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가뭄으로 농업 현장의 시름이 깊었던 경남 하동에서 올해 첫 벼 수확이 시작됐다. 메마른 땅을 견뎌낸 벼가 황금빛으로 익어가면서 농민들에게 오랜 기다림 끝의 위로와 희망을 안겼다.
하동군은 지난 21일 금남면 진정리 일원에서 올해 첫 벼를 수확했다고 밝혔다. 첫 수확의 주인공은 이 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정남석(79) 씨로, 정 씨는 이날 2.64㏊ 규모의 논에서 조생종 벼 ‘조은’ 약 14.4t을 수확했다.
정 씨는 이달 말까지 모두 7.92㏊의 논에서 약 43t의 벼를 수확할 예정이다. 이번 수확은 지난 5월 10일 모내기를 한 뒤 약 100일 만에 이뤄졌다.
올여름 경남지역은 유례없는 가뭄으로 농업용수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경남·부산·울산의 7월 강수량은 68.0㎜에 그쳐 평년 304.7㎜의 22.3% 수준에 머물렀으며, 1973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적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올해 1월부터 8월 6일까지 누적 강수량 역시 558.1㎜로 평년의 60.4% 수준에 그치면서 농민들의 걱정은 더욱 커졌다.
특히 하동군은 농업용수 부족과 염류장해가 겹친 금성면 간척지 등 가뭄 피해지역을 중심으로 긴급 급수에 나섰다. 소방차와 살수차뿐 아니라 레미콘 차량까지 동원해 농업용수를 공급하며 피해 최소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금남·금성면에는 모두 41대의 급수 지원 차량이 투입됐으며, 하동군은 13개 읍·면을 대상으로 관정 개발과 보수, 소류지 준설 등 가뭄 대응사업도 집중적으로 추진했다.
가뭄 대응을 위해 올해 6억9,700만 원을 긴급 투입하고 국·도비 6억6,200만 원을 추가로 확보하는 등 농업용수 확보에도 행정력을 집중했다.
안정적인 쌀 생산을 위한 지원도 이어졌다. 하동군은 올해 9억1,341만 원을 들여 벼 재배농가에 육묘용 우량상토와 벼 육묘상자 처리제 등을 지원했다. 벼 병해충 공동방제에는 지난해보다 8억2,147만 원 늘어난 20억8,400만 원을 투입해 3,875㏊를 대상으로 세 차례 방제를 실시했다.
이날 수확 현장에는 정남석 씨의 아들 정윤호 씨도 함께했다. 부자는 나란히 황금빛 벼를 거두며 긴 가뭄을 견뎌낸 안도감과 수확의 기쁨을 나눴다.
정남석 씨는 “물이 부족해 논이 타들어 갈 때는 올해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있을까 걱정이 컸다”며 “아들과 함께 끝까지 지켜낸 논에서 첫 벼를 거두고 나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벅차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쌀 한 톨 한 톨이 어느 해보다 귀하고 고맙게 느껴진다”고 소감을 전했다.
하동군 관계자는 “기록적인 가뭄 속에서도 농민들의 땀과 정성, 지역사회의 힘으로 소중한 한 톨의 결실을 지켜냈다”며 “이번 첫 수확이 농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황금빛 결실이 하동의 모든 들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마지막 수확까지 병해충 관리 등 영농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기록적인 가뭄을 견뎌낸 하동 들녘에서 시작된 첫 벼 수확은 단순한 농산물 수확을 넘어 농민과 지역사회가 함께 지켜낸 한 해 농사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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