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이하 하이닉스)가 청주 캠퍼스에 20조원을 투자, AI용 차세대 D램 전용 공장을 설립한다.
약 120조원을 투입, 2028년 1차 가동 목표로 건설중인 용인 캠퍼스에 앞서 조기에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인공지능(AI)용 D램 캐파(생산능력)를 대폭 확충하기 위해서다.
SK하이닉스는 24일 충북 청주시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약 6만㎡(1만8150평) 부지에 건설 중인 신규 팹(M15X)을 D램 생산 기지로 만들기로 이사회 결의를 통해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M15X는 원래 낸드 플래시메모리 공장으로 구상하고 건설을 진행하다가 작년 메모리 혹한기를 맞아 중단됐던 팹이다. 이 공장을 HBM 등 AI용 고부가 D램 전용 공장으로 용도변경을 하겠다는 얘기다.
◆중장기적 HBM 수요에 대응한 캐파 확충 차원서 결단
하이닉스는 2022년 10월 청주 M15의 확장 팹인 M15X를 착공, 2025년 초에 완공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5년 동안 건설과 생산 설비 구축에 총 15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당시만해도 M15X의 목적은 낸드 캐파 확대였다. 그러나, 챗GPT로 시작된 AI열풍이 HBM과 차세대 D램인 DDR5 수요를 폭발시키면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결국 하이닉스를 용도를 낸드 대신에 AI용 D램으로, 비용을 5억 더 추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M15X는 기존에 기초 공사가 추진됐던 프로젝트라 공장 완공과 생산라인 도입은 속전속결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하이닉스측은 이달말부터 본격 공사를 재개, 내년 11월엔 가동 준비를 끝낸다는 방침이다.
하이닉스는 이를 위해 공장 건설에만 5조3천억원을 투입한다. 고가의 AI용 D램 제조 장비까지 셋업하기 위해선 전체 투자비는 2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하이닉스가 이처럼 청주에 20조원을 투입, HBM 등 AI용 D램 전용 공장을 신축하는 이유는 중장기적으로 HBM 수요가 연평균 6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캐파를 늘리는게 시급한 과제였기 때문이다.
엔비디아가 세계 시장을 장악한 거대 생성형 AI용 가속기(GPU)엔 대량의 HBM과 DDR5가 세트형태로 탑재된다.
현재 엔비디아의 H100 등 AI가속기는 없어서 못파는 상황이며, 이 회사에 5세대 HBM(HBM3E)을 독점 공급중인 하이닉스 역시 수요를 다 커버하지 못할 정도로 캐파가 달린다.
사실 HBM은 일반 D램과 동일한 수준의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선 최소 2배 이상의 캐파를 요구한다. HBM은 기본적으로 여러개의 D램를 수직으로 쌓아올려서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청주 M15X를 HBM 전용공장으로 용도를 바꿔 조기에 가동할 수 있다는 것은 하이닉스로선 '신의 한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신규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선 부지 선정과 터를 닦는데만 4~5년이 걸리는데 M15X를 활용, 공기를 대폭 단축시킬 수 있다.
HBM의 핵심 공정인 실리콘관통전극(TSV) 캐파를 확장 중인 M15와 M15X가 바로 붙어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읽힌다. HBM 생산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TSV는 D램 칩에 수 천개의 미세한 구멍을 뚫은 뒤 구멍 사이로 전극이 수직으로 관통하도록 연결하는 방식으로 HBM 생산의 핵심 공정이다.
◆"D램 캐파 약점 보완...라이벌 삼성 추격 겨냥한 포석"
하지만 하이닉스의 이번 청주공장 투자 결정은 강력한 라이벌인 삼성의 추격을 크게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HBM 기술에서 삼성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른 하이닉스의 유일한 약점은 삼성에 비해 D램 캐파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HBM은 기본적으로 D램이다. 4, 8, 12층으로 적층해서 만들지만 일반 범용 메모리와 상당 부분 제조공정이 동일하다. 삼성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부동의 D램 1위기업이다.
엔비디아와 끈끈한 관계를 맺으며 HBM 최강자 위치에 올랐지만, 캐파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은 언제든 추격을 허용할 요소이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HBM 최대 수요처인 엔비디아는 노골적으로 밴더(공급선)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미 삼성과 마이크론의 5세대 HBM을 필드테스트중이다.
결국 하이닉스로선 단기간에 HBM캐파를 대폭 확충하며, 질은 물론 양적인 면에서도 삼성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서라도 신규 팹이 필요했고, M115X가 최상의 대안으로 떠오른 셈이다.
일각에선 하이닉스의 무리한 투자를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이닉스는 M15X 외에도 총 120조원이 투입되는 용인캠퍼스를 비롯해 최근 5조2천억원대의 투자를 결정한 미국 애리조나 HBM 어드벤스드패키징 생산기지 건설 등 초대형 프로젝트만 3개가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HBM 시장의 이니셔티브를 놓치지 않기 위한 배팅이란 점에서 이해는 가지만, 현실적으로 하이닉스는 삼성에 비해 보유 자본이나 자금동원 능력이 열세다.
삼성은 지난 2022년까지 매년 수 십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막대한 자본을 축적해 놓은 상태다. 그룹 대 그룹을 비교해도 자금력 면애서 SK는 삼성에 크게 못미친다.
SK는 요즘 HBM 특수로 콧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내심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과 마이크론의 추격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는 탓이다.
특히 삼성은 12단 5세대 HBM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특유의 D램 기술력을 내세워 하이닉스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자칫하다 삼성의 추격을 허용하면 또 다시 '2인자'로 내려 앉아야 한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돌이킬 수가 없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다. 하이닉스는 어떠한 이유에서도 HBM시장의 주도권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SK그룹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밀어주고 있다.
최근 파운드리 최강기업 대만 TSMC와 6세대 HBM 개발을 위한 연합전선을 구축한 것이나, 미국 HBM용 패키지 공장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이닉스가 과연 삼성의 맹추격을 뿌리치고 어렵게 잡은 AI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지킬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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