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정민호(데일리뉴스 총괄 미디어 국장)
말이 가벼워지고, 시간은 흩어지고, 멋이 사라진 시대다.
빠름과 효율이 미덕이 된 세상에서, 한 교육자가 40년 교직의 삶을 통해 전하는 묵직한 성찰이 있다.
정병한 박사의 『말과 시간이 어울리는 멋진 사람』은 ‘말(言)·시간(時)·멋(美)’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출간 23년이 지난 지금도 교육과 인간의 품격이라는 오래된 질문을 새롭게 던지는 책이다.
‘말’이 품격이 되는 순간
“당신의 말은 당신의 얼굴보다 먼저 당신을 드러낸다.”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이 문장이 마음을 붙잡는다. 정병한 박사는 1940년 경기도 용인 출생으로, 인천교대와 국제대를 졸업하고 서울대·세종대 대학원을 수료, 세종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평생교육자다.
성남고 교감과 교장, 호국교육원 연구사, 교육부 전문직 출제위원을 역임하며 국어교육에 헌신했다.
그가 바라본 ‘말’은 단순한 전달 수단이 아니다. 인간의 품격이 언어에 담긴다는 그의 신념은 ‘절망적 용어(~죽겠다, ~운다)’와 ‘소비적 용어(~버리다, ~먹다)’ 같은 습관적 표현을 비판하는 데서 잘 드러난다.
그에게 ‘말’은 인격의 형식이자, 삶의 문법이다. “배려 없는 말은 칼과 같고, 정직 없는 말은 껍데기다.”
교단에서 다져진 그의 문장은 짧지만 울림이 깊다.
시간, 가장 공정한 스승
책의 두 번째 축은 ‘시간’이다. 정 박사는 “현대는 자기 시간관리의 시대”라고 말하면서도 그 의미를 단순한 효율로 축소하지 않는다.
그에게 시간은 성찰의 거울이자 인격의 시계다.
“과거보다 미래보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
그의 문장은 단순하지만 교사의 일상에서 비롯된 철학이다. “현재를 허비하는 사람은 미래를 말할 자격이 없다.”는 경구는 시간을 관리하는 것이 곧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일임을 일깨운다.
그는 교육의 본질을 “잉태에서 무덤까지”로 규정한다.
배움은 시기를 가리지 않고, 삶 전체에 스며드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 철학은 그가 몸으로 실천해온 평생교육의 뿌리이기도 하다.
멋, 인간다운 품격의 완성
세 번째 주제 ‘멋’은 가장 한국적인 단어이자, 그가 평생 추구한 인간상이다.
그는 ‘멋’을 외적인 꾸밈이 아니라 예의와 품격, 배려와 조화가 어우러진 내면의 미로 정의한다.
‘인사예절’, ‘식사예절’, ‘예의의 본질’을 다룬 부분은 단순한 생활 지침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온도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손이 사람을 대표한다”는 문장으로 행동의 끝에 품격이 남는다는 진리를 전한다.
‘멋’이란 결국 ‘말과 시간의 조화’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바른 말을 하고, 시간을 귀하게 여기며,
타인을 배려하는 태도 속에 진정한 멋이 있다.
교단에서 태어난 ‘때에 어울리는 말’
마지막 장 ‘때에 어울리는 말’은 실제 학교 현장에서 교장이 학생들에게 전한 연설문을 모은 부분이다.
입학식, 3·1절, 과학의 날, 어버이날 등 각 시기와 행사에 맞는 메시지가 따뜻하게 담겨 있다.
예컨대 ‘과학의 날’의 연설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사랑이 눈물의 씨앗이라면, 탐구는 과학의 씨앗이다.”
짧은 문장 속에서도 교사의 언어 감각과 시적 정서가 묻어난다.
그의 연설문은 훈계가 아닌 격려이며, 지식이 아닌 마음의 대화다.
오늘의 교육에 던지는 울림
『말과 시간이 어울리는 멋진 사람』은 과거의 교육서를 넘어 오늘의 학교 현장에도 유효하다.
지식 중심의 경쟁 사회에서 잊혀져가는 인성교육의 본질을 되찾게 하기 때문이다.
학생에게는 말의 힘을, 교사에게는 시간의 무게를, 부모에게는 품격 있는 관계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정병한 박사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교육은 사람을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여는 일이다.”
말은 인격을 만들고, 시간은 사람을 완성한다.
그리고 그것이 조화를 이룰 때, 그 사람은 이미 ‘멋진 사람’이 된다.
말의 온도, 삶의 향기
이 책은 화려한 문체보다 진심이 앞선다.
교사로서, 언어학자로서, 인간으로서의 고민이 한 문장 한 문장에 녹아 있다. 책을 덮고 나면 자연스레 자신에게 묻게 된다.
“나는 지금 어떤 말을 하고, 어떤 시간을 살고 있는가?”
정병한 박사의 글은 세련된 수사가 아니라, 삶으로 증명된 교육의 언어다.
그의 말처럼,
“말은 마음의 옷이고, 시간은 인생의 빛이며, 멋은 인간의 향기다.”
그 향기가 오래 남는 책, 『말과 시간이 어울리는 멋진 사람』은 오늘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품격의 언어’를 되찾게 하는 따뜻한 교육의 기록이다.
책 정보 요약 박스
| 항목 | 내용 |
|---|---|
| 제목 | 말과 시간이 어울리는 멋진 사람 |
| 저자 | 정병한 |
| 출판사 | 교육과학사 |
| 출간일 | 2002년 8월 15일 |
| 쪽수 | 315쪽 |
| ISBN | 9788987987323 |
| 분류 | 사회과학 > 교육학 > 교육에세이 |
| 핵심 메시지 | “바른 말과 품격 있는 태도, 그것이 진정한 교육이다.” |
편집자 주:
이 칼럼은 정병한 박사의 저서를 중심으로 교육 현장의 언어문화와 인성교육의 본질을 되짚어본 기사입니다. 오늘날 교사와 학부모, 학생 모두에게 ‘말의 힘’과 ‘시간의 품격’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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