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OECD 국가 중 26위를 기록했다. 한국전쟁 이후 전후복구국가에서 이 같은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현 대한민국 경제의 고도성장 이면에는 1960년대 경공업과 1970년대 중화학공업의 발달이 큰 기여를 했음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든지 알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대한민국 경제사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던 경공업은, 노동자를 착취하는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뇌리에 박혀 있다. 그러나 대표적인 경공업 분야인 봉제 제조업 중 ‘착한 기업’, ‘사회적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기업이 있다고 한다. 봉제전문 공장그룹 ㈜SSMG은 현재 어떤 모습이며 어떤 전망을 가지고 있는지, 차경남 대표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패션 산업 분야의 착한 기업, SSMG “2011년 봉제산업인포상”
㈜SSMG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모토 아래 실력 있는 7개 봉제공장이 연합한 법인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봉제 전문가 집단의 성격이 강했지만, 여기에 차경남 대표이사와 함께 사회봉사를 해왔던 분들이 합류하자 봉제 장인들과 정부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해주는 성격이 더 강해졌다. 7개 공장으로 시작한 SSMG는 현재 130여개의 업체를 관리하는 사회적 기업이 되었으며, 봉제 분야와 관련된 정부 사업이 공지되면 그 사안을 현장에 맞게 적용할 수 있도록 맞춤식으로 컨설팅을 해주고, 반대로 현장에서 얻어지는 아이디어로 사업을 기획해서 정부에 제출하기도 한다. 가장 기본적인 업무로는 그룹에 속한 봉제 장인들의 행정, 법무, 회계 일을 관리해주는 일을 하고, 또 정부의 지원정책, 회사 운영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봉제 산업 종사자들에게 안내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SSMG가 지원 대상 사업장을 선정하는 데에는 나름의 기준이 있다. 우선 50명 이상 되는 규모 있는 공장은 지원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큰 사업장이라면 그만한 지식과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SSMG는 영세하면서도 기술을 축적한 사람들, 봉제라는 직업에 애정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을 그들의 다양한 상황에 맞게 맞춤형으로 도와주고 있다.
영세 장인들과 다문화가정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관심
많은 직업인들이 그렇듯 봉제업 종사자들도 자신의 업무에는 해박하지만 그 외의 영역에서는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할 때가 많다. “우리나라 봉제 공장의 80%는 영세 사업장들이거든요. 그런 영세한 사업장일수록 지원이 더 필요한데, 그분들이 잘 몰라서, 혹은 알아도 영문도 모르고 겁이 나서 필요한 도움들을 제때 못 받아요. 단기적으로는 영세한 사업장 하나가 지원을 못 받는 것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봉제 산업에 종사하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정책적으로도 소외되는 게 문제인거죠.” 차경남 대표는 봉제 산업의 어려움을 제도권 밖에 놓여있는 사람들에게서 일차적으로 찾았다.
그래서 SSMG는 ‘우리 공장 출생신고 합시다(사업자등록 캠페인)’와 같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실제로 많은 사업을 진행해왔다. SSMG 내에는 세무사, 노무사, 국세청 직원인 사람들이 자문위원 등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영세 장인들의 사업자 등록을 수월하게 도와줄 수 있다. “사업자 등록을 하려고 하시는 분들이 서류 몇 개만 가지고 오시면 저희가 사업자 등록도 해 드리고, 본인들은 세무사조차 찾지 않으셔도 되는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사업자 등록이 나면 서류를 아예 집까지 갖다 드려요.”
이런 식으로 영세 사업장들이 사업자 등록을 하게 되면 음지에 숨어있던 사업장이 양지로 나오게 되므로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정부에서 지원하는 영세자금을 대출 받을 자격이 생기고, 개인보험을 들었던 부분에서도 보조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SSMG는 다문화 가정, 새터민의 고용창출과 복지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재 봉제 제조업계에는 다문화가정 구성원들이 많이 종사하고 있다. 이것을 눈여겨본 차 대표는 최근 서울시에 건의를 했다. “앞으로도 계속 다문화가정출신 근로자가 늘어날 거예요. 이 사람들 태어난 나라는 다를지 몰라도 우리나라 사람인데, 국가적 차원에서 보듬어 줘야한다고, 이들이 이 땅에서 떳떳하게 일을 하고 돈을 벌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죠.” 현재 정부의 도움에 힘입어 SSMG는 다문화가정 근로자에게 월급을 주면서 고용하는 사업장들을 단계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을 서울시와 함께 시작했다.
차 대표의 시선은 다문화가정 가족들의 경제적 여건뿐 아니라 육아 문제에도 맞닿아 있었다. 다문화가정 근로자들은 우리나라 국민이 되려면 영주권이 있거나 출산을 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봉제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린 아이들이 있다. 이들은 따로 아이를 맡기거나 보육 시설에 보낼만한 여건이 안 되기 때문에, 다문화가정의 육아 환경은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그래서 차 대표는 이들을 위한 보육 시설을 운영할 생각을 했다. “봉제 산업 거점 지역에 다문화가정 육아시설을 만들고 그 지역 작업 환경에 맞게끔 시설 운영 시간을 조절해 주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어요. 이렇게 해서 그 분들이 사회에 나오면 일자리 창출이 되고, 우리는 사람이 없어서 어려운데 그 인력을 흡수하니까 좋고. 여러 가지 시너지 효과가 나는거죠.” 이런 시너지를 보기 위해 해결해야하는 문제점 한 가지는, 다문화가정 근로자들을 가르치면서 고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업주 자체가 영세공장인 경우, 사업장 자체가 이런 문제들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에는 벅찬 실정이다.
기술을 인정해주는 사회가 되어야
“예전에 비해 봉제 산업 공장들이 많이 없어지면서, 영세 장인들을 북돋아주는 사회적 제도도 인식도 더 열악해졌어요. 디자이너들과 봉제기술자들이 같은 자리에서 함께 협력하고 북돋아주는 분위기가 되고, 봉제 기술자들 스스로도 떳떳하게 자부심을 가져야 다른 사람들도 관심을 가질텐데, 디자인은 고급 산업으로 인식하면서도 봉제 산업의 중요성은 간과하는 분위기죠.”
이번 ‘2011 봉제산업인포상’은 국가가 봉제인들의 노고와 기술을 높이 사고 인정해주었다는 점에서 차경남 대표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봉제라는 게 반드시 봉제의 중요성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봉제=기술’의 등식이 성립되는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 국가가 봉제라는 타이틀로 상을 준다는 게 감회가 새롭죠. 사업을 할 때에는 기획이나 전략도 중요하다고 하지만, 가장 원초적인 제조업 하시는 분들의 기술을 장려해주는 좋은 취지가 담겼으면 좋겠어요.” 차 대표는 사람들이 기술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길 바라고 있다. “이건 저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사실 저 말고도 숨어서 도와주는 봉제인 친구들도 많거든요. 그 사람들도 발굴해내서 더욱 더 정진할 수 있도록 북돋아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패션·디자인은 꽃이지만 뿌리는 봉제 산업
외국의 경우, 현지에 지명도 높은 패션쇼가 있고, 그 패션쇼에 제조자가 참여하고 제조자가 상을 받는 좋은 제도가 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디자이너들에 비해 기술자들이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통계적으로 국내에서 1년에 12000명의 디자이너가 배출된다고 한다. 차후 디자인·패션 산업을 이끌어갈 이들의 약진을 위해서는 원초적인 봉제 공장들이 많아야 한다고 차 대표는 역설했다.
봉제 분야에서 후속 장인들을 키우고 싶다는 차 대표는 봉제기술 교육을 위한 구상을 내놓았다. “봉제 쪽은 지금도 알찬 분야예요. 외국과 비교했을 때 규모가 작다고 해서 기술수준이 낮다고 보는 건 잘못된 거죠. 기술을 가진 입장에서, 여러 장인들은 자신의 기술을 젊은 사람들에게 전할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패션, 섬유는 산업이 체계가 잡혀 있고 대학에 그걸 가르치는 과도 있지만 봉제과는 없잖아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직업교육 공간에서도 교육을 위한 교육을 하니까 현장과 매치가 안돼요.” 그는 봉제 산업이 감각적인 패션·디자인 산업과 한 뿌리인데도 상대적으로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막 우리나라에서 한창 도약중인 디자인 분야는 꽃으로 피어나는데, 뿌리인 봉제가 썩고 있으니 열매 맺을 때까지 산업 전체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
이런 문제점 해결을 위해서는, 하루 빨리 제조업에 종사할 사람들을 발굴해 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기술을 보유한 사람들이 후배들에게 그 기술을 전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개인적인 바람은 공업고나 일반 고등학교에서 관심 있는 아이들에게 의류제작기술의 중요성과 비전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한 뒤 기술을 전수하는 것이다. “봉제 산업의 전망은 시장의 논리에 달렸습니다. 수요가 바뀌면 거기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수익도 변하는 거거든요. 그런 걸 대비해 현장에서 몸으로 익히고 배우면서 일을 하다가 기술이 익은 후에는 벤처 사업 식으로 독립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졌으면 합니다.”
그러나 희망을 재단하는 일은 계속된다
㈜SSMG는 이제 실력 있는 7개 공장의 연합이 아니라 봉제인들을 대표하는 기업 이상의 단체가 되었다. 지금도 현존하는 130여개 이상의 업체들이 계속 SSMG에 들어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사무실 인력의 한계에 다다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구체적 지원은 전무한 상황이다. 현재 SSMG는 회원들에게서 회비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운영을 해 나가고 있다. 이는 SSMG가 ‘사회적 기업’이라는 의식과 책임감을 잊지 않고자 하는 차 대표의 노력 덕분이다. 여력이 되는 한 계속해서 좋은 활동들을 계속 해 나가고 싶다는 차 대표는, 그래도 정부에 소소하게나마 바라는 것이 있다고 했다. “정부가 모든 면에서 지원과 투자를 충분하게 해주기는 어렵겠지만, 봉제 산업을 패션·디자인 산업과 최소한의 동등한 위치까지 올려줌으로써 일자리 창출을 하고 기술 전수를 할 수 있게 도와줬으면 해요.” 이는 분명 공장들 자체가 해결하기에는 어려운 문제이다. 그러나 차 대표는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봉제의 사회적 이미지가 탄탄해지길 바라고 있다.
최근 지식경제부와 지경위원회 소속 성북구 정태근 의원 측에서 봉제 분야에 관심을 쏟고 있다. 성북구는 우리나라에서 봉제공장이 2번째로 많은 지역이다. 차 대표는 간담회에서 봉제 산업 종사자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 덕분에 현재 성북구 봉제 거점 지역에 60평정도의 공간을 지원받는 방안이 검토 중에 있다. “이 공간이 생기면 많은 디자이너들과 학생들, 봉제 전문가 집단이 소통하는 공간적 기반이 생길 거예요. 근본적으로는 이 지역에 공장이 3000갠데 이 사람들이 앉아서 얘기할 수 있는 쉼터가 하나도 없다는 게 아이러니한 일이죠.”
차 대표는 그동안 고락을 함께 해온 봉제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줄 것을 부탁했다. “스스로가 내려앉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스스로가 움츠리지도 말라고. 기술을 배우고 땀흘리는건 죄가 아니잖아요. 어떻게 보면 참 소소한 일이지만 사업자 등록한다고 자기가 세금 내는 것도 아닌데, 어서 제도권 밖에 놓여있던 분들이 안으로 들어와서 자신이 가진 기술과 일로 남과 더불어 살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갈고 닦았으면 좋겠어요.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한다고 하잖아요. 지금 우리 기술을 가지고 있는 선배들이 먼저 이 길을 가면서 길을 닦아 놓으면 나머지는 뒤에 오는 사람들이 하겠죠. 누군가는 이런 노력에서 희망을 찾을 수도 있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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