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유혹하는 예능의 시대 감성
TV 비평에 담은 찬란한 삶의 찬가
유재석부터 나영석까지 예능 최강자들의 행보를 읽어주는 이가 있다. 그들의 성공스토리뿐 아니라 실패의 역사까지 줄줄 꿰는 예능 비평가. 그의 예능에 대한 애정은 매니아적 관심을 넘어 평생의 업이 되었다. 대중의 욕망을 읽어내고, 그들과 공감하며 따뜻한 위로를 전해줄 수 있는 비평. 이승한의 <예능, 유혹의 기술>을 들여다봤다.
TV 속에서 발견하는 삶의 기술
인류 역사상 가장 대중적이고 저렴한 오락수단으로 불리는 TV. 사람들은 종종 TV를 ‘바보상자’라고 칭하며 대중의 욕망을 반영한 속물적인 매체로 규정한다. TV 속에 담긴 삶, 그리고 담을 세상은 다채롭고 특별하다. TV를 통해 전해지는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단순히 소소한 오락거리로 치부할 수 있을까.
예능버라이어티의 웃음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용광로처럼 녹아있다. 유행하는 패션부터 헤어, 사람들의 관심사와 정서가 그 안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예능은 대한민국의 트렌드를 앞서 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고 있다.
예능에서 대한 명쾌한 비평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승한은 대한민국의 트렌드세터다. 그는 1984년생의 젊은 대중비평가로 대중의 감성을 누구보다도 잘 읽어내고 있다. 이승한은 2006년 뜻을 함께한 친구들과 대중문화 비평웹진 <채널 까뜨르>를 창간하며 TV 비평을 시작했고 한겨레 ‘술탄 오브더 디브이’에 재치 있는 TV 비평을 쓰며 많은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이승한의 말에 따르면 “정신 차려 보니 티브이를 보는 게 생업이 된 동네 흔한 글쟁이”가 됐다고 한다. "공부는 안 하고 TV만 보니 커서 뭐가 될까"라는 주변의 걱정에 응답하기 위해 TV 비평가로 열심히 살고 있다. 한겨레 ‘술탄 오브 더 티브이’ 코너명에 대해 설명하자면, 엔터테인먼트 산업 안에서 무시되거나 간과되기 쉬운 이들을 한 명 한 명 술탄처럼 모시겠다는 뜻이라 덧붙였다. 그 외에 이승한은 <시사IN>, <에스콰이어>, <채널 예스>, 모바일 매거진 <월간 윤종신> 등에서 대중문화에 대한 다양한 비평을 연재하며 시대감성을 대변하고 있다. 그리고 그간의 비평을 모아 <예능, 유혹의 기술>을 출간했다.
금기를 뛰어넘어 남들보다 한발 더
방송 트렌드는 시시각각 변하고 시청자들의 감성은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TV 비평은 유행에 민감하다. 이승한은 TV 비평에서 금기를 훌쩍 뛰어넘어 도약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인물을 조명했다. 대한민국의 비굴한 청춘을 대표하는 유병재에게 ‘청춘의 민낮’을 발견했고, 40대 비혼 여성인 김숙을 통해서는 ‘가부장제에 대한 비난’을 읽어냈다. 기존의 관념을 뛰어넘는 이들을 통해 암묵적인 규율을 깨뜨리는 신선한 일탈의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이렇듯, 이승한의 비평은 우리 곁에 스쳐지나간 예능의 한 장면에서 한계를 뛰어넘는 결정적인 순간을 발견한다. 그의 비평이 의미 있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가장 애정을 갖는다는 <무한도전>에 대한 비평은 여러모로 괄목할만하다.
그는 예능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분석 중에서 ‘유재석식 오합지졸물’에 주목했다. ‘유재석식 오합지졸론’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부족하고 모자란 이들이 예능을 통해 증명해낸 기적이다. ‘유느님’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유재석의 성공기가 그렇다. 유재석은 셀 수 없이 많은 실패를 겪으며 암흑기를 보냈지만 이제는 대한민국 최고의 국민 MC가 됐다. 작은 실패를 딛고 작은 성취감을 맛본 존재들은 어느 사이 자신의 약점을 무기로 바꾸는 법을 배운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승한은 예능의 ‘성공 실패에 대한 분석’을 통해 시청자의 마음을 대변하고, 지상파에서 나와 성공한 ‘나영석 예능의 성공전략’에 대해 말한다. 타인의 실패에 보다 관대해지고, 실패를 딛고 일어날 수 있도록 응원할 수 있는 사회. 예능버라이어티의 시행착오야말로 예능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삶의 의미다.
‘당신’이라는 1인 홀로족을 위한 헌사
매체가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외롭다. 섬이 된 1인 홀로족의 일상이 대중문화에 등장한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TV는 그들의 일상을 비추면서도 이들을 위한 위로자가 된다. 퇴근 후 집에 들어가면 TV부터 켠다는 사람들. 피곤한 하루를 TV를 보며 마감하는 사람들에게 TV를 보는 시간은 그 자체로 휴식이다.
이승한의 비평은 말한다. “욕망이란 결핍된 가치가 채워지길 희망하는 것이다. 불안정한 시기에는 사람들에게 결핍된 것을 찾아라.” 이를 증명하듯 1인 가구를 조명하는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MBC <나혼자산다>, TVN <식샤를 합시다>, TVN <혼술남녀>은 혼자서 식사를 하고 술을 먹는 나홀로족의 일상을 담았다.
시청자의 결핍을 채워주고 공감대를 형성한 프로그램은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이러한 감각이 대중문화에 내재된 시대 감성일 것이다. 이들의 마음을 읽는 배려심야말로 대중문화를 기획하는 일이자, 대중문화를 읽어내는데 필요한 덕목이다.
다시 우리는 예능 버라이티로
TV 속 연예인들의 패션과 이야기가 대중들에게 도는 것처럼. 삶은 돌고 돈다. 가상의 TV와 현실의 삶은 평행이론처럼 닮아간다. 이승한은 <예능, 유혹의 기술>의 프롤로그에서 세상을 떠난 작은 누나에 대해 말했다. 선천적 장애와 잦은 골절로 침대에 누워있던 시간이 많았던 누나에게 TV는 친구 같은 존재였다. 이승한과 누나는 나란히 TV를 보며 이야기를 하고, 녹화해둔 옛날 TV 프로그램들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TV 속의 세계를 동경하고, 또 위로 받으며 TV는 이승한씨의 인생에 전부가 됐다.
웃음 속에서 발견해내는 해학은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무기다. 멀리보자면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부터 가깝게는 한국형 예능 속에서 우리는 ‘인간에 대한 관심’을 발견하게 된다. 부족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만화경. 그리고 그들이 이뤄가는 세계는 TV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현실이자 삶인 것이다.
소외되고 고독한 사람들에게 예능이 던지는 웃음은 그저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예능 읽어주는 남자 이승한의 비평도 마찬가지다. 삶의 의미를 담아낸 소중한 추억이자 기록. 그리고 현대인을 향한 위로이자 헌사가 바로 이승한씨의 비평이 만든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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