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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8-29 04:31 (토)
종합

법의 심판대 김기춘·조윤선 밤샘조사

특검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늘어나자 청와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해당 인사들이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등 불이익을 주기 위해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법의 심판대 김기춘·조윤선 밤샘조사

미스터 법질서’가 결국 법의 심판대 앞에 섰다. 해박한 법률지식과 탄탄한 논리로 법망을 잘 빠져 나간다는 의미에서 ‘법꾸라지’(법률+미꾸라지) 별명까지 얻은 그였지만, 이번에는 사법처리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거론돼 온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 얘기다.

최씨의 단골 병원으로 알려진 김영재의원의 김 원장은 공식 자문의가 아닌데도 보안손님으로 청와대를 드나들며 박 대통령을 진료했다. 김 원장은 최씨의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하고, 최씨가 향정신성의약품을 불법 대리처방 받아 외부로 반출하는 것을 도왔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최씨 등이 박 대통령을 대신해 각종 의약품을 처방받아 전달했다는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김 원장이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에 들어가 박 대통령을 시술했다는 의혹도 특검팀이 규명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최씨와의 인연을 등에 업고 김 원장과 그의 가족 회사는 각종 특혜를 누렸다. 김 원장과 부인 박채윤씨는 지난해 3월 박 대통령 중동 순방에도 비공식 동행했다. 김 원장의 의료기기 업체가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관련 부처가 나서서 도운 정황도 파악됐다. 특검팀은 김 원장 및 가족이 운영하는 화장품 업체, 의료기기 업체 등에 대한 전방위 계좌추적으로 최씨 측과 특혜 제공에 따른 대가성 거래가 있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이날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한 김 원장은 ‘진료기록부를 왜 조작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런 적 없다”고 답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전달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춘(72)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5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7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피의자로 소환되면서 블랙리스트 수사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은 줄곧 혐의를 부인해 왔지만 관계자 진술과 물증 등을 통해 이들이 블랙리스트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상태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이 2014년 ‘다이빙벨’을 상영한 부산국제영화제의 예산을 전액삭감하라는 지시를 문체부에 내렸다는 관계자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이 좌파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해 이를 만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이 단독으로 이를 주도한 것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이날 블랙리스트 작성 경위와 함께 박 대통령 지시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해당 명단의 작성 배경에는 최순실(61·구속 기소)씨의 입김도 작용했을 것으로 특검팀은 보고 있다.

특검팀은 이 명단이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작성, 교육문화수석실을 거쳐 문체부로 내려가 실행됐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회의 노트에는 김 전 실장이 좌파 성향 예술가들에 대한 지원을 배척하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이 적혀 있다. 실제 정부의 세월호 참사 대응을 비판한 ‘다이빙벨’을 거론하며 “문화예술계의 좌파적 책동에 전투적으로 대응하라”고 지시한 것도 노트에 포함돼 있다.

특검팀은 이날 김 전 실장을 상대로 블랙리스트와 문체부 1급 공무원 사표수리 지시 등 의혹 외에 그동안 제기된 여타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했다. 특검 관계자는 “김 전 실장이 일부 증거를 인멸한 정황도 포착됐으나 조사 도중 긴급체포는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블랙리스트의 전달과 이행에 있어 실무진과의 ‘가교’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 장관의 컴퓨터에서 그의 지시를 받고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정황을 알 수 있는 다수의 흔적들이 발견된 것으로도 전해졌다.

특검 관계자는 두 사람의 조사 이후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하고 블랙리스트 수사를 일단락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 개입 의혹이 거론돼 왔지만 이에 대해서도 당장은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특검팀은 최근 이병기(전 국정원장)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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