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찬 도예가는 감성이 살아 숨쉬는 도예작품들을 선보이며 활발한 창작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새싹이 돋아나고 새가 지저귀고 물고기가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 모습 같은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이 느껴지며 실용적인 작품으로 생활 속에 즐거움과 행복을 심어주고 있다.
일본 인간국보로부터 도자기 기법 사사
박철찬 작가는 오랜 도자기 수련활동과 창작활동을 통해 늘 새롭고 자유로운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는 홍익대학교 도예과를 졸업하고 동대학 산업미술대학원을 수료한 뒤 1997년에 도일해 비젠야끼의 인간국보인 ‘후지와라 유’ 선생의 사사를 받으며 8년여 동안 일본 전통의 독특한 도자기 제작기법을 체득하는 남다른 이력을 쌓았다.
비젠야끼는 유약을 사용하지 않고 오랜 시간 고온에서 구워내는 일본의 대표적인 도자기로 꼽힌다. 이 도자기는 12일 정도 나무로만 불을 넣어 소성을 하는데 아주 높은 화도에 의해 소나무 재가 작품 표면 위에 앉아 마치 유약을 입힌 것 같은 효과를 내는 자연유 기법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 특징이다.
가마 속의 열기로 인해 작품의 모양이 모두 다르게 나타나며, 유약을 바르지 않아 독특하고 소박한 맛이 살아있다. 특히 흙이 지니고 있는 부드러움과 따뜻한 정감이 오롯이 느껴지며 고온에서 오랜 시간 불에 달구어지면서 불이 전해주는 강한 기운과 함께 깊이 배어든 맛을 느낄 수 있다.
흙으로 형태를 빚어 가마에 넣기까지는 조각이나 그림과 똑같은 창조적 예술 행위에 해당하지만 일단 가마에 넣고부터는 인간의 의지를 초월하는 것이 바로 도자기만의 독특한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숙련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해도 가마를 열기 전까지는 도자기의 완성 여부를 알 수 없어 불을 때는 동안에는 모든 것을 하늘에 의지하게 된다는 만큼 도자기 작업에서 가마소성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박철찬 작가는 “가마 소성을 오래도록 경험하였지만 한 번도 같은 색과 같은 분위기의 작품을 보지 못했다”며 “소성방법은 어느 정도 정해진 틀이 있기 때문에 비슷하지만 기후와 계절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는 것처럼 미묘한 발색의 차이를 드러내 천차만별의 작품을 탄생시킨다”고 말했다.
우리 문화에 맞는 도자기로 새로움을 추구하다
박철찬 작가는 고도의 숙련을 요하는 비젠야끼 제작기법을 섭렵하고 귀국해서도 지속적인 작품 활동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점토 자체가 일본과 다르고 소성방식에도 차이가 있어 우리 문화에 맞는 도자기 작품을 만드는데도 노력을 기울여왔다. 우리의 전통 도자기 제작법은 신라의 토기를 제외하고는 유약을 쓰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 특히 국물이 많은 음식문화의 특성상 유약 사용은 불가피해 현재는 다양한 작품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소박하면서도 감성이 스며있는 특별한 도자기로 집이라는 생활공간을 예술을 향유하는 공간으로 연출해주며 보는 예술에서 쓰는 예술의 가치를 더해준다.
독특하고 소박한 그릇들과 소품들은 ‘풍성한 상차림’ 또는 ‘정갈한 찻상’이 되기도 하고 실내를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여러 형태의 ‘화병’과 공간에 재미를 주는 ‘도자 오브제’ 등은 다양한 생활공간에서 새로운 표정을 만들어준다.
그는 도자기 그릇은 두툼하고 무거워 불편한 점은 있지만 그 감성은 일반 식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감성과 품격을 담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의 음식문화는 최고라 할 수 있지만 식기 쪽은 좀 아쉬움이 있다. 음식 색깔이 굉장히 다양한데도 그릇은 일률적으로 흰색을 사용한다. 음식 색깔에 따라 다양한 컬러의 도자기 그릇을 어울리게 놓으면 더욱 멋스럽고 따뜻하게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도자기 식기를 사용하거나 도자 오브제에 초를 놓는 등의 다양한 활용은 우리의 생활을 더욱 따뜻하게 연출해준다. 박 작가는 눈으로만 보는 장식적인 작품에 그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직접 사용하며 생활 속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자연스러운 소재가 주는 매력에 빠지다
박철찬 작가가 특별히 좋아하는 소재는 새와 물고기다. 특히 새가 나는 자유스러움을 표현하는 작업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민화에서 모티브를 찾아서 제작하고 있는 오리 도자기는 생김새 하나에서 다양한 표정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기도 한다.
예전에는 분위기나 형태들을 예쁘게 만드는데 치중했다면 지금은 예쁜 형태보다는 난을 치는 느낌으로 편안하게 공간감을 살리면서 머리와 꼬리 등의 형태들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도록 하는데 관심을 두고 있다. 난의 한줄기가 흘러서 떨어질 때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형태에서 살아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형태 위주의 작품은 이제 쓰임새까지 고려해 지속적인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다.
박철찬 작가는 “예전에는 현대적인 이슈의 표현에 관심을 두었는데 지금은 그런 것보다는 자신만의 소재에 더 관심이 있고 봄에 새순이 나오듯 자연스럽고 평화로운 모습을 담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면서 “그러한 평화로움이 작품에서 전달돼 사람들에게 평안함을 안겨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박 작가는 현재 강원도 홍천에 작업장을 두고 활발한 작품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간 국내와 일본에서 모두 6번의 전시회를 개최해온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도자소품과 감성을 품은 그릇을 통해 생활공간을 더 따뜻하게 만들어나가고 싶다는 생각이다.
테이블 코디네이터 부인과 함께 공간을 연출
지난 8월 2일부터 13일까지 강남구 신사동에 소재한 스페이스 두루에서 ‘여섯 번째 이야기 淸’을 주제로 전시회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회는 박철찬 작가와 부인인 김민주 씨, 그리고 일본인 하라 노리꼬 씨가 제안하는 스타일링이 함께 연출됐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인연을 맺은 부부는 도자기를 함께 전공했지만 부인은 테이블 코디로 전향해 그 분야에서 재능을 펼치고 있다. 하라노리꼬선생, 김민주 씨는 이번 전시회에서 스타일링 세미나로 오프닝 파티를 대신해 색다른 전시회를 선보였다.
하라노리꼬 씨는 일본 코디네이터협회 중부지역 지부장을 비롯해 Tabie&Life Creation 대표이사, Tabie Coordinator, 파티 플래너, 플라워 데코레이션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현재 크라시키 예술대학 주고꾸 대학 강사도 역임하고 있다.
김민주 씨와 하라 노리꼬 씨는 전시회 둘째 날인 3일 ‘김민주와 하라 노리꼬가 제안하는 스타일링 강좌’를 열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스타일링 강좌에서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식기의 다양한 쓰임새와 활용 방안을 알아보고 손쉬운 방법으로 연출할 수 있는 이네리어 연출법을 제안했다. 한편 전시회에서 박철찬 작가는 오리와 새의 형상을 물의 이미지와 함께 모던 스타일의 작품을 전시해 신선한 느낌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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