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종편집 : 2026-08-25 20:41 (화)
🇰🇷🇺🇸
D:테일

AI·영상기술로 혈관 찾고 로봇이 바늘 삽입…FDA 첫 독립형 자동 채혈장치 허가

Vitestro ‘Aletta’, 성인 외래환자 진단용 채혈에 De Novo 허가 혈관 탐색 후 천자를 시행한 1,633명 중 1,543명 첫 시도 성공…전체 탐색 대상까지 포함하면 채혈 성공률 88.5% 채혈사 1명이 최대 3대 감독…생성형·에이전틱 AI와 다른 ‘한정된 의료행위 자동화’ 사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사람이 직접 바늘을 조작하지 않아도 환자의 팔에서 혈액을 채취하는 첫 독립형 로봇 장치를 허가했다. 근적외선과 초음파 등 여러 영상기술에 인공지능(AI) 기반 분석을 결합하고, 제어 소프트웨어와 로봇이 바늘 삽입부터 채혈관 처리까지 이어서 수행하는 장치다. 생성형 AI처럼 폭넓은 임상 판단과 행동을 만들어내는 시스템과 달리, 정해진 의료행위 안에서 AI와 자동화 기술을 결합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료 AI의 또 다른 적용 방향을 보여준다.

FDA는 8월 19일 네덜란드 Vitestro가 개발한 Aletta Autonomous Robotic Phlebotomy Device를 De Novo 경로로 허가했다. FDA에 따르면 환자의 팔에서 작업자가 직접 바늘을 조작하지 않고 혈액을 채취할 수 있는 독립형 로봇 장치가 미국에서 허가된 것은 처음이다. 허가 대상은 성인 외래환자의 진단용 혈액채취이며, 채혈 훈련을 받은 감독자가 장비를 관리해야 한다. 감독자 한 명은 동시에 최대 3대의 Aletta를 맡을 수 있다.

환자가 자동 채혈장치에 팔을 넣으면 영상기술이 혈관을 탐색하고, 제어 소프트웨어와 로봇이 바늘 삽입과 채혈 과정을 수행하는 모습. 실제 Aletta 제품이나 임상 현장을 재현한 사진은 아니다. AI그래픽=데일리뉴스.
환자가 자동 채혈장치에 팔을 넣으면 영상기술이 혈관을 탐색하고, 제어 소프트웨어와 로봇이 바늘 삽입과 채혈 과정을 수행하는 모습. 실제 Aletta 제품이나 임상 현장을 재현한 사진은 아니다. AI그래픽=데일리뉴스.

혈관을 찾고, 적합하지 않으면 아예 바늘을 찌르지 않는다

Aletta의 자동화 범위는 단순히 로봇팔이 바늘을 움직이는 수준을 넘어선다. 환자가 팔을 장비 안에 넣으면 근적외선 영상과 초음파로 혈관을 탐색하고, Doppler ultrasound를 이용해 선택한 혈관이 동맥인지 정맥인지 구분한다. 적합한 정맥이 확인되면 지혈대를 적용하고 피부를 준비한 뒤 바늘을 삽입한다. 이후 필요한 채혈관을 차례로 연결해 혈액을 받고, 채혈관을 섞은 뒤 바늘을 제거하고 천자 부위에 밴드를 붙이는 과정까지 자동으로 이어진다.

안전장치도 포함됐다. FDA에 따르면 환자가 크게 움직이면 바늘 연결을 분리해 채혈을 중단하고, 다른 센서가 위험상황을 감지했을 때도 장비가 과정을 멈추도록 설계됐다. 적합한 정맥을 찾지 못하면 처음부터 바늘을 삽입하지 않는다. 따라서 Aletta의 자율성은 사람이 전혀 없는 무인 진료를 의미하기보다, 훈련된 사람이 감독하는 가운데 개별 환자의 채혈 절차를 장비가 직접 수행하는 형태에 가깝다.

Vitestro는 Aletta를 multimodal imaging, advanced robotics, artificial intelligence​를 결합한 장치로 설명한다. 회사는 근적외선과 초음파, Doppler 영상을 이용해 적합한 정맥을 확인하고 바늘 삽입을 유도한다고 밝혔다. 다만 FDA는 허가 발표에서 AI 모델이나 알고리즘 자체를 별도로 설명하지 않고 완성된 자동 채혈장치의 기능과 임상성능, 안전성을 중심으로 허가 근거를 공개했다.

개발과정에서는 딥러닝으로 혈관 구조를 식별

Aletta에서 AI가 단순한 홍보용 표현만은 아니라는 근거는 Vitestro가 개발과정에서 참여한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Vitestro와 네덜란드 Result Laboratorium이 참여한 유럽 ATTRACT의 3D-ULTRAMAN 프로젝트는 초음파 영상에서 동맥과 신경을 실시간으로 검출해 자동 혈관 접근 과정에서 잘못된 천자를 줄이는 기술을 연구했다. 공개된 연구자료는 여러 deep learning architecture를 훈련하고 평가했다고 밝히고 있으며, 초음파 영상에서 혈관 영역을 찾아 분리하고 동맥과 정맥을 구별하는 컴퓨터비전 기술을 개발했다.

당시 연구에서는 Mask R-CNN을 포함한 딥러닝 기반 instance segmentation 방식도 평가됐다. 이는 초음파 영상에서 혈관의 위치와 윤곽을 찾고 혈관 종류를 분류하기 위한 접근이다. 다만 이 개발단계 연구에서 사용한 특정 모델이 2026년 FDA가 허가한 미국용 Aletta에 그대로 적용됐다는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 허가제품에 탑재된 최종 AI 모델의 구조와 학습데이터, 개별 알고리즘 정확도 역시 공개된 FDA 자료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렵다.

Vitestro의 특허군에서는 소프트웨어와 로봇이 담당하는 자동화 범위가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회사 특허에는 센서에서 얻은 혈관 위치를 바탕으로 processing device가 바늘 삽입경로를 계산하고, 로봇 위치제어장치가 그 경로에 따라 cannula를 이동시키는 구조가 기술돼 있다. 일부 후속 특허에는 삽입 과정에서 얻은 센서 정보를 이용해 바늘 위치를 조정하는 개념도 포함돼 있다.

다만 특허는 구현 가능한 기술의 범위를 설명하는 문서다. 특허에 기재된 모든 기능이 FDA 허가를 받은 Aletta Gen1 US에 그대로 탑재됐다고 볼 수는 없다. 현재 공개자료로 확인되는 범위에서는 AI와 영상기술이 혈관 탐색·분석에 활용되고, 이후의 천자 여부와 경로 계산, 실제 바늘 움직임은 제어 소프트웨어와 로봇 시스템이 이어받는 구조​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첫 시도 성공률 94.5%…전체 탐색 대상까지 포함하면 88.5%

FDA 허가에 앞서 올해 4월 학술지 Clinical Chemistry에는 Aletta의 성능과 안전성을 평가한 다기관 연구가 게재됐다. 이 연구는 실제 외래환경에서 자동 채혈을 수행하고 검체 품질과 환자 경험까지 평가했다.

성능 수치를 볼 때는 분모를 구분해야 한다. 혈관 탐색을 마친 대상자는 1,743명​이었다. 이 가운데 Aletta가 적합한 정맥을 찾지 못한 110명에게는 천자를 시행하지 않았다. 실제 자동 천자를 시행한 사람은 1,633명​이었고, 이 가운데 1,543명이 첫 번째 천자에서 성공해 첫 시도 성공률은 94.5%​였다.

적합한 정맥을 찾지 못해 천자를 하지 않은 110명까지 포함하면 전체 채혈 성공률은 1,543명/1,743명, 88.5%​다. 즉 94.5%는 “Aletta가 천자를 시행하기로 결정한 뒤 첫 시도에서 혈액을 확보했는가”를 나타내고, 88.5%는 혈관 탐색을 시작한 전체 대상자 가운데 실제 채혈까지 완료한 비율이다. 자동화 의료기기의 실제 성능을 이해하려면 두 수치를 함께 보는 것이 필요하다.

논문에서는 스스로 혈관 접근이 어렵다고 응답한 집단에서도 천자를 시도한 경우 첫 시도 성공률이 90%를 넘었다. BMI 30 이상이나 65세 이상 집단도 별도로 분석됐다. 기기 관련 이상반응은 드물었으며 보고된 이상반응은 모두 경증으로 분류됐다. 또 자동 채혈 검체와 수동 채혈 검체의 응고·생화학 검사값과 용혈 여부를 비교해 실제 진단검사에 사용할 수 있는 검체 품질을 함께 평가했다.

이 연구는 Vitestro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일부 저자는 Vitestro 직원이거나 회사 지분·스톡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논문은 Vitestro가 연구설계와 환자 선정, 데이터 검토·해석, 원고 준비에 관여했다고 공개했다. 따라서 동료평가를 거친 임상자료라는 점과 함께 연구의 이해관계도 같이 볼 필요가 있다.

FDA는 다양한 건강상태와 혈관 접근 난이도, 피부색을 가진 환자에서도 성능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공개된 FDA 발표문에는 피부색별 표본 수와 성공률이 제시되지 않았다. 공개 임상논문만으로 FDA가 심사한 모든 하위집단의 세부 결과를 확인하기도 어렵다.

채혈사 한 명이 최대 세 대 감독

이번 허가에서 임상 성능 못지않게 주목되는 부분은 운영 방식이다. FDA는 채혈 훈련을 받은 감독자 한 명이 최대 3대의 Aletta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사람이 채혈 세션을 시작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개입하지만, 각 환자의 혈관을 찾고 직접 바늘을 삽입하는 반복 작업은 장비가 맡는다.

이는 의료로봇의 적용 범위가 고난도 수술이나 원격조작 중심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의료업무까지 넓어지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채혈은 병원과 검사기관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지만 환자의 혈관 상태와 작업자의 숙련도에 따라 난도가 달라지는 업무다. 자동화 장치가 안정적으로 반복 수행할 수 있다면 기술의 효과는 한 번의 정교한 시술보다 업무 표준화와 의료인력 배치 방식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감독자 한 명이 세 대를 관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곧바로 “세 명의 채혈사를 한 명으로 줄일 수 있다”는 계산으로 연결할 수는 없다. 환자 안내와 예외상황 대응, 채혈관 확인, 소모품 관리와 장비 청소 등 주변 업무가 남아 있고 실제 운영 효율은 의료기관의 환자 흐름과 장비 가동률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전 GenAI 규제 논의한 FDA…같은 AI라도 질문은 달라진다

Aletta 허가는 FDA가 생성형 AI 의료기기에 대한 새로운 규제 논의를 시작한 바로 다음 날 나왔다는 점에서도 비교할 만하다.

FDA는 8월 18일 생성형 AI(GenAI) 의료기기 규제 고려사항 논의문을 공개했다. 이 문서에서 FDA는 GenAI가 기존 소프트웨어나 전통적인 AI 의료기기와 달리 개방형 입력을 받을 수 있고, 하나의 시스템이 여러 하위작업을 수행하며, 비슷한 입력에도 서로 다른 출력을 생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반모델과 프롬프트, 검색전략, 가드레일, 오케스트레이션 로직이 변경되면서 제품 동작이 달라질 가능성도 별도의 문제로 제시했다.

FDA는 이러한 특성 때문에 모든 가능한 입력과 출력을 기존 방식의 사전시험으로 충분히 검증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임상지식과 안전행동, 하위집단 성능, 일반화 성능 등을 함께 평가하는 competency-based assessment와 실제 임상환경에서의 확인, 시판 후 모니터링을 결합하는 방식을 논의 중이다. agentic AI에 대해서는 여러 단계의 작업을 스스로 계획·실행하거나 외부 도구를 사용하는 기능까지 별도의 평가 대상으로 제시했다. 아직 확정된 규제기준이 아니라 외부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다.

Aletta도 실제 바늘을 삽입한다는 점에서는 물리적 자율성이 높다. 그러나 목적과 행동범위는 채혈이라는 한정된 의료행위 안에 있다. 입력은 환자의 팔에서 얻은 영상과 센서 정보가 중심이고, 적합한 혈관을 찾지 못하거나 안전조건을 벗어나면 절차를 중단하도록 설계됐다.

반면 FDA가 논의 중인 생성형·에이전틱 AI는 의료기기 자체가 다양한 임상적 출력이나 여러 단계의 행동을 만들어낼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두 자료를 함께 보면 FDA가 단순히 제품에 AI가 들어갔는지를 보는 것보다 의료기기의 intended use와 위험, 행동 범위, 잘못된 출력에 따른 피해, 실제 환경에서 성능을 어디까지 검증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평가체계를 설계하려는 방향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Aletta의 상세 De Novo 심사자료가 아직 공개되지 않아 이러한 원칙이 이번 심사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됐는지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다.

상세 심사자료 공개되면 AI 검증범위도 더 분명해질 전망

FDA De Novo 데이터베이스에는 Aletta가 DEN250046, 제품코드 SIW​로 8월 19일 허가됐다는 사실이 등록돼 있다. FDA 페이지에는 Aletta의 정식 명칭이 Aletta Autonomous Robotic Phlebotomy Device (ARPD) (Gen1 US)​로 표시돼 있으며, Predetermined Change Control Plan(PCCP)은 이번 허가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8월 25일 현재 FDA 데이터베이스에서 통상 상세 심사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Review Decision Summary는 연결돼 있지 않다. 이 자료가 공개되면 FDA가 Aletta의 소프트웨어 검증을 어떤 방식으로 평가했는지, AI 관련 성능을 별도로 다뤘는지, 환자 하위집단별 결과와 special controls를 어떻게 설정했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공개자료에서 FDA가 전면에 내세운 것은 AI 모델의 이름이나 알고리즘 정확도가 아니다. 혈관을 찾아 실제 진단용 혈액을 확보하는 완성된 의료기기 전체의 안전성과 성능이다.

Aletta가 보여주는 변화도 여기에 있다. AI와 영상기술로 환자의 팔에서 혈관을 탐색하고, 제어 소프트웨어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천자를 판단하며, 로봇이 실제 바늘을 움직이고 다시 센서가 결과를 감시한다. AI가 의료인의 폭넓은 판단을 대신하는 단계와는 다르지만, 한정된 의료행위에서는 소프트웨어의 판단이 실제 물리적 행동까지 연결되는 자동화가 이미 규제 문턱을 넘기 시작했다.

출처: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