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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8-24 15:5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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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산업

[혁신산업] ‘거시적 양자역학’의 문을 열다…2025 노벨물리학상, 초전도 회로에서 양자터널링을 증명

초전도 전기회로에서 거시적 양자터널링과 에너지 양자화를 실험적으로 입증한 연구가 2025년 노벨물리학상의 주인공이 되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2025년 노벨물리학상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의 존 클라크 교수, 예일대학교와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타바버라의 미셸 드보레 교수, 그리고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타바버라의 존 마르티니스 교수에게 공동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세 연구자는 초전도 전기회로에서 거시적 양자역학적 터널링과 에너지 양자화 현상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번 수상은 양자역학의 법칙이 원자나 전자처럼 미시적인 세계에만 국한되지 않고, 거시적 규모에서도 동일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결정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거시적 양자역학’의 문을 열다… (출처: Illustration © Johan Jarnestad / 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
‘거시적 양자역학’의 문을 열다… (출처: Illustration © Johan Jarnestad / 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

양자역학에서 터널링이라 불리는 현상은 입자가 에너지 장벽을 넘어 고전적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영역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말한다. 원자핵이 방사성 붕괴를 일으키거나 태양 내부에서 핵융합이 일어나는 과정이 모두 터널링 현상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현상은 매우 작은 입자 단위에서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존 클라크와 동료 연구자들은 초전도체를 이용한 전기회로를 설계하여 이러한 터널링이 수십억 개의 입자가 동시에 참여하는 거시적 조건에서도 가능함을 증명했다.

연구진은 두 초전도체 사이에 얇은 절연층을 삽입한 조셉슨 접합 구조를 사용하였다. 이 회로에서 전류는 전압이 0인 상태로 흐르는데, 이 상태는 마치 장벽 안에 갇힌 입자와 같다. 고전적인 물리학에서는 이 시스템이 스스로 이 장벽을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초전도 회로에서 흐르는 전하쌍, 즉 쿠퍼쌍은 양자역학적 확률에 따라 집단적으로 터널링을 일으켰고, 결과적으로 회로에 전압이 발생하는 현상이 관측되었다. 이 실험은 수많은 입자가 하나의 거대한 양자입자처럼 행동하며 장벽을 넘어가는 과정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었다.

연구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시스템의 에너지 상태를 정밀하게 조사하였다. 그 결과, 회로가 특정한 주파수의 마이크로파만을 흡수하거나 방출하는 양자화된 에너지 준위를 지니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는 전기회로 전체가 하나의 거시적 양자계로 작용함을 의미하며, 이른바 인공 원자와 같은 거동을 보였다. 이처럼 전기회로의 에너지 준위가 이산적 값으로만 변화한다는 사실은 양자역학의 기본 원리를 거시적 수준에서 증명한 것이다.

이러한 연구는 단순한 학문적 성과를 넘어 현대 기술 산업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드보레와 마르티니스는 이후 초전도 회로를 양자비트로 발전시켜 양자컴퓨터 연구의 초석을 놓았다. 초전도 큐비트 기술은 이후 트랜스몬 구조 등으로 진화하며, 현재 구글과 IBM을 비롯한 여러 글로벌 기업의 양자컴퓨팅 플랫폼에서 핵심 요소로 사용되고 있다. 1980년대 버클리 연구실에서 시작된 거시적 양자터널링 실험은 21세기 양자정보과학 산업의 기술적 기원이 되었다.

양자역학적 상태를 회로 수준에서 제어할 수 있게 되면서 계산, 통신, 계측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혁신의 가능성이 열렸다. 초전도 회로는 외부 잡음에 강하고, 전류 손실이 거의 없으며, 매우 낮은 온도에서 높은 안정성을 유지한다. 이러한 특성은 양자컴퓨터의 연산 정밀도를 높이고, 양자센서의 감도를 개선하며, 양자암호통신의 보안 수준을 강화하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이처럼 거시적 양자역학 연구는 정보처리와 보안기술, 그리고 측정과 제어의 영역을 동시에 혁신하고 있다.

양자역학은 이미 반도체, 레이저, 자기공명영상 등 다양한 기술의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번 노벨상은 양자역학이 더 이상 미시세계의 이론적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손으로 다룰 수 있는 회로 구조 안에서도 구현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초전도 회로를 통해 양자 상태를 설계하고 측정할 수 있게 된 것은 과학이 산업으로 확장되는 전환점이자, 양자기술 시대의 서막으로 평가된다.

존 클라크 교수는 이번 수상과 관련해 “양자역학은 디지털 기술의 근간일 뿐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인공지능과 양자산업의 언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양자역학이 단순히 물리학의 이론이 아니라, 데이터 처리와 인공지능, 에너지 관리, 정밀제어 기술을 아우르는 산업의 근본 기술로 자리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노벨물리학상은 물리학의 기초이론이 산업기술의 실체로 이어지는 흐름을 분명히 드러냈다. 세 수상자의 연구는 거시적 시스템에서도 양자역학이 작동할 수 있음을 입증했으며, 이로써 과학기술의 영역은 새로운 수준의 정밀성과 확장성을 얻게 되었다. 거시적 양자현상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은 인공지능 기반 산업사회가 요구하는 초고속 연산, 초정밀 계측, 초안전 통신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적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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