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상승은 대부분의 업종에 원가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그러나, 정유업계만큼은 유가 상승이 반갑다. 원유를 가공해 판매하는 이른바 정제마진이 상승, 영업이익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중동 위기와 산유국의 감산 지속 등 석유수급 불안이 가중되며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탄 덕분에 정유업계의 1분기 실적이 대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업체는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50% 이상 급증하며 콧노래를 불렀다. 작년 4분기에 적자를 봤던 업체들은 줄줄이 흑자로 전환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정유업체들이 지난 1분기에 전분기 대비 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개선으로 에너지, 화학 등 핵심 사업이 호조를 보이며 대 약진했다.
◆정제마진, 배럴당 12달러 이상 상승...업계 실적 반등
SK이노베이션은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24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66.6%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9일 공시했다.
SK는 전기차 '캐즘'(Chasm), 즉 일시적 수요 정체로 또다른 주축사업인 배터리 부문 100% 자회사 SK온이 3천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지만, 정유사업의 선전 덕분에 시장 전망치(4022억원)를 55.3% 가량 웃도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SK는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과 정제마진 개선 등으로 에너지, 화학사업의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증가하며 실적개선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SK는 이 기간 석유사업 부문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무려 7563억원 증가한 5911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화학부문도 벤젠 스프레드 개선에 따른 마진 상승 등으로 1241억원 증가한 1245억원을 기록했다.
에쓰오일(S-OIL)은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45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9% 감소했으나 564억원 영업손실을 낸 직전 분기 부진을 털어내고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에쓰오일은 정유 부문 영업이익이 2504억원으로 직전 분기(-3113억원) 대비 크게 증가하며 흑자로 돌아서며 전반적인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정유 부문이 1분기에 219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전분기(-729억원)와 비교해 흑자로 돌아섰다. GS칼텍스는 아직 실적발표 전이지만, 정유사업에서 큰 폭의 실적 개선이 확실시된다.
수출도 호조를 보였다. 석유협회에 따르면 정유업계는 수출 부문에서도 올해 1분기 1억2690만배럴의 석유제품을 해외에 내다팔며 역대 1분기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업계의 이같은 수익개선은 석유제품 판매가격에서 원유 등 원료비를 뺀 정제마진이 크게 상승한 결과다. 정제마진은 통상 배럴당 4∼5달러가 손익분깃점인데, 1분기 정제마진이 배럴당 12.6달러 수준으로 급등했다. 지난 2월엔 손익분깃점을 3배이상 웃도는 15달러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OPEC+ 감산 지속과 중동위기로 2Q 이후도 호실적 예상
국제유가에 흐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업종 특성상 정유업계의 2분기 이후 실적도 호조를 띨 가능성이 농후하다. 글로벌 원유 시장의 수급 구조상 당분간 유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우선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원유 공급 사이드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우선 국제 원유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OPEC플러스(OPEC+)가 기존의 원유 감산 정책을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여기에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국제 석유류 유통의 관문인 홍해 지역과 호르무즈 해협 일대의 봉쇄 가능성도 거론된다. 만약 호르무즈해렵이 봉쇄되면, 막대한 물류비용 증가로 국제유가가 급등할 수도 있다.
공급이 불안한 데 수요사이드는 본격적인 드라이빙 시즌을 맞아 자동차 등 이동 연료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석유소비국인 중국의 내수경기가 예상치를 웃돌고 있는 것도 전체 원유수요를 늘리는 변수다.
물론 유가가 오른다고 무조건 정제마진이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유가가 올라도 석유수요가 많아져야 정제마진이 높아진다. 유가 급등에도 이달들어 정제마진이 배럴당 7.6달러로 1분기 대비 크게 하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게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금리 기조 지속가능성, 유가급승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위축 등이 맞물린다면 2분기 이후 정제마진이 손익분깃점 수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은 중동전쟁 등 지정학 리스크가 장기화할 수록 글로벌 경기가 위축돼 석유 수요가 줄어들고 결국 정제마진이 낮아져 정유업계가 고유가 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고금리 기조 속에서도 미국의 경기도 호황을 지속하고 있고, 중국은 정부의 강력한 소비진작책에 힘입어 점차 회복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 양대 소비국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1분기만큼은 아니어도 2분기 이후에도 정제마진이 강세 흐름을 이어갈 것이어서 정유업체들의 실적 개선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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