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정선군이 여량면 아우라지에 전통 방식 그대로 섶다리를 재현해 주민과 관광객에게 옛 조상의 지혜와 겨울 낭만을 선사하고 있다. 17일 정선군에 따르면 겨울철 강 수위가 낮아지는 시기에만 설치되는 계절 다리인 아우라지 섶다리 조성을 완료했다.
섶다리는 '섶나무를 엮어서 만든 다리'로, 과거 주민들이 자연에서 구한 재료로 이동 통로를 만들던 생활문화에서 유래한 전통 구조물이다. 시멘트나 철골,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직 나무와 흙, 솔가지만으로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 설치된 아우라지 섶다리는 길이 120m, 폭 1.5m 규모다. 갈금에서 처녀 동상 구간을 잇는 이 다리는 통나무와 소나무, 솔가지, 흙을 사용해 전통 방식 그대로 조성됐다.
섶다리 제작 과정은 정교하면서도 자연 친화적이다. 먼저 물에 강한 물버들나무나 소나무를 Y자 모양의 다릿기둥으로 박고, 그 위에 소나무나 참나무를 얹어 골격을 세운다. 이어 고정된 다릿기둥 위로 '널래'라는 긴 나무를 상판으로 올린다.
그 다음 솔가지와 잣나무 섶 등을 널래 위에 얹고 흙을 덮어 고정하면 다리가 완성된다. 특히 못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도끼와 끌로만 기둥과 들보를 맞춘다는 점이 놀랍다. 이렇게 만들어진 섶다리는 황소를 끌고 지나가도 주저앉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다.
섶다리 제작에는 섶다리 세우는 방법을 알고 있는 노인들과 장정 등 20여 명이 모여 며칠에 걸쳐 작업한다.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부역하여 만드는 이 전통은 공동체 문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섶다리는 주로 강물의 양이 줄어들고 강폭이 좁아지는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설치한다. 그리고 겨울을 지나 이듬해 봄 장마에 물이 불어 떠내려갈 때까지 사용한다. 봄이 되어 강 수위가 높아지면 철거하여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옛 조상들의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현대의 친환경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자연 재료만을 사용하고, 계절에 따라 설치와 철거를 반복하며, 다리가 떠내려가더라도 자연으로 돌아가는 구조다.
아우라지 섶다리는 주민 이동 통로로 활용되는 동시에 정선의 자연환경과 생활문화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눈이 내리는 시기에는 주변 산세와 어우러져 겨울 아우라지 풍경이 수묵화를 떠올리게 할 만큼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한다.
눈이 내리면 강을 병풍처럼 감싼 산들이 하얗게 변하며 절경을 이룬다. 이러한 장면은 SNS와 블로그 등 온라인 매체에서도 많이 공유되며 지역의 대표 겨울 방문지로 소개되고 있다.
아우라지는 여량면 구절리의 송천과 임계면 골지천이 합류하는 곳이다. '아우라지'는 두 강이 서로 만난다는 의미로, 이곳에서 송천과 합쳐진 골지천은 이후 조양강을 거쳐 동강이 되고, 결국 남한강으로 이어진다.
아우라지는 정선아리랑의 발상지로도 유명하다. 과거 남한강 상류인 아우라지에서 물길을 따라 목재를 한양으로 운반하던 뗏목 터였던 이곳에는 강을 사이에 두고 사랑을 나누던 처녀와 총각의 애틋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날 좀 건네주게, 싸릿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쌓이지, 사시장철 님 그리워서 난 못살겠네'라는 정선아리랑 가사는 불어난 강물로 만날 수 없었던 처녀와 총각의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다.
아우라지에는 이러한 전설을 담은 처녀와 총각의 동상이 세워져 있으며, 이들을 이어주는 '달 다리'는 저녁에 켜지는 조명으로 아름답게 빛난다. 매년 8월 초에는 아우라지 뗏목축제가 개최되어 전통 수운 문화를 재현하고 있다.
아우라지 섶다리와 정선아리랑 등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리왕산 케이블카, 레일바이크 등 주변 관광지에도 방문객이 증가하고 있다. 인근 레일바이크와 가리왕산 케이블카 등 다양한 관광 콘텐츠가 결합되어 겨울 정선 여행의 매력을 한층 더하고 있다.
정선군은 섶다리 운영 기간 동안 보행 안전과 현장 관리 점검을 강화하고, '감성 로컬여행' 수요에 맞춰 겨울 정선 관광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덕종 여량면장은 "섶다리는 주민의 지혜와 삶의 흔적을 담은 전통문화"라며 "아우라지를 찾는 방문객들이 정선의 전통과 지역 특색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도 아우라지 섶다리의 전통을 보존하고 계승해 정선의 전통문화를 널리 알리겠다"고 덧붙였다.
섶다리는 강원도 정선과 영월을 비롯해 전라북도 무주, 경상북도 청송, 강원도 횡성과 원주 등지에도 있다. 그중 정선 아우라지 섶다리는 정선아리랑의 문화적 배경과 어우러져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아우라지 섶다리는 내년 3월 장마 전까지 유지될 예정이다. 겨울철 지역 주민의 통행로는 물론 관광객에게 이색적인 체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섶다리를 건너며 바라보는 풍경은 자연과 완전히 어우러진 전통 다리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인공 구조물이 없는 대신 수수한 형태가 더 큰 멋을 만들어내며, 어디서 찍어도 겨울 감성이 살아 있는 사진을 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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