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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8-31 08:22 (월)
종합

사색의향기 | 빗자루 경전

빗자루 경전

바지런한 스님이 마당을 쓸고 있습니다.
이쁘다, 이쁘다,
곁을 내주는 착한 등을 쓸어주듯
대웅전 앞마당을 쓰다듬습니다.
지나는 기척에
흙먼지 일까 잠시 멈춰 고르는 숨.
빗자루가 스님을 받치고 있습니다.
마치, 두 자루의 붓입니다.
언제 비질 마치나,
걱정을 얹어 바라봐도
한 자 한 자 정성껏 눌러 쓰는
필사본筆寫本입니다.
쓰고 되쓰고 마음에 새기는 글자입니다.
햇살 한줌이 행간에 머물고
추녀 끝 풍경이 쟁그렁 쟁그렁,
붓자국 선명한 마당을 읽고 있습니다.

***
'멍 때리기'라는 말을 하더군요.
머리가 복잡해질 때 가끔은
마음을 비워두는 시간도 필요한 듯 보입니다.
그러나 그것도 약간의 생각을 얹고 걱정을 얹으니,
완전한 비우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 최연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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