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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8-28 19:48 (금)
과학기술

17.5㎛ 필름 하나로 전자파 막고 적외선 신호 줄였다…CNT·MXene 결합

한국재료연구원·KIST 공동연구진, 초박막 하이브리드 필름 개발 X-band 평균 92.8dB·Ka-band 97.4dB 전자파 차폐…인장강도 1.02GPa 적외선 방출까지 억제…현재 13×5cm 제작, 대면적화·실제 부품 적용은 후속 연구

한국재료연구원(KIMS)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공동연구진이 탄소나노튜브(CNT) 섬유와 2차원 소재 MXene(맥신)을 결합해 전자파 차폐와 적외선 방출 억제, 높은 기계적 강도를 하나의 초박막 필름에 구현했다. 연구진이 제작한 두께 17.5±1.2㎛ 필름은 통신·레이더 등에 사용되는 주파수 대역에서 평균 90dB 이상의 전자파 차폐효율과 1.02GPa의 인장강도를 나타냈다.

한국재료연구원 융·복합재료연구본부 김태훈 박사 연구팀과 KIST 김선준·김재우 박사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Advanced Composites and Hybrid Materials에 지난 8월 5일 온라인 게재됐다. 한국재료연구원은 20일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핵심은 서로 다른 장점을 가진 두 소재의 결합 방식이다. 가볍고 강한 CNT 섬유를 필름의 뼈대로 사용하고, 전기가 잘 통하면서 적외선 방출이 적은 MXene을 CNT 사이에 넣어 연결했다. 연구진은 이를 CNT가 ‘벽돌’, MXene이 벽돌 사이를 이어주는 ‘시멘트’ 역할을 하는 구조로 설명했다.

정렬된 탄소나노튜브(CNT) 섬유를 골격으로 하고 그 사이를 2차원 소재 MXene이 연결하는 초박막 하이브리드 필름의 구조를 표현. 연구진은 이 구조를 이용해 전자파 차폐와 적외선 방출 억제, 기계적 강도를 하나의 필름에서 구현했다. AI그래픽=데일리뉴스
정렬된 탄소나노튜브(CNT) 섬유를 골격으로 하고 그 사이를 2차원 소재 MXene이 연결하는 초박막 하이브리드 필름의 구조를 표현. 연구진은 이 구조를 이용해 전자파 차폐와 적외선 방출 억제, 기계적 강도를 하나의 필름에서 구현했다. AI그래픽=데일리뉴스

CNT 사이를 MXene으로 연결해 약점을 보완

CNT는 탄소 원자가 매우 가느다란 관 형태로 연결된 소재다. 가볍고 강하면서 전기도 잘 통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항공우주와 전자기기 등에 사용할 경량 복합소재 후보로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CNT 섬유를 한 방향으로 가지런히 배열하면 전기도 주로 섬유가 놓인 방향을 따라 흐른다. 섬유끼리 충분히 결합하지 않으면 잡아당기는 힘을 받을 때 서로 미끄러질 수도 있다.

연구진은 이 사이에 MXene을 넣었다. MXene은 종이처럼 얇은 판 형태의 나노소재로 전기가 잘 통하고 적외선 방출이 적다. 연구진은 CNT 표면을 처리한 뒤 MXene이 섬유 사이에 고르게 자리 잡도록 했다.

CNT가 필름의 골격을 만들고 MXene이 CNT와 CNT 사이를 이어주면서 두 소재의 역할이 나뉜다. CNT는 가볍고 강한 구조를 만들고, MXene은 섬유 사이에 전기가 흐르는 길을 추가하면서 섬유끼리 더 단단하게 결합하도록 돕는다.

17.5㎛ 두께에서 평균 90dB 넘는 전자파 차폐

이 구조의 효과는 전자파 차폐 시험에서 확인됐다.

두께 17.5±1.2㎛의 최종 필름은 X-band(8.2~12.4GHz)에서 평균 92.8dB, Ka-band(26.5~40GHz)에서 평균 97.4dB의 전자파 차폐효율을 나타냈다. X-band와 Ka-band는 레이더와 위성통신 등 다양한 무선·전자 시스템에서 활용되는 주파수 영역이다.

90dB의 차폐효율은 어느 정도일까. 전력 기준으로 계산하면 필름을 통과한 전자파가 처음 들어온 전자파의 약 10억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규모다.

전자파가 필름에 닿으면 일부는 표면에서 반사된다. 내부로 들어간 전자파도 CNT와 MXene이 만든 여러 층과 섬유 사이를 지나면서 반복적으로 반사되고 흡수돼 에너지를 잃는다. 복잡한 물리 용어를 제외하면, 전자파가 필름 내부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구조를 만든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연구진은 측정 범위를 더 넓혀 X-band에서 W-band까지 8.2~110GHz에 걸친 여러 주파수 대역에서도 90dB 이상의 차폐효율을 보고했다. 다만 이는 8.2~110GHz 사이 모든 주파수를 하나의 연속 시험으로 측정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여러 대역에서 확인한 결과다.

전자파만 막은 게 아니라 필름의 강도도 높였다

얇은 전자파 차폐막이 실제 장비에 사용되려면 전자파를 잘 막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쉽게 찢어지거나 변형되지 않을 정도의 기계적 강도도 필요하다.

CNT만 조립한 비교 필름의 인장강도는 0.51GPa였다. 연구진이 CNT와 MXene의 결합 방식을 개선하자 강도가 단계적으로 높아졌고 최종 필름에서는 1.02GPa에 도달했다.

이 역시 MXene이 CNT 사이에 들어간 구조와 관련된다. CNT 섬유만 모여 있으면 잡아당겼을 때 섬유들이 서로 미끄러질 수 있다. MXene이 그 사이를 연결하면 한쪽 CNT에 가해진 힘이 주변으로 전달되고 섬유가 쉽게 미끄러지는 것도 줄어든다.

연구진은 필름을 물에 24시간 담그거나 -40℃에서 250℃까지 온도 변화를 가하는 시험도 진행했다. 일반 대기에 30일 노출하고 반복적으로 굽힌 뒤에도 인장강도와 전기전도도, 전자파 차폐 성능을 비교했다. 논문에서는 이들 환경시험 이후에도 주요 성능이 초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고 보고했다.

적외선을 덜 내보내 열화상에서는 더 낮은 온도로 보여

이번 필름에는 전자파 차폐와는 다른 기능도 있다. 표면에서 방출되는 적외선을 줄이는 기능이다.

모든 뜨거운 물체는 적외선을 방출한다. 열화상 카메라는 이 적외선을 감지해 온도로 바꿔 보여준다. 그런데 실제 온도가 같더라도 표면을 어떤 소재로 만들었느냐에 따라 밖으로 나오는 적외선의 양은 달라질 수 있다.

CNT는 적외선을 비교적 많이 내보내는 반면 이번 연구에 사용된 MXene은 적외선 방출이 적다. 연구진이 약 2.5~15㎛ 영역에서 측정한 결과 CNT 필름의 평균 방사율은 0.79, Ti₃C₂Tₓ MXene 필름은 0.14였다.

MXene이 CNT 표면을 덮으면서 이 차이가 열화상 시험에서도 나타났다.

100℃ 가열판 위에서 일반 CNT 필름은 열화상 카메라에 86.4℃로 나타났다. 같은 조건의 CNT·MXene 하이브리드 필름은 41.3℃로 측정됐다. 300℃ 조건에서는 일반 CNT 필름이 244.2℃, 하이브리드 필름은 108.9℃로 나타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필름이 실제로 41.3℃나 108.9℃까지 식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온도를 낮춘 것이 아니라 MXene이 밖으로 내보내는 적외선의 양을 줄여 열화상 카메라에서 더 낮은 온도로 보이도록 한 것이다.

연구진은 100℃뿐 아니라 200℃와 300℃ 조건에서도 최대 1시간 동안 적외선 신호 변화를 측정했다.

현재는 13×5cm 연구용 필름…실제 부품 적용은 다음 단계

연구진은 CNT 섬유를 MXene 수용액에 연속적으로 통과시키면서 한 방향으로 배열한 뒤 펼쳐 필름을 만들었다. 건조와 압착 과정을 거쳐 최종 하이브리드 필름을 완성했다.

논문에서 제작한 필름의 최대 크기는 13×5cm다. 연구진은 제조시간을 조절해 17.5㎛뿐 아니라 29.2㎛와 54.3㎛ 두께의 필름도 제작했다.

연속적인 제조방식으로 필름을 만들었다는 점은 향후 크기를 확대하는 데 필요한 기반이 될 수 있지만, 현재 산업용 대면적 필름 생산이나 제품 적용까지 완료된 것은 아니다. 한국재료연구원은 관련 특허를 출원하고 있으며 다음 단계로 필름의 대면적화와 실제 부품 적용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연구진은 항공우주·방산 장비와 5G·6G 통신장비, 웨어러블 전자기기 등을 잠재적인 적용 분야로 제시했다. 이들 장비에서는 무게와 두께를 줄이면서 전자파 간섭을 막아야 하고, 일부 환경에서는 외부로 드러나는 적외선 신호를 줄이는 기능도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서로 다른 기능을 위해 여러 소재를 겹겹이 추가하는 대신 CNT와 MXene의 역할을 나눠 하나의 얇은 필름 안에 결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연구실에서 제작한 13×5cm 필름을 더 넓고 균일하게 만들 수 있는지, 실제 부품에 붙이거나 가공한 뒤에도 같은 성능을 유지하는지가 향후 실용화를 판단할 다음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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