할이 실종되니 각자 알아서 생존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농촌 현실에도 부합한다. 자구책을 슬기롭게 마련해야 한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생명의 근본을 다루는 농민들은 또다시 새로운 생명의 작물을 찾아 키워 나가고 있다. 칠갑산을 끼고 있는 충남의 정산농협이 어떻게 농민들과 삶의 기반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지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칠갑산과 금강이 보호해주는 정산농협지역

‘칠갑산’이라고 말할 때는 어떤 애틋함의 이미지가 느껴진다. 콩밭 메 아낙네의 고단함과 우수를 노래했던 대중가요의 영향일 수도 있겠다. 충남 청양의 정산농협에 속하는 정산, 목면, 청남, 장평은 서해 바람을 막아주는 이 칠갑산의 보호를 받는 전형적인 농촌 지역이다. 금강이 내어주는 물줄기도 한 몫 한다. 그러나 노래 속에 담긴 애달픈 정조는 더 이상 없다. 대신 스스로 일구는 농촌의 건강함이 대신한다.

“정산농협 조합원 수가 4,250명에 5개의 지점이 있으니 작은 규모는 아닙니다. 청양군은 대대로 열악한 농사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농민들의 언제나 땅에서 가꿀 거리를 찾아냅니다. 저희는 벼농사를 기본으로 메론, 토마토, 수박 등이 경제 작물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농가소득 창출에 대한 공로로 2016년 ‘자랑스런 충남인’상을 수상한 정산농협 김태영 조합장은 지난 75년에 농협에 입사해 40년 넘게 농촌의 일을 돌보아 온 농협인이다. 그는 정산농협이 생긴 이래 항상 단임으로 끝나던 조합장 직위에서 유일하게 3선으로 선출된 조합장이다. 조합원들의 그에 대한 신뢰를 가늠할 수 있다.

예전에 농협 조합장은 지역의 유지가 맡는 일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농촌도 생존 경쟁의 치열한 대열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환경 덕에 그런 풍토는 없어진 지 오래다.

“농협 조합장은 지역 농민들이 실질적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고 방법을 창출해 나가야 하는 자리입니다. 해외에 견학을 가더라도 그 곳에 우리가 생산하는 농산물 중 어느 것을 수출할 수 있을까를 늘 살펴봅니다.”

김태영 조합장의 이러한 소득 창출 열의가 최근 수출이 시작된 ‘밤’을 새로운 부가가치 작물을 등극시켰다.

수익성 위해 직접 수출 시작, 600톤가량의 밤 해외로

충남 청양, 공주, 부여에서 생산된 밤은 전국 공급의 53%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정산농협에서 생산한 밤은 작년 한 해 미국, 중국, 캐나다, 홍콩 등지로 약 600t을 수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기가 적은 중· 소과일이지만 오히려 수출가격이 국내가보다 높아 농가소득 효자상품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정산농협이 밤을 수출하기 시작한 배경에는 산지와 소비지의 가격차가 현격한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구조의 단점이 작용했다.

“전에는 밤의 판로를 유통업자에게 소매로 의뢰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모든 비용을 제하고 나면 수익이 나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3년 전부터는 직접 수출을 시작했지요. 작년에는 폭염과 가뭄 때문에 밤이 비싸져서 600t 가량에 머물렀지만 수출 능력은 훨씬 많습니다.”

정산농협의 밤은 2014년 청양군의 지원을 받아 완공한 임산물 수출특화단지에서 엄격한 선별작업을 거친 것들이라 상품성이 뛰어나다고 한다. 또 정선농협의 밤은 남부권에서 생산하는 밤들보다 1kg당 시세가 300원~500원 정도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청산농협에서는 수출한 밤에서 창출된 수익을 다시 밤 농가를 위한 장려책으로 1억 원 이상을 환원 지원하고 있다. 김태영 조합장은 앞으로 알밤뿐만 아니라 밤 가공제품도 수출 시장을 모색해 볼 계획을 가지고 있다.

요즘엔 밤이 부상했지만 정산농협의 경제 작물은 오래전부터 토마토, 메론, 수박이 주류를 이루었다. 대만으로 수출되는 배는 그곳에서 일등상품이라고 한다. 일조량이 높아 이지역의 특산물들은 매우 당도가 높은 것이 자랑이다. 블루베리와 크렌베리 하우스 재배도 농가소득을 높여주는 작물들이다. 청양군에 속하는 10개 면이 평균 농가소득 연간 5천만 원 이상을 달성하고 있는 바탕이 된다. 나아가 농가에서는 여간해서 올리기 어려운 1억 원의 소득을 올리는 곳이 제일 많이 밀집해 있는 곳이 정산농협에 속한 4개 지역이라고 한다. 벼농사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아침 목욕탕에서 하는 조합원들과의 대화

작년 후반기 정산농협지역에는 시설 좋은 목욕탕이 준공을 했다. 약 20여억 원이 투입됐다. 예산의 반이 조금 넘는 자금을 정산농협이 나머지는 도· 군비로 부담했다. 개인이 운영하던 목욕탕이 수익부진으로 모두 폐업을 한 탓에 한동안 정산농협 4개 지역에는 공중 목욕시설이 없었다. 지역 주민들은 시간을 내서 청양군 시내나 부여와 공주로 차를 타고 멀리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청양군에서는 70세 이상 노인들에게 사우나와 이미용권 4장을 3개월에 한번 씩 발행하고 있는데 노인들 역시 이용을 위해 힘든 장거리를 움직여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농작물 수익사업도 중요하지만 농민들의 쾌적한 일상생활 영위를 위한 개선도 농협이 해야 할 일의 하나입니다. 그동안 농협이 농민들 돈 받아서 무슨 일 하냐고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던 분들도 이렇게 좋은 일을 해줬다고 고마워하더군요. 농협에서 40년 이상을 일했는데 처음 듣는 말이었습니다.”

목욕탕은 농협직원들이 관리를 한다. 주중에는 문제없지만 주말에는 일부러 나와 근무를 해야 한다. 하지만 농협에서 조합원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의 하나기 때문에 불편을 감수한다. 김태영 조합장은 평소 건강관리를 사우나를 즐기는 것으로 해왔는데 정산농협에 목욕탕이 생긴 이후로 매일 아침마다 이곳에서 사우나를 하며 지역 농민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의지를 가지고 끊임없이 도전해야 농촌이 살아남는다

김태영 조합장은 2005년에 조합장에 출마해 연임을 거쳐 올해 3월 11일에 3선 1주년이 된다. 통합된 정선농협이 생긴 이래 3선은 이례적인 일이다.

“큰 노하우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를 비롯한 모든 농협 직원이 당연하지만 농민을 위해 일한다는 생각으로 항상 스스로 책임지며 일하는 자세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새벽에 수출 물량이 출하되면 농민들에게만 맡기지 않고 저희 전 직원들이 시간 맞춰 나가서 같이 일합니다. 제가 직접 농사를 짓지는 않지만 조합과 조합원들은 서로 소통이 잘돼야 농협의 미래가 밝습니다.”

김태영 조합장은 조합장이 된 이후인 지난 10여 년 동안 휴가를 간 기억이 없을 정도로 정산농협의 일에는 자신의 개인적 시간의 한 치도 소홀히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해외 견학을 갔을 때 그가 느꼈던 안타까움의 토로가 김태영 조합장의 열의의 일단을 보여준다.

“얼마 전 배 작목반을 이끌고 대만에 간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 이렇게 나가면 관광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많습니다. 저 같으면 자신이 생산한 배가 수출 현지에서 어떻게 팔리고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알아보고 싶은 욕구가 생겨 열심히 시장조사를 해볼텐데 농민들이 그런 열성은 좀 부족한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작년에 수출 물품을 타진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에 갔을 때도 김태영 조합장의 이런 탐구성은 여전했다. 조합장의 역할을 그냥 설렁설렁하는게 아니라는 그의 태도는 어디를 가나 촉각을 곤두세우고 다녔다. 정선농협에서 생산되는 어떤 농산물을 수출할 수 있을까를 견학 내내 염두에 두고 다녔다. 그때 한국의 종가집 김치 브랜드 대리점을 발견했다. 정선농협 관내에도 김치 공장이 있으니 시도해 볼만하다 해서 바이어에게 샘플을 보여줬다. 관내 공장에서 바이어들은 김치 맛에 만족해했다. 그런데 블라디보스토크의 기후가 워낙 추운 곳이라 포장에 가스가 차는 현상을 기술적으로 배제하는 데 무리가 따랐다. 결국 진로는 포기했지만 감자, 토마토 등 계속 시도해 볼 구상을 가지고 있다.

“조합은 조합원들의 멘토 역할을 충실히 할 때 존재 이유가 생기는 것입니다. 농가 기반을 마련해주는 일에 의지를 가지고 끊임없이 도전해서 성공시키는 일 외에는 없습니다.”

현재 정선농협에는 직원 75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김태영 조합장은 건강을 당부했다. 그래야 일도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범하지만 농촌에서는 진리다. 조합원들의 소망을 농협에서 경제사업으로 풀어줄 수 있는 것이 2017년 김태영 조합장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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