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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8-29 04:31 (토)
종합

축산물 유통 스타트업 ‘정육각’김재연 대표

고착화된 가치나 기존 관념에 얽매이지 않을 때 사회는 새로운 변화를 향해 움직인다. 세대가 바뀔수록 신구(新舊)의 시선과 가치가 달라지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구축하지 않은, 주어진 질서를 전복하는 사고는 삶을 바꾼다.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거는 기대는 그래서다. 사회가 만든 공고한 안정성에 합류하는 대신 자신이 그린 비전을 선택하고 걸어가는 자유의지는 세상에 참신한 균열을 낸다. 젊은이 자신은 의도하지 않았을지언정 그는 새

On-Demand 방식으로 도축 3일 안에 배달되는 초(超)신선 돼지고기

1차 산업인 축산에 IT 접목한 자동화와 직접 유통으로 공급 시간 대폭 줄여

고착화된 가치나 기존 관념에 얽매이지 않을 때 사회는 새로운 변화를 향해 움직인다. 세대가 바뀔수록 신구(新舊)의 시선과 가치가 달라지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구축하지 않은, 주어진 질서를 전복하는 사고는 삶을 바꾼다.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거는 기대는 그래서다. 사회가 만든 공고한 안정성에 합류하는 대신 자신이 그린 비전을 선택하고 걸어가는 자유의지는 세상에 참신한 균열을 낸다. 젊은이 자신은 의도하지 않았을지언정 그는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만드는 대열의 선구자가 된다. 어느 분야든 상관없다, 확장성이 중요하고 그래서 그 분야는 서서히 발전한다. 창업 1년이 채 안된 축산물 유통 스타트업(Start-up) 기업인 ‘정육각’의 김재연 대표에게서 그 발전의 일단을 본다.

탐구심은 연구실에서만 생기지 않는다

평번한 일화 하나. 아주 가까운 시간 안의 일이다. 수학전공으로 미국의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유학을 준비하는 젊은이가 있었다. 그는 돼지고기를 즐겨 먹었다. 친척집에서 직접 도축한 돼지고기를 자주 먹던 기억이 그의 미각을 일깨웠다. 그런데 도시로 이사와 먹는 돼지고기들은 그 맛을 따라가지 못했다. 지리산 자락의 농가에서 자란 흑돼지를 먹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매우 여러 군데서 먹어본 돼지고기들의 맛은 한결같이 그 맛을 따라가지 못했다. 어느 날 집 앞 슈퍼에서 포장된 돼지고기의 이력을 봤다. 도축된 지 90일이 지났다. 그동안 ‘얼렸다 녹았다’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았다. 생각했다.‘신선도의 문제인가?’

보통의 사람이라면 그냥 의문을 품고 말았을 대목에서 이 젊은이는 신선도를 확인하러 직접 도축장엘 찾아갔다. 역시 사후경직을 지나자마자 먹은 돼지고기는 ‘맛이 훨씬’ 좋았다. 도축장에서 사온 고기 양이 많아 주변에 나눠주었는데 모두 맛있다고, 어디서 샀냐고, 심지어 공동구매하자는 제안까지 왔다.

평소 이 젊은이는 축산에 추호도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일순간 영감이 스쳤다. 유학 출국 6개월을 앞뒀다. 그동안 젊은이는 자신이 무엇인가를 시도할 수 있으리란 판단을 했다. 사업자를 냈다. 그렇게 해서‘정육각’이 작년 3월 설립됐다. 온디맨드 방식으로 도축 3일 안에 신선한 돼지고기를 배달하는 유통업체다. 사업 아이디어는 적중했다. 그 젊은이는 유학을 가벼이 제쳤다. 자신이 현재 더 중하게 하고 싶은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유학을 앞두고 있었지만 사업 아이템을 발견하는 순간, 나는 젊으니까 당장 하고 싶은 걸 하자, 가족이나 사회적 위치에서 책임질 시간이 오면 그때 다시 안정적인 것을 찾아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선택의 후회는 없습니다”

도축 3일 안에 먹을 수 있는 정육각 돼지고기

‘정육각’이 재빠른 유통으로 신선도를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의 비결은 ‘IT’에 있다.

"돼지고기의 사후경직은 24시간이면 끝납니다. 도축한 지 최소한 5일 안에는 먹어야 최상의 맛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기존 시장에 유통되는 돼지고기는 빨라야 7일 보통 20일 정도 됩니다. 저희 정육각의 돼지고기가 아마 시장에서 가장 신선한 고기일 겁니다.”

정육각의 김재연 대표는 카이스트 수학과 출신이다. 이공계 학도답게 생산과정과 유통과정을 단축시키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서 접목했다. 전통적 1차 산업과 IT의 결합인 O2O(online과 offline의 결합)서비스다. 카이스트 재학 중 1년 정도 IT창업을 해봤던 경험이 도움이 됐다.

보통 도축이 된 후 부위별 부분육까지 공정은 1~3일이 걸린다고 한다. 하지만 소비자는 그 즉시 구입이 어렵다. 적어도 보름 이상이 지나야 한다. 시중의 돼지고기 유통시간이 오래 걸리는 주원인은 산지에서 소비자까지 유통과정이 여러 단계를 거치기 때문이다. 여러 유통업자의 개입과 창고에서의 전전이 유통기일을 장기화 시키는 것이다.

“식품사업 성공의 궁극적 답은 ‘맛’입니다. 맛이 보장되려면 신선해야 하고 이것을 유지하려면 빠른 공급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것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핵심은 생산과 포장 등 공장 자동화를 위한 코딩 시스템과 유통 단축에 있습니다. 정육각의 돼지고기는 오후 4시 이전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택배로 고기를 받아 바로 식탁에 올릴 수 있습니다. ”

정육각에서는 엄격한 기준으로 선택한 농장에서 공급받는 1등급 암퇘지의 삼겹살과 목살을 판매한다. 대전 공장에는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로 제어하는 세절기계와 포장기계가 있다. 주문량이 들어오는 즉시 돼지고기를 기계에 올려놓으면 자동화를 거쳐 상품이 완성된다. 따로 사람의 손길이 필요 없다.

정육각은 현재 택배 방식을 택하고 있다. 올해는‘움직이는 정육점’이란 프로젝트로 ‘당일 배송’이 가능한 자체 유통 시스템을 개발해 2월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당일배송 시스템에서는 탑차가 물류 창고를 대신한다. 주문이 들어온 하루치 물량을 실은 탑차가 움직이는 거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주문 지역에서는 오토바이가 탑차에서 물량을 공급받아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방식이다. 역시 IT를 이용해 알고리즘을 짰고 2월 쯤에는 시뮬레이션도 끝낼 계획이라고 한다.

“시뮬레이션으로는 저희들이 이런 방식으로 배송하면 수익률이 높아진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복잡한 유통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저희들만이 갖는 특성으로 정육가격을 낮출 수 있는 이점도 작용합니다. 저희의 출발은 소비자의 입맛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지만 기업의 본질은 이익창출도 간과할 수 없지요. 기업이익과 소비자 니즈(needs)를 상호 만족시키는 결과가 최상이 아니겠어요.”

이 사업계획은 우선 정육각이 소재하는 대전지역에서 우선 시작해 성공 요소가 확정되면 올해 후반기에는 서울· 경기권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지인들과의 의기투합으로 시작하다

시작부터 손익분기점을 넘고 1년이 안된 기간에 주목받는 스타트업 회사가 됐지만 정육각에도 나름대로 과정은 있었다. 당연히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다. 책상물림으로 공부만 한 아들이 더구나 거친 일이 예상되는 축산 일을 하겠다는데 말이다. 유학 가기 전 까지 프로토타입(Prototype. 시제품이 나오기 전에 제작해보는 원형)을 해서 결과를 보여드리겠다고 설득했다. 시장 반응이 좋았다.

“학교친구, 군대동기, 창업동기가 모여 제가 접점이 돼서 시작했어요. 그야말로 기반이 없는 분야에 의기투합으로 뛰어든 셈이지요. 처음 8개월 동안은 손으로 직접 고기를 썰었어요. 하루에 100근에서 150근 정도의 물량이었지요. 물량이 더 늘어나면서 자동 공정의 필요가 생겨 투자자를 찾아다녔고 다행히 저희의 사업비전을 믿어준 곳이 있었어요. 투자금은 작업장 확보와 공장 자동화에 투입됐습니다.”

현재는 200근을 상회하는 물량이 유통되고 있는데 500근을 넘어가면 또 다른 투자를 받을 생각이다.

정육각이란 이름은 익숙한 단어인 ‘정육’에 높고 큰 집의 의미를 담은 ‘각(閣)’을 붙였다. 고기를 파는 업체임을 알리는 동시에 세련된 이미지를 넣은 브랜드네이밍을 하고 싶었다. 정육각형이란 중의적 의미도 포함했다.

우리나라에서 ‘정육’이 갖는 이미지는 이율배반적이다. 적지 않은 정육을 소비하면서 정작 그것을 취급하는 직업인들에게는 우호적이지 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육을 취급하던 사람들을 천시하던 오래 전의 관습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질과 IT를 결합한 4차 산업이 부상하는 시대의 착오적 생각이지만 구성원들의 마음고생은 있었다.

“저희끼리는 의욕을 가진 사업이지만 친구들이 여자 친구나 부모님에게 무슨 일을 하는지 선뜻 말하지 못했어요. 반대도 있었기 때문에 설득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기도 했지요. 이제는 투자기관에서도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해주고 저희도 축산업을 장기적인 시선으로 끌고 가자는 확고한 가치관이 서 있습니다.”

김재연 대표가 본 축산업 분야는 다소 거칠고 기존 진입자의 카르텔이 심한 곳이다. 방식이 오랫동안 고착화돼서 그들은 깨닫지 못하는 부분이 외부인이었던 김재연 대표에게는 감지가 됐다. 그 틈입을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장벽을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재미 또한 없지 않다고 한다. 아마 젊은 패기와 현재를 즐기는 경쾌함의 발로가 아닐까.

친구 4명으로 시작한 정육각은 이제 팀원(이재연 대표는 직원이라 하지 않고 꼭 팀원이라고 호칭했다. 구성원들이 수직적 서열이 아닌 수평적 관계로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이 10명으로 늘어날 정도로 규모 생성이 됐다. 어쩔 수 없이 사용자와 근로자의 개념이 생겼다. 쉽게 그만 둘 수 없는 책임감이 생겼다.

배우고 깨닫고 고쳐나가면서 미래도 만드는 것

김재연 대표가 약 1년 전 축산업 유통에 뛰어들 때는 젊은이 특유의 현재적 판단력과 반짝이는 재기가 많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 자신 말하듯이 원대한 비전을 본 것은 아니다. 그저 자신을 이끄는 재미에 순순하게 반응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사업의 진정한 재미를 서서히 느껴가고 있는 중이다.

“저희 모두 비장한 계획을 가지고 시작하지 않았으니 큰 그림은 그리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사업이라 하기에도 미미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전공도 아니고 오랜 경력도 없으니 숙련도도 떨어집니다. 하지만 부딪히고 배우면서 스스로 헤쳐 나가는 성취감이 오히려 저희의 저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육각은 창업 동기들 중 김재연 대표는 투자를 담당하고 마케팅, 코딩 시스템 개발 등으로 역할 분담이 잘돼 있다. 팀원들 간의 믿음이 강점이라고 한다. 부족한 자신을 믿고 같이 와준 팀원들에게 고맙다. 지금처럼 서로 잘 해나가면 회사는 금방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김재연 대표는 요즘 혹여 사업이 잘 안돼서 매각이 되더라도 다시 축산업에 뛰어들 것 같은 깊은 애정을 느낀다고 한다.

김재연 대표는 컴퓨터 분야로 응용수학을 전공해서 기상청의 시뮬레이션 모델을 만들고 싶었다. 이 부분 한국의 기술력이 약하기 때문에 기여하고 싶었다. 아직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다. 정육각이 지금 그의 현재이지만 어느 시점에서 무엇이 그의 흥미를 잡을지는 모른다.

젊음의 특권 중 하나가 이런 탄력성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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