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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8-27 13:01 (목)
IT/과학

알츠하이머병 악순환 이끄는 ERBB4 규명…복합 병리 동시 완화 가능성

흥분성 신경세포의 ERBB4 증가가 신경회로 이상부터 아밀로이드 축적까지 연쇄 촉진

알츠하이머병에서 신경회로 과흥분, 시냅스 소실, 교세포 염증 반응, 아밀로이드 축적 등 복합적인 병리 변화를 연쇄적으로 악화시키는 핵심 조절 인자가 규명됐다. 연구진은 흥분성 신경세포에서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ERBB4 수용체가 질병의 악순환을 이끄는 중심 고리라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정원석 부연구단장 연구팀이 알츠하이머병 진행 과정에서 신경회로와 시냅스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핵심 인자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8월 27일 게재됐다.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과 인지기능 저하를 동반하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의 비정상적 축적이 주요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질병이 진행되면 신경회로의 과도한 흥분, 시냅스 감소, 교세포 염증 반응 등 다양한 이상이 함께 나타난다. 이 때문에 아밀로이드 제거 치료제가 개발됐음에도 질병의 복합적 진행을 충분히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 초기부터 나타나는 신경회로 및 시냅스 불균형에 주목했다. 알츠하이머병 모델 생쥐의 해마를 분석한 결과, 뇌 회로를 자극하는 흥분성 신경세포는 과도하게 활성화된 반면 이를 억제하는 억제성 신경세포의 활성은 크게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별아교세포와 미세아교세포도 이 같은 불균형에 관여했다. 두 교세포는 흥분성 시냅스를 과도하게 제거했지만, 억제성 시냅스는 상대적으로 적게 제거했다. 이에 따라 흥분과 억제의 균형이 더욱 무너진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신경세포 활성 상태가 시냅스 소실 불균형의 원인임을 확인했다. 신경세포 활성을 인위적으로 높일 경우 교세포의 시냅스 제거가 늘었고, 활성을 낮추면 시냅스 제거도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초기 반응성 흥분성 신경세포에서 ERBB4 증가 확인

연구진은 분자 수준의 원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정상 뇌에서는 억제성 신경세포에 존재하는 ERBB4 수용체가 특정 흥분성 신경세포 집단에서 뚜렷하게 증가한 사실을 발견했다. 이 신경세포 집단은 ‘초기 반응성 흥분성 신경세포(EREN)’로 명명됐다.

단일핵 RNA 시퀀싱을 통해 정상 생쥐와 알츠하이머병 모델 생쥐의 뇌 유전자 발현 양상을 비교한 결과, EREN은 질병 초기부터 특징적인 변화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유전자 공동발현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EREN과 연관된 유전자군을 확인했고, 이 가운데 ERBB4를 주요 후보 유전자로 발굴했다.

ERBB4는 세포막에서 외부 신호를 감지해 세포 성장과 분화, 신경세포 기능 등을 조절하는 수용체 단백질이다. 연구진은 흥분성 신경세포에서의 ERBB4 증가가 신경회로 이상을 유발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도자료
 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도자료

ERBB4 억제 시 아밀로이드 축적과 인지 저하 개선

연구진은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해 알츠하이머병 모델 생쥐의 흥분성 신경세포에서만 ERBB4를 선택적으로 제거했다. 그 결과 과도하게 높아졌던 흥분성 신경세포 활성은 낮아졌고, 저하된 일부 억제성 신경세포 활성은 회복됐다.

교세포의 비정상적인 시냅스 제거와 염증 반응도 완화됐다.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형성 면적과 수량은 50% 이상 감소했으며, 기억력과 공간인지 능력도 개선됐다.

반대로 정상 생쥐의 흥분성 신경세포에 ERBB4를 발현시킨 경우에는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없는 상태에서도 신경회로 과흥분, 시냅스 불균형, 교세포 염증 반응 등 알츠하이머병과 유사한 병리 변화가 나타났다.

IBS 혈관 연구단 이세영 선임연구원, IBS 혈관 연구단 정원석 부연구단장 (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도자료)
IBS 혈관 연구단 이세영 선임연구원, IBS 혈관 연구단 정원석 부연구단장 (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도자료)

연구진은 ERBB4 증가에 따라 세포 성장과 대사 등을 조절하는 엠토르(mTOR) 신호전달 체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되고, 이 과정에서 병리 현상이 주변으로 확산한다는 기전도 확인했다.

446명의 뇌 조직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흥분성 신경세포 내 ERBB4 발현은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RBB4 발현량이 높을수록 아밀로이드 플라크 축적 정도가 커지고 인지기능 저하도 심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정원석 IBS 부연구단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병의 증폭 과정을 다각도에서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단서”라며 “질병 악순환의 핵심 고리를 표적해 복잡하고 다양한 병리를 동시에 완화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 개척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실장은 “난치성 질환 극복의 열쇠는 생명 원리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에서 나온다”며 “기초과학이 국민의 건강한 삶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도록 꾸준히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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