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고갈된 미래에는 나무가 인간 살리는 유일한 자연 자원이 될 것 확신
산림은 조성 후 십년 이상 지나야 효과 보이는 분야, 거시적 안목으로 정책 펼쳐야
숲 혹은 임산(林山)은 많은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그것의 이미지는 푸른색이 유발하는 생명, 휴식, 비옥함, 미래, 포용력 등등으로 나타난다. 빠른 생활속도에 피로해진 현대인들이 나무나 숲에서 곤두선 마음이나 신경들을 치유 받고 싶어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힐링을 원하는 요구 뒤에 처한 숲의 현실은 냉정하다. 숲도 현대의 생존경쟁에 직면한 것이다. 진도산림조합 허용범 조합장은 산림업의 현재를 누구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대안을 고심하며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플랜들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스스로의 안목을 확신하는 젊은 조합장
우리나라에서 공적 성격을 갖는 조합들은 의례 안정적인 수입구조를 가진 것으로 여겨졌다. 산림조합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전쟁을 겪고 불모가 된 민둥산들에 녹화사업이 거국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산림조합 종사자들은 소위 ‘위력’을 가지고 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무한 경쟁이라는 신자유주의 물결의 세례는 산림조합도 예외가 될 수 없는 형편이 됐다. 도태에 처하지 않으려면 현실 인식을 첨예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방책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진도산림조합은 어느 곳보다 이런 자각을 충분히 그리고 먼저 한 듯하다.
진도산림조합의 허용범 조합장은 올해 지천명(50세)이다. 전국 산림조합 조합장들의 평균 나이와 견주면 최연소이거나 무척 젊은 편에 속한다. 지천명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뜻을 비로소 알게 되는 나이다.
“보통 조합장 선거에는 상무 정도의 지위를 지내고 난 뒤에 도전합니다. 저는 과장이었을 때 미련없이 사표를 내고 선거에 나섰습니다. 주변에서는 다 말렸지요. 당시 대학생 아들도 있어 패배하면 생계를 걱정해야 할 때였습니다. 더구나 전 조합장과 경합을 했는데 제가 8년을 모시던 분이었고 평판이 좋으셨지요. 그럼에도 10년 동안 임원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되면 안이해져 도전정신을 유지할 수 없다는 생각과 함께 조합장이 되려면 지금 하자, 라는 의지가 굳어졌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저는 스스로가 가진 힘을 믿었지요. 오히려 더 잘해야겠다는 투지도 생겼습니다.”
허용범 조합장이 진도군산림조합을 이끌어나가는 원칙과 철학을 보면 그가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알 수 있다.
“조합장은 소득증대 사업을 잘 구상하고 실천해 조합원들의 경제적 자립기반을 만들어 주는 것이 최고의 역할입니다. 사실 이전 시절에는 조합장들이 기존 상태를 유지만 해도 지위를 유지하며 명예를 지키는데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저는 젊고 도전의식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조합장 선거 공약사항 역시 날로 생존력을 위협받는 농촌 현실에서 산림 조합원과 군민들의 자립기반 구축에 열성을 다하겠다는 것이었다.
사업다각화로 회원들의 경제적 안정화 마련
진도산림조합에는 작년에 처음으로 버섯 공판장을 마련했다. 표고버섯은 진도의 임산물 중 주요 판매 종목이다. 그럼에도 이전까지는 오랫동안 이웃 장흥으로 경매를 다녀야 했다.
“새벽부터 일어나 차를 타고 나가 경매에 참여하고 다시 한 밤중에 돌아오는 고단한 일정을 반복해야 했습니다. 진도의 해풍을 받아 독특한 맛과 향을 지닌 특화 상품인데도 제대로 된 공판장 하나 없었던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지요. 공판장 마련은 그동안 소모적이었던 유통비용과 물류비를 줄여 상품 경쟁력을 갖추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올해는 버섯 냉동 창고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표고를 재배하는 농가연합회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보조비를 받아 마련할 예정입니다.”
진도군산림조합은 이전 조합장 때부터 산림자원을 이용해 추모관과 수목장을 조성하고 운영해오고 있는 중이다. 보통 장례비용이 평균 천 만 원 이상이 소요된다고 한다. 하지만 조합원과 군민들에게 음식을 포함한 모든 절차에 필요한 물류를 제공하고 670만원을 받는다. 물론 품질도 상당하다. 처음엔 너무 저렴한 비용을 제안하니 군민들도 혹시 허술한 물품들을 제공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하기도 했단다. 하지만 결산을 하고 나면 자신들이 조합의 혜택을 받았다는 것을 인정했다.
“저희가 대략 계산해보니 한 가정 당 500만 원씩은 절약해 준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의 최저 실비라 할 수 있지요. 물론 조합도 일정부분 이익을 취하지만 극대화가 아닌 최소한이지요. 조합이 할 일은 이런 상생 속에서 안정화 기반을 지속하는 것입니다.”
허용범 조합장은 추모관과 수목장의 성공적 운영에 더해, 그 주변에 가족적인 행사나 이벤트를 가질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 대규모 환경공원을 조성하기 위한 기반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전임자의 치적을 온존시키고 더욱 발전시키는 것은 조합행정의 연속성이란 측면에서도 이롭다. 하지만 무엇보다 산림조합의 임산업 사업영역이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는 것에 대한 위기 대처의 의미도 있다. 허용범 조합장이 20년 넘게 산림조합에 근무하며 느낀 총체적인 문제점들의 노정이기도 하다.
퇴직 산림공무원들의 법인 설립은 임산업 발전의 걸림돌
산림조합이 임산업 사업영역에서 유리한 지위와 관할권을 가지던 일은 옛말이 됐다.
“제가 위기의식을 제일 많이 느끼고 있을 겁니다. 예전에는 이루어지던 산림사업은 나무나 숲 조성과 임로 등의 포장은 모두 산림조합에서 사업권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산림사업 법인인 갈수록 늘어나면서 산림조합은 이들 사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구도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니 지속적으로 조합원들의 생존 방법을 찾아 나가야지요.”
법인 증가의 문제점은 단지 조합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데만 있지 않다는 것이 허용범 조합장의 문제의식이다. 관건은 산림직종에 대한 사명감의 부재다.
“산림조합원들은 기본적으로 산림조성 기여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무 한 그루를 심어도 당연히 책임감 있게 일을 하고 5년 10년이 지난 후에도 돌봅니다. 하지만 법인들은 나무를 심고 준공만 끝나면 그 뒤는 책임을 안집니다. 정당한 이익 면에서도 산림조합은 내 동네에 나무를 심는다는 생각을 가지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이익보다는 녹화사업 자체에 의미를 둡니다. 하지만 법인들은 나무 한그루를 심고나면 얼마가 남는지를 먼저 계산합니다.”
이런 폐해들은 해당부처에서 제도 개선을 통해 정직한 산림사업을 유도해야 하지만 차후를 위한 공무원들의 이기심에 희생되는 경우가 아닌지 의심된다. 법인 설립은 주로 고위 산림공무원들이 퇴직하고 난 뒤 제 2의 직업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전관예우처럼 산림사업의 우선권을 따내는 경우들이 많아진다. 차후를 고려해 현행 제도를 손보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자연히 순수 산림사업을 그동안 영위해 오던 산림조합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산림조성이나 임로, 댐건설 등 전통적으로 산림조합이 해오던 분야의 규제를 대거 풀고 있어 산림조합이 참여 영역은 전체 대비 30%까지 줄었다고 한다. 산림조합의 자구책 강구사업들은 이런 결과에 의한 것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차츰 수의계약이 없어지면 그나마도 유지할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허용범 조합장의 염두에 늘 조합 존속을 위한 사업구상이 떠나지 않는 이유다.
미래에 인류에 남는 것은 결국 푸른 강산뿐일 것
“조합원들은 나무 하나를 심으면 딸을 시집보내는 듯한 마음으로 지켜봅니다. 언제 키가 크고 새순이 돋고 가지가 뻗는지 늘 지켜보지요. 대충 심으면 안 됩니다. 많이 심는 것보다 몇 그루가 잘 살아남느냐가 중요합니다. 정말 깨인 정치가라면 정부에 청이 아닌 산림부를 따로 만들어야 합니다. 자원들이 없어지면 인류의 미래는 불투명해집니다. 결국 마지막까지 인간이 살아갈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산림입니다.”
허용범 조합장은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 임업 공무원이 직업선호도에서 최상위를 차지한다는 실례를 들면서 산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는 최고로 힘들게 일하는 경우라고 한다.
“우리나라 농업이 절대적인 위기를 맞아가는 상황에는 대안은 산림업이라고 확신합니다. 농업은 수출보다는 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각종 재배작물들이 파동이 나면 정부는 세금으로 보전합니다. 하지만 임산업에서 얻을 수 있는 수출 작물들은 버섯, 구기자 등 개발하면 사업성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합니다. 정부에서 임산업 보호법을 제정하거나 투자를 많이 늘려 정책 실효성을 거두어야 합니다. 농업인들의 임업 전환을 유도할 수도 있을 겁니다.”
당장의 가시효과만을 쫓는 정치가들의 영합주의도 지적한다. 산림의 성과는 시간이 걸리니 당장 치적을 내세울 수 있는 도로나 공장 등에 대한 관심만 쏟는다는 것이다. 허용범 조합장에게는 산림에 대한 이러한 관심부재는 자칫 종사자들의 소명의식을 옅게 하는 위험성도 내포한다는 우려가 있다. 종국에는 임산업 전체, 나아가 나라전체의 미래가 달린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토의 60%이상이 산입니다. 임산업은 지켜보는 장기적 안목이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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