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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8-25 18:4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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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산업

특허료 놓쳐 사라진 특허권, 회복 문턱 낮춘다…‘정당한 사유’에서 ‘고의 아닌 경우’로

2022년 한 차례 기준 완화했지만 실제 회복률 15.6% 회복신청자의 85%는 개인·중소기업…실용신안·디자인도 함께 개정 권리 공백기에 사업 시작한 선의의 제3자 보호장치는 유지

특허료 납부기한을 놓쳐 소멸한 특허권을 되살릴 수 있는 문턱이 낮아진다. 지금까지는 기한을 지키지 못한 데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권리회복을 신청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고의로 기한을 넘긴 경우가 아니라면 회복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향으로 법률이 바뀐다. 특허 관리 전담인력을 두기 어려운 개인과 중소기업의 권리 관리 부담을 줄이는 것이 이번 개정의 핵심이다.

국회를 통과한 특허법 개정안은 권리자 보호만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특허권이 소멸해 있던 기간 해당 기술을 이용해 사업을 시작한 제3자에게는 현행법의 보호규정이 적용된다. 권리회복으로 과거의 모든 이용행위가 곧바로 특허침해로 바뀌는 구조가 아니라는 의미다.

지식재산처는 특허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같은 취지의 실용신안법·디자인보호법 개정안이 지난 8월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개정은 정부가 2029년 가입을 목표로 추진하는 특허법조약(Patent Law Treaty·PLT)에 국내 절차를 맞추기 위한 제도개편의 하나이기도 하다.

특허료 미납으로 소멸한 특허권의 회복요건이 ‘정당한 사유’에서 ‘고의가 아닌 경우’로 완화되는 제도 변화를 끊어진 권리 문서를 다시 잇는 모습으로 표현. AI그래픽=데일리뉴스
특허료 미납으로 소멸한 특허권의 회복요건이 ‘정당한 사유’에서 ‘고의가 아닌 경우’로 완화되는 제도 변화를 끊어진 권리 문서를 다시 잇는 모습으로 표현. AI그래픽=데일리뉴스

2022년 한 차례 낮춘 회복 문턱, 실제 회복은 15.6%

특허권을 유지하려면 매년 정해진 특허료를 내야 한다. 다만 정규 납부기한을 하루 넘겼다고 바로 권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현행 특허법은 정상적인 납부기간이 지난 뒤에도 6개월의 추가납부기간을 두고 있으며, 이 기간에는 특허료에 추가 금액을 더해 납부할 수 있다.

문제는 추가납부나 법에서 정한 보전절차까지 놓쳐 권리가 소멸한 경우다. 현행 제도에서는 일정한 회복절차가 있지만 기한을 지키지 못한 데 ‘정당한 사유’가 인정돼야 하는 경우가 있어 실제 권리를 되찾기는 쉽지 않았다.

이 기준도 과거보다 한 차례 완화된 것이다. 특허권 회복요건은 2022년 4월 ‘책임질 수 없는 사유’에서 ‘정당한 사유’로 바뀌었다. 지식재산처가 예로 든 코로나19에 따른 격리나 시스템 오류처럼 권리자가 정상적으로 기한을 지키기 어려웠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를 따지는 방식이다.

하지만 기준을 낮춘 뒤에도 실제 회복으로 이어진 사례는 많지 않았다. 지식재산처에 따르면 2022년 4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접수된 특허권 회복신청 가운데 실제 권리가 회복된 비율은 15.6%였다.

신청자의 구성도 이번 법 개정의 배경을 보여준다. 같은 기간 전체 회복신청의 85%를 개인과 중소기업이 차지했다. 특허·법무 전담조직을 갖추기 상대적으로 어려운 권리자에게 납부기한 관리 실패가 실제 권리 상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집중됐다는 것이 정부가 제시한 통계다.

‘정당한 사유’ 대신 ‘고의가 아닌 경우’로 판단기준 변경

이번 개정의 핵심은 권리회복을 판단하는 출발점을 바꾸는 데 있다.

현재의 ‘정당한 사유’ 기준에서는 신청인이 기한을 지키지 못한 사정이 권리를 회복할 정도로 정당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개정법은 이를 ‘고의가 아닌 경우’로 완화한다. 단순한 실수나 착오처럼 권리를 포기하려는 의도 없이 기한을 넘긴 경우까지 회복할 수 있는 법적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두 기준은 비슷해 보이지만 판단 구조에는 차이가 있다. 기존에는 기한을 지키지 못한 원인이 회복을 허용할 만한 사유인지가 중요한 반면, 개정 기준에서는 기한을 넘긴 것이 의도적이었는지가 중심적인 판단요소가 된다.

다만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다고 해서 모든 실수에 대해 자동으로 특허권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정을 ‘고의가 아닌 경우’로 판단하고 신청 과정에서 어떤 설명이나 자료를 요구할지는 시행을 위한 세부 제도와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추가 수수료 역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식재산처는 개정에 따른 추가 수수료를 총리령으로 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 기업이 부담할 정확한 회복비용까지 계산할 수는 없다.

사라졌던 특허권이 살아나도 과거 이용까지 소급하지 않아

권리회복 기준을 완화할 때 함께 살펴봐야 할 문제는 특허권이 사라져 있던 기간 해당 기술을 이용한 제3자의 권리다.

특허권이 소멸한 사실을 확인하고 다른 기업이 같은 기술을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거나 사업 준비를 시작했는데 나중에 특허권이 회복된다면, 이미 이뤄진 투자와 사업활동을 어디까지 보호할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현행 특허법 제81조의3은 이에 대한 조정장치를 두고 있다. 법에서 정한 효력제한기간에 제3자가 특허발명을 실시한 행위에는 회복된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권리가 회복됐다는 이유만으로 특허권이 없던 기간의 이용행위가 소급해 침해행위가 되는 것을 막는 규정이다.

이미 사업을 시작한 제3자에 대한 보호도 있다. 해당 기간 국내에서 선의로 특허발명을 사업으로 실시하거나 사업 준비를 하고 있던 사람은 기존 사업 또는 준비 범위에서 통상실시권을 가질 수 있다. 통상실시권은 특허권자가 아니더라도 일정한 범위에서 해당 발명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다.

다만 이 경우 아무런 비용 없이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행법은 이러한 통상실시권을 가진 사람이 특허권자 또는 전용실시권자에게 상당한 대가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권리회복 제도는 원래 특허권자의 실수를 구제하는 것과 특허권이 사라진 상태를 믿고 사업을 시작한 제3자를 보호하는 두 가지 이해관계를 함께 조정하는 구조다. 이번 개정으로 회복 가능한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이 제3자 보호규정은 기업이 실제 제도를 이해할 때 중요한 부분이 된다.

특허뿐 아니라 실용신안·디자인도 같은 방향으로 개정

권리회복 기준 완화는 특허에만 적용되는 변화가 아니다. 같은 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실용신안법과 디자인보호법 개정안도 같은 방향으로 회복요건을 완화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연구개발 결과를 보호하는 특허뿐 아니라 제품의 형상과 외관 등을 보호하는 디자인권 등 산업재산권 관리 전반과 연결되는 변화다. 특히 여러 종류의 지식재산권을 보유하면서도 별도의 지식재산 관리조직을 운영하기 어려운 소규모 기업에는 납부기한 관리 실수가 곧바로 권리 상실로 이어질 위험을 줄이는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

이번 개정은 권리회복 절차 자체를 국제기준에 맞추려는 작업과도 연결된다. 지식재산처는 이번 법 개정을 특허법조약 가입에 필요한 규정을 국내법에 반영하는 첫 번째 단계라고 설명했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관장하는 PLT는 국가마다 다른 특허출원·유지 관련 형식절차를 조화시키기 위한 국제조약이다. PLT 제12조는 일정한 요건 아래 기한을 놓쳐 발생한 권리 상실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체약국이 적용할 수 있는 기준 가운데 하나로 지연이 의도적이지 않았던 경우를 두고 있다.

지식재산처는 2026년 7월 기준 미국과 일본 등을 포함한 45개국이 PLT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에도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해 12개월의 우선권 주장기간을 놓친 경우 일정한 요건에서 우선권을 회복하는 제도 등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하위법령과 정보시스템을 정비해 2029년 PLT 가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시행 세부기준 확정되면 기업의 실제 활용범위 드러날 전망

이번 개정으로 법률상 회복 판단기준의 방향은 분명해졌다. 특히 회복신청자의 85%가 개인·중소기업이라는 통계는 이 제도가 대규모 특허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기업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범위를 판단하려면 남아 있는 제도 설계를 함께 봐야 한다. 국회를 통과한 법률의 공포와 시행일, 기존에 소멸한 권리에 대한 경과조치, ‘고의가 아닌 경우’를 판단하는 구체적인 절차, 제출자료와 추가 수수료 등이 확정돼야 신청 단계에서 필요한 실무사항까지 구체화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확인되는 변화는 특허료 납부의 중요성이 낮아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관리상의 실수로 권리를 잃었을 때 이를 되돌릴 수 있는 법적 기준이 이전보다 넓어졌다는 데 있다. 특허료 납부기한을 놓친 뒤 뒤늦게 권리회복 가능성을 검토하는 개인 발명가와 중소기업에는 그 차이가 직접적인 제도 변화가 된다.

출처: 지식재산처 「특허료 깜빡해 잃은 특허권, 되살리기 쉬워진다」(2026.8.21) · 국민참여입법센터 「특허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205629) · 국가법령정보센터 「특허법」 · WIPO 「Patent Law Trea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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